[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동해 심해에서 대규모 석유·가스전을 탐사하는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주도할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가 9일 오전 6시 부산외항에 입항했다.
올해 최대 현안이자 정부의 핵심 국정 사업이 본격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 이후 탄핵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추진동력이 약화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업을 담당하는 주무 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시추선의 입항을 알리는 공식 자료도 내지 않은 채 조용히 작업에 돌입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웨스트 카펠라호는 이날 오전 6시경 부산 영도 앞바다 인근인 부상외항에 정박했다. 보급기지인 부산신항으로부터 7~8일간 시추에 필요한 자재들을 선적할 예정이다. 이후 17일께 시추 해역으로 출발해 본격적인 시추 작업에 들어간다(그림 참고).
정부는 해수면 아래 1㎞ 이상 깊이까지 파고 들어가 시료 암석층을 확보하는 데까지 2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시료의 암석과 가스 등의 성분을 기록·분석하는 이수검층 작업은 세계 1위 시추 기업인 슐럼버거가 맡았다.
웨스트 카펠라호는 해양시추 업체인 시드릴사 소속 드릴십으로, 길이 228m·너비 142m·높이 19m의 규모를 갖췄다. 최대 시추 깊이는 1만1430m에 달한다. 그동안 주로 동남아와 서아프리카 해역에서 작업해 왔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정 브리핑을 열어 직접 발표한 핵심 국정 과제다. 성공 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데다 산유국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국가적 의의가 커 단연 올해의 최대 현안으로 손꼽혔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이 숨가쁘게 돌아가면서 즉시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발표 직후부터 사업에 대한 강경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치권의 정권 퇴진 요구가 거세지면서 대표적인 '윤석열표' 과제인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야당 협조를 받기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은 전액 삭감돼 좌초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야당은 내년도 예산안 단독 의결을 통해 대왕고래 예산 497억원을 전액 감액했다. 당장 이달 중순경 첫 시추 작업에 돌입하는 만큼 예산 복구가 시급한 실정이지만, 국회가 탄핵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논의조차 시도해볼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미 시추선이 들어오고 있어 사업은 예정대로 추진할 계획이지만, 정국의 변화 움직임에 따라 좀 더 불확실성이 커진 게 사실"이라며 "첫 번째 시추는 석유공사의 재원 활용 등 다른 대안으로 추진할 수 있다. 예산 복구에 실패하더라도 다른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한국석유공사] 2024.06.03 dream@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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