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이스라엘이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이 무너진 시리아를 상대로 역대급 맹폭을 가하고 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이란·헤즈볼라 등과 함께 이스라엘을 괴롭힌 시리아가 다시는 군사적 위협이 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지난 8일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된 직후부터 480여회의 공습을 단행했다. 단일 작전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번 작전에 총 1800개의 폭탄이 사용됐다"면서 "시리아군의 전략적 군사 역량이 있는 거의 모든 장소를 파괴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시리아 라타키아항의 모습. 시리아 전투함들이 모두 파고돼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습으로 시리아군의 핵심 전력 자산을 80% 가까이 파괴했고, 대공 미사일과 레이더 등 방공시스템의 86%를 제거한 것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간지 하욤은 "작전은 완벽하게 실행됐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군은 특히 시리아군의 공군력과 방공 시스템을 무력화시킨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스라엘 전투기와 폭격기들은 옛 아사드 정권의 시리아군이 보유하고 있던 러시아제 SA-22(일명 판치르 S1) 중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의 80%, SA-17(일명 부크) 중거리 미사일의 90%를 파괴했다. 러시아가 시리아에 제공한 이 두 방공 시스템은 이스라엘 공군에게도 적잖은 위협을 준 것으로 평가돼 왔다.
이스라엘군은 그 외에도 시리아군의 전투기 27대, 공격헬기 24대, 미사일 수백 발을 박살냈다. 공습 대상에는 공군기지, 무기고, 무기 생산 시설, 화학무기 저장고도 포함됐다. 107기의 방공 시스템 구성 요소와 47기의 레이더도 제거됐다.
이스라엘 공군은 성명에서 "시리아 방공 시스템은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것 중 하나였다"면서 "이제 시리아에는 단지 몇 개의 방공 시스템만 남았고 이는 이스라엘 공군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이스라엘 공군은 시리아 하늘에서 자유롭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해군도 작전에 나섰다. 알 바이다와 라타키아 등 시리아 해군기지 두 곳에 정박해 있던 시리아 전투함 15척을 모두 파괴했다. 이로써 시리아 해군은 완전 궤멸됐다.
이스라엘군은 또 시리아와 레바논 사이 국경 검문소를 1개만 남겨놓고 모두 폭파했다.
시리아 방공시스템의 무력화로 이스라엘 전투기와 폭격기들이 앞으로 이란의 핵 시설 등에 공습을 가할 때 격추 위험 없이 안전하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스라엘 공군은 "시리아 영공에 대한 완전한 제공권을 확보했다"면서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수행할 때에 훨씬 안전한 루트를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 제거를 최우선순위로 삼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이와 같은 작전을 오래 전부터 구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몇 년 동안 이스라엘군은 대공 미사일과 레이더 기지 등 시리아의 주요 군 자산과 이란 군사 고문단·헤즈볼라 병력의 이동 상황, 생화학 무기 저장 의심 시설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며 공습 계획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미리 아이신 전 이스라엘 고위 정보관리는 "수십년에 걸친 알아사드 일가의 독재정권이 무너졌을 때 이스라엘은 시리아 타격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이미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