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5-03-27 11:25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국이 아닌 곳에서 생산되는 모든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우리 완성차 업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정부 대 정부의 협상이 필요한 관세 정책에서 개별 기업의 영향력이 극히 제한되는 만큼 미국 현지화 속도를 높여 글로벌 시장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25%의 자동차 관세를 강력히 감시할 것이라며, 내달 2일부터 이 같은 관세 명령이 발효되고 3일부터 관세를 걷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나온 포고문은 관세 발효 시점을 4월 3일 0시 1분부터라고 명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관세가 영구적(permanent)이라고도 했다. 다만 자동차 회사가 미국에서 자동차를 제조할 경우에는 관세가 면제된다고 강조했다. 당연한 내용이지만 업계는 미국 현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고관세가 계속 유지되는 것은 제품 비용 관리에 분명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완성차 업계는 시장 흐름에 맞춰가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는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결단으로 이미 미국 현지화 속도를 최고로 끌어올리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현대차 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을 앞두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총 210억 달러(한화 약 31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정 회장은 향후 4년간 자동차 생산 분야에 86억 달러, 부품·물류·철강 분야에 61억 달러, 미래 산업 및 에너지 분야에 63억 달러 등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발표 자리에 함께한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차는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게 되며, 그 결과 (미국 내 생산 제품에)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며 정 회장에게 투자 관련 인허가에 "어려움이 있으면 나에게 오라"고 화답했다.
정 회장은 이날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 직접 참석했다. 현대차 그룹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HMMA), 기아 조지아 공장(KaGA)에 이어, 조지아주에 미국 내 세 번째 생산 거점인 연산 30만 대 규모의 첨단 기술 기반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기로 결정하고 2022년 10월 첫 삽을 떴다.
이번 HMGMA 준공으로 현대차 그룹은 미국 생산 100만 대 생산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2005년 앨라배마주에 현대차 공장을 가동하며 현지 생산 도전장을 내민 지 20년 만에 이룬 성과다. 추가로 향후 20만 대를 증설해 120만 대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은 준공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세 관련 질문에 "관세라는 것은 국가 대 국가의 문제"라며 "관세 발표 이후에 계속 협상을 개별 기업으로도 해나가고 또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해나가야 되기 때문에 그때부터가 이제 시작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4월 2일 이후가 굉장히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그룹 외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한국GM이다.
한국GM은 국내 생산 차량의 90%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전체 판매량 중 수출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수입차 25% 관세'가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이에 한국GM의 공식 부인에도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는 한국GM이 철수할 것이라는 풍문이 끊임없이 돌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GM 노사는 해법을 찾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헥터 비자레알 사장과 안규백 노조 위원장 등 한국GM 노사 지도부는 지난 15일부터 약 일주일간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GM 본사와 현지 공장 등을 방문했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