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5-02-26 12:00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금융당국이 4조6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은행권 ELS 판매를 소비자 보호장치를 갖춘 '거점점포'에서 자격요건을 가진 전담직원만 판매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또한 ELS 등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관련 실적을 직원별 성과보상체계(KPI)에 반영할 수 없도록 하고 금융권의 자체적인 감독 시스템 구축을 유도하는 등 소비자 보호를 위한 다각적인 조치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홍콩 ELS 등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 재발 방지를 위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책을 26일 공개했다.◆홍콩ELS 손실 4.6조원, 전체 계좌 93.8% 배상완료
금융당국이 집계한 홍콩 ELS 손실 확정 계좌는 총 17만건, 원금은 10조4000억원에 달하며 손실액은 4조6000억원(44.2%)이다. 당초 5조원 이상의 손실까지 우려됐지만 홍콩 H 지수가 반등에 성공하며 손실폭이 축소됐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해초 홍콩 ELS 사태가 발새한 후 대규모 분쟁 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같은해 3월 자율배상 분쟁조정기준을 마련한 후 자율배상 완료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검사 결과 실제 판매 현장에서 소비자 보호가 충분히 작동되지 않은 채 ELS 등의 고수익 금융투자상품의 밀어내기식 영업형태가 만연한 것을 확인했다. 이에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ELS, 거점점포서 전문직원만 판매 허용
제2의 홍콩 ELS 사태를 막기 위해 앞으로는 은행이 충분한 소비자 보호장치를 갖춘 '거점점포'를 통해서만 ELS를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한다.
거점점포에는 ELS 판매를 위해 별도 출입문 또는 층간 분리 등을 통해 영업점 내 다른 장소와 물리적으로 분리된 판매공간(물적 요건)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관계 규정 등에 따른 자격요건(관련 교육 이수 및 자격증 보유 등)과 일정 기간 이상의 상품 판매경력(예: 3년 이상)을 가진 전담 판매직원(인적 요건)만 판매할 수 있다.
기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고난도 공모펀드)은 일반점포와 거점점포 모두에서 판매가 가능하나 소비자가 예·적금 등과 명확히 구분해 인지할 수 있도록 칸막이 등의 분명한 식별 장치를 둬 판매 창구를 일반 여·수신 이용 창구를 분리해야 한다.
은행과 증권사가 공동으로 영업하는 복합점포 내에서 은행 직원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는 일반 여·수신 창구와 분리된 투자 창구에서만 가능하다.
또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소개영업 실적은 은행 성과보상체계(KPI)에 반영되지 않도록 하는 등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상품이 과다 추천되는 일이 없도록 관리한다.
◆금융권 내부통제 강화, 당국 조치도 확대
금융사가 '금융소비자 보호 원칙'을 마련하고 지배구조법에 따라 이를 내부통제기준에 반영하는 등 내부통제 관리의무 등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감독한다.
상품별 판매대상 고객군을 구체적으로 정해서 이에 해당하지 않는 소비자에 대해서는 투자 권유를 할 수 없도록 한다.
소비자가 적합하지 않은 투자성향을 가지고 있음에도 해당 상품 가입을 원할 경우 소비자가 부적합·부적정 상품임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계약하도록 '부적정 판단 보고서'를 개선하고 금융사도 투자 권유가 없었음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증빙서류를 구비해야 한다.
상품 설명서에 ▲고난도 금융투자상품과 적합하지 않은 소비자 유형 ▲손실가능성 등 위험 ▲손실발생 사례 등을 순서대로 배치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 용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서를 변경한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문구도 눈에 쉽게 띄게 표시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금융상품의 성과보상체계(KPI)를 단기 영업 실적보다는 고객 이익을 우선하도록 재설계하고 금융사 스스로 소비자 이익 관점의 '조직운영문화'를 조성하도록 모범사례 및 가이드라인도 제시할 예정이다.
향후 금융당국은 금융투자상품 판매 동향 상시 감시 및 감독 강화를 위해 적합성·적정성 운영실태를 정기적으로 점검, 모범사례를 발굴·공유해 미스터리 쇼핑 표본 확대 등 사후 관리도 강화한다.
김 부위원장은 "금융사 자체적으로도 상품별 투자위험을 고려해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의 판매승인 및 판매한도를 정해 정기적으로 판매한도를 재승인하고 사후 모니터링 항목을 구체적으로 정해 소비자보호 부서가 이를 철저히 점검하도록 하겠다"며 "금융당국은 선제적으로 검사 및 소비자보호 경보 발령 등의 감독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