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연경 조준경 방보경 송현도 기자 = "우리 같이 못 배운 사람들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나라를 이렇게 뒤집어 놓고 이게 할 소리냐"
12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에 대한 사과 담화 이후 닷새 만에 입장을 밝혔다.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며 퇴진 가능성까지 열어두었던 이전 담화문과 달리 이날 담화문에서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이날 식당에서 윤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아무리 그래도 계엄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 한 순대국밥집에서 뉴스를 보고 있던 채영우(60) 씨는 "1987년 군대에 있을 때, 몸소 계엄을 경험했다. 총 들고 나갈뻔 했는데 그때 (계엄은) 너무 위험한 사고라고 생각했다"며 "(윤 대통령은) 탄핵으로 가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성명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2024.12.12 choipix16@newspim.com |
같은 식당에서 만난 김(54) 씨는 "중간부터 봤는데 화가 난다"며 "계엄이란 나라가 전쟁이 나거나 큰 혼란이 있을 때 하는 건데 야당 때문에 계엄 선포한 건 사적인 감정으로 일을 저지른 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엄령 선포의 당위성을 야당의 국정 방해로 돌린 윤 대통령의 태도에 분노하는 시민도 있었다. 서울대입구역 인근에서 만난 이(56) 씨는 "남 탓을 하고 있다"며 "민주당 탓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대통령의) 거부권은 잘못 없고 예산 삭감했다는 이유로 그런 건데 제정신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어 "내 차량 앞에 차량이 거슬린다고 쫓아가 죽여야겠냐"며 "민주당이 괴롭힌다고 계엄을 하는 게 말이 안 되고, 요건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던 시민들도 핸드폰을 손에 쥐고 담화문 내용을 귀 기울여 듣고 있었다. 담화문 발표를 본 시민들은 하루빨리 윤 대통령이 자리에서 내려와 내란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3호선 옥수역에서 양재역으로 가는 방향에서 만난 김(60대) 씨는 "일련의 사태가 벌어진 이유로 야권이 국정 운영에 협조를 안 해줬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계엄을 선포하는 게 말이 되냐"며 "감싸서 대화하고 소통하는 게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계엄은 국민을 상대로 총칼을 휘두르는 거다. 국정 최고 책임자라는 사람이 그런 (내란) 범죄 행위를 했다는 것은 용납이 안 되고,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하루빨리 탄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성명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2024.12.12 choipix16@newspim.com |
이날 만난 대부분의 시민이 윤 대통령의 담화문 내용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일부 시민들 사이에선 대통령의 입장에 공감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내방역 인근 카페에서 만난 석모 씨는 "속이 다 시원하다. 대통령 말이 틀린 게 있냐"며 "계엄령 내린 날 밤에도 대통령 담화에 공감 많이 했다. (대통령을 국민이) 뽑았으면 협치해야지 민주당이 정부 인사들 탄핵한 게 스무 번 이상인데, 대통령이 (계엄 말고) 뭘 더 할 수 있었냐"고 주장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이뤄진 사과문 발표 이후 닷새 만에 담화문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14일로 다가온 탄핵안 재표결 및 자신을 향해 조여오는 수사망 등과 관련해 "탄핵이든, 수사든 이에 당당히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전날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윤 대통령 탄핵안 재표결은 오는 14일 진행된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