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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울진 식해 이야기...생선·무채·고춧가루·조밥의 절묘한 만남

기사등록 : 2024-12-2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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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하는 생선따라 '힛뜨기식해'·'가자미식해'로 불러...일상식 아닌 특별식
'소(蔬)식해'가 주종...한국전쟁 이후 함경도식 '밥식해' 전승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곰삭은 식해(食醢)만 있으면 밥 두 그릇씩 비웠네."

동해 연안 경북 울진 지역의 전통 먹거리 특징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염장(鹽醬) 음식'과 '적은 양의 곡물로 많은 식구들이 함께 먹을 수 있도록 조리한 '늘여 먹는 음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점이다.

이들 '늘여 먹는 음식'은 주식인 밥에서부터 부식인 반찬, 국류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특히 우리나라 전통 식단에서 반드시 밥상에 오르는 국류에서 이 같은 특징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동해 연안 경북 울진 지방의 대표적 염장 음식이자 별식인 '소식해' 담기. 2024.12.28 nulcheon@newspim.com

또 울진 지방은 동해에 접하여 계절마다 잡히는 생선류나 패류 등을 보관하기 위해 '소금을 뿌려 보관하는 염장법'과 '해풍 등 자연 바람에 말려 보관하는 '건조법'이 발달하였다.

이런 울진 지역의 먹거리 특성은 생업 환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울진 지역은 전체 면적 중 농경지의 비율이 1.6%에 불과할 만큼 매우 열악한 지리적 환경을 지니고 있다. 나머지 대부분은 산이나 바다에 둘러싸여 식생활의 기본 재료인 곡물 생산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빈약하다.

이 때문에 농경이 가능한 토지에서는 주로 주식인 쌀과 보리, 조 등 곡물이나 감자, 수수와 같은 구황작물이나 고추 따위의 환금작물 생산에 주력했으며 부식류는 산이나 바다에서 채취하거나 포획하여 장만했다.

산이나 바다에서 얻는 산나물이나 해조류로 울진 사람들은 국거리나 생채, 숙채, 쌈, 묵나물, 짠지, 장찌, 찌개, 탕, 구이 등을 주로 조리했다.

특히 울진 지역의 해안선은 단조로운 해안 단애와 크고 작은 수중 바위 군락이 발달해 미역이나 톳, 천초(우뭇가사리)와 같은 해조류 서식이 왕성했다.

이 중 돌미역은 '돌미역 없으면 울진 사람들 굶어 죽었다'는 향언이 지금도 전승되듯 울진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환금(換金) 해조류로 인식된다.

특히 울진 해촌 사람들은 지연산 미역이 생장하는 '짬(수중 바위 군락)'을 '곽전(藿田)'이라고 부르며 농촌 사람들에게 애지중지하는 논밭처럼 소중하게 관리해 왔다.

울진 지역 해촌의 먹거리는 이렇듯 문 앞에 펼쳐 있는 '짬'에서 자생하는 해조류와 패류, 어류 등을 활용해 만든 음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동해 연안 경북 울진의 대표적 염장 음식이자 별식인 '소식해' 담기에 주로 사용하는 힏뜨기 생선. 2024.12.28 nulcheon@newspim.com

◇ 식해...혼례나 회갑연 등 잔치에 장만한 대표적 별식

이 중에서 울진 사람들이 별식으로 장만해 먹는 부식 중 대표적인 것이 식해(食醢)이다.

식해는 싱싱한 생선과 무채, 고춧가루와 엿질금, 밥을 주 재료로 만드는 발효음식이다.

울진 지역의 식해는 크게 '소(蔬) 식해'와 '밥 식해'로 구별된다.

소식해는 생선과 무채, 고춧가루, 엿질금만으로 버무려 삭힌 것이며, 밥식해는 생선과 무채, 고춧가루, 엿질금, 고두밥(조밥)을 버무려 삭힌 발효 식품이다.

울진 지역 해촌 사람들은 특히 겨울철에 식해를 즐겨 장만해 밥상에 올렸다.

그렇다고 식해를 일상식으로 장만한 것은 아니었다.

식해 조리의 주된 재료가 무, 고춧가루, 생선인 까닭에 이들 재료는 언제든지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데다가, 고춧가루와 생선의 경우는 가격 또한 만만치 않았다.

또 해촌에서는 생선을 시장에 내다 팔거나 농촌 지역에서 곡물과 맞바꿔야 했으므로 일상에서 식해를 장만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때문에 식해는 집안의 혼사나 가장(家主)의 환갑연 등 특별한 날에 맞춰 장만했으므로 울진 사람들은 식해를 특별식으로 인식한다.

울진 사람들이 식해 조리에 주로 사용한 생선은 소식해의 경우, 힛뜨기와 멸치, 오징어, 대구아가미(숨패기) 등이며, 밥식해는 주로 물가자미를 이용했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조밥을 넣은 '가자미밥식해' 조리. 2024.12.28 nulcheon@newspim.com

울진 지역에 밥식해가 전승된 시기는 함경도 지역 주민들이 죽변항으로 대거 이주한 한국전쟁 전후로 여겨진다.

밥식해의 주 재료는 물가자미나 아구다리 등 가자미류이다. 밥식해는 이들 가자미류에 조밥과 고춧가루를 버무려 삭혔다.

울진 사람들이 식해용으로 즐겨 사용하는 힛뜨기나 멸치, 물가자미 등 가자미류는 고춧가루와 무채로 버무려 삭혀 놓으면 뼈째로 씹어 먹기가 용이했다.

가을에서 겨울철에는 주로 멸치와 힛뜨기 식해를 즐겨 담았으며, 봄철에는 가자미류로 담았다.

특히 혼사나 회갑연 등 특별한 날에는 오징어 식해를 주로 담아 잔칫상에 올렸다.

오징어 식해는 가자미 식해나 힛뜨기 식해에 비해 빠른 시간에 담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식해에 사용하는 생선은 먼저 생선 내장을 깨끗하게 제거한 후 생선 머리를 포함해, 뼈째로 엄지손가락 굵기만큼 잘게 썰었다. 이어 무를 잘게 채 친 후 고두밥(조밥)과 마늘, 고춧가루, 소금, 엿질금을 적당량 넣어 함께 버무린 후 집 안의 서늘한 곳에 두고 삭혔다.

오징어를 사용할 경우, 삭혀서 먹으면 식해라 부르고 같은 방식으로 조리해 삭히지 않고 밥상에 올리면 '오징어 생채'라고 부른다.

울진 사람들은 "가을에서 봄철에 이르기까지 식해 한 가지만 있으면 평소보다 밥을 두 그릇 이상 먹을"만큼 식해를 즐겨 먹었다. 때문에 울진 사람들은 식해를 '밥도둑' 혹은 '고춧가루 도둑'이라고 부른다.

nulche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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