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청주시립미술관(관장 박원규)은 '제2회 김복진미술상'에 조각가 정현(68)이 선정됐다고 최근 밝혔다. 김복진미술상은 한국 근대미술의 토대를 닦은 청주 출신의 조각가인 정관(井觀) 김복진(1901~1940) 선생의 작품세계와 높은 예술정신을 기리고자 청주시가 제정한 상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제2회 김복진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조각가 정현. [이미지제공=정현] 2024.12.28 art29@newspim.com |
심사위원단은 정현 작가를 수상자로 뽑은 것에 대해 "정현 작가는 인간에 대한 존경과 사람에 대한 가치, 그리고 인본을 중시하는 사상과 태도를 바탕으로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왔다. 작가적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다채로운 실험을 해왔고, 뛰어난 작품성과 활발한 작품활동으로 미술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며 "김복진선생의 예술정신을 기리고 그에 걸맞은 예술활동과 작품성을 가진 작가여서 선정했다"고 밝혔다.
제2회 김복진미술상 시상식과 수상 작가 전시는 2025년 청주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수상자에게는 상패 및 상금 2000만 원이 수여된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지난 12월 4~8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2024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의 '서베이' 섹터에 솔로쇼로 참가한 정현의 부스 전경. 정현은 이 페어에 PKM갤러리와 함께 참가해 미국 언론과 미술관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아트바젤 집행위원은 정현의 조각을 구입했고, 개막 초반에 조각과 드로잉이 다수 판매됐다. [이미지제공=정현, PKM개러리] 2024.12.28 art29@newspim.com |
김복진미술상을 수상하게 된 정현 작가는 "투철한 시대의식을 지녔던 존경하는 선배 조각가의 상을 받게 돼 영광이다. 시대를 치열하게 보내며 귀한 작품을 남기셨던 분을 기리는 상의 수상자로 그 분을 닮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현 작가는 김복진 조각가와 인연이 깊은 편이다. 지난 1995년 '김복진 전집'을 형이 대표로 있는 도서출판 청년사에서 펴내면서부터 고인의 기일인 8월 18일이면 지인들과 함께 묘소를 찾곤 했다. 정현은 "매년 여름마다 출간한 책과 도록을 올려놓고 묘소에서 인사드리고 있다. 김복진 선생은 조각, 연극, 평론 등 모든 분야에서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시작을 시도했던 분이다. 존경해마지 않는 분을 기리는 상을 받게 돼 영광이고,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조각가 정현은 버려진 것들, 아픔을 지닌 것들에 주목하고, 이를 작업에 끌어들이고 있다. 사진은 강원도 산불로 숯덩이가 된 목재로 설치작업을 할 당시의 장면이다. [이미지제공=정현, 청주시립미술관] 2024.12.28 art29@newspim.com |
조각가 정현은 홍익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프랑스 유학길에 올라 파리 에콜드보자르(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했다. 1992년 원화랑에서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001년 금호미술관, 2006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전, 2016년 프랑스 파리 IBU갤러리와 팔레 루아얄 정원, 생-클루 국립공원 작품전, 2018년 금호미술관, 2022년 성북구립미술관, 2023년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또 2024년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 2024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Art Basel Miami Beach) 출품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계속해왔다.
특히 지난 12월4~8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2024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의 '서베이' 섹터의 PKM갤러리 부스에 지난 1990년대에 제작한 조각과 드로잉을 개인전 형식으로 선보여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정현의 솔로쇼 부스는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 집행위 에디터가 선정한 '2024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에서 놓쳐선 안될(unmissable) 프로젝트 7'에 선정돼 아트바젤 공식 웹사이트에 등재되기도 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정현은 2024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의 서베이 섹터에 PKM갤러리와 함께 참가했다. [이미지제공=정현,PKM개러리] 2024.12.28 art29@newspim.com |
또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 집행위원이 정현의 두상 조각을 구입한 것을 필두로, 해외 유명 컬렉터들이 앞다퉈 그의 조각과 드로잉을 수집하는 등 처음 참가한 세계적인 아트페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정현은 그간 침목, 고철, 목전주, 폐철근, 아스콘, 불탄 목재 등 수명을 다하거나 용도폐기된 소재들로 조각및 설치미술을 해왔다. 또 코울타르 등으로 파워풀한 드로잉 작업도 펼쳐왔다. 그는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며 재료 자체가 지닌 물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시간성과 역사성, 인간의 기억과 경험 등 비물질적 요소를 버려진 소재 속에 대입시켜 장엄하고도 독창적인 작업을 이어왔다.
정현의 조각은 시간의 무게와 풍파를 견뎌낸 대상들의 '고통 속에 깃든 힘과 생명력'을 되살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버려진 것들로 쓰는 '숭고한 조각 시'라는 평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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