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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최근까지 인공지능(AI) 관련 논의의 초점은 주로 챗GPT와 같은 소비자용 애플리케이션과 소프트웨어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데 맞춰져 있었지만 이번 엔비디아(NVDA)와 시놉시스(SNPS)의 파트너십은 엔지니어링과 주요 산업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월가의 관심을 끈다.
두 업체의 파트너십 및 지분 투자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일부에서는 엔비디아가 경쟁사들을 시놉시스의 서비스에서 배제시키려는 의도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놉시스가 반도체 산업에서 갖는 입지와 핵심적인 역할을 감안할 때 충분히 나올 수 있는 '합리적인 의심'이지만 엔비디아는 양사의 파트너십이 비독점적이며, 앞으로도 반도체 업계 전반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시장 전문가와 주요 외신들은 양사의 파트너십이 다양한 산업에 커다란 변화와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궁극적으로 엔비디아와 시놉시스는 설계와 검증을 훨씬 빠르고 저렴하게 그리고 똑똑하게 만드는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움직임이고, 이는 실제 산업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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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놉시스 [사진=블룸버그] |
가령, 칩 설계와 물리 검증, 전자기 및 광학 시뮬레이션 작업은 짧게는 수 일에서 길게는 수 주씩 걸리는 초고난도 계산인데 이를 GPU와 AI 물리 엔진으로 가속하면 동일한 예산과 시간 안에 훨씬 더 많은 설계안을 돌려볼 수 있어 수율 개선과 전력 및 성능 최적화, 리콜 감소 등 실제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반도체나 자동차, 항공우주 업계의 입장에서는 실패한 시제품을 줄이고 더 나은 설계를 더 빨리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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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비디아 옴니버스 물리 AI 시스템 [사진=블룸버그] |
에이전틱 AI 엔지니어링의 경우 AI 설계 보조에서 동료로 한 단계 격상을 뜻한다. 시놉시스의 에이전트엔지니어와 엔비디아의 에이전틱 AI를 결합하면 엔지니어가 일일이 반복하던 작업을 여러 AI 에이전트가 자동으로 처리하게 된다.
AI가 스스로 설계 파라미터를 바꿔가며 성능과 전력, 면적(PPA)을 최적화하고 검증 구멍을 찾아 테스트 벡터를 생성하는 등 반(半) 자율 칩 설계에 가까운 흐름이 가능해 진다는 얘기다.
인력이 부족한 칩과 자동차 전장, 로봇 업체들은 적은 인력으로 더 복잡한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고, 엔지니어는 단순 작업보다 창의적인 설계에 집중할 수 있다고 시놉시스는 설명한다.
디지털 트윈을 제대로 활용하면 제조업과 자동차 산업, 에너지와 헬스케어 등 다양한 영역에서 '만들고 난 뒤 고치는' 방식에서 벗어나 '먼저 가상에서 다 해본 뒤 만드는' 방식으로 바뀌게 되고, 이를 통해 투자 실패와 안전 사고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엔비디아는 디지털 트윈을 반도체 공정과 자동차 공장, 로봇 셀, 항공기, 전력 설비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시켜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미 실제 사례도 보고됐다. 독일 자동차 업체 BMW는 공장을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기반 디지털 트윈으로 먼저 설계 및 운영한 뒤 병목 찾기와 레이아웃 변경 등을 가상에서 끝낸 뒤 실제 공장을 건설한다.
이 밖에 클라우드 기반의 엔지니어링 가속화와 공동 고투마켓 가속화까지 양사의 파트너십이 세상을 바꾸는 결과물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로이터를 포함한 주요 외신들은 엔비디아의 20억달러 투자를 통해 시놉시스가 단번에 밸류에이션과 신뢰도 측면의 프리미엄을 얻었다고 판단한다. 실제로 소식이 전해진 직후 업체의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한편 엔비디아의 시놉시스 지분 인수 가격은 주당 414.79달러로 발표 당시 주가를 밑도는 수준에서 결정됐다.
이는 엔비디아가 시놉시스의 기업 가치를 최근 시가총액보다 낮게 평가한 것이 아니라 기관 사이에 이뤄지는 블록딜에서 흔히 나타나는 할인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장내에서 수 일간에 나눠 지분을 매입할 경우 주가를 밀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에게 일정 정도의 유동성과 가격 프리미엄을 제공하는 대신 전략적 투자자에게는 할인 혜택을 주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시장 가격에서 소폭 할인된 가격에 장기적인 전략 파트너를 확보했고, 딜이 발표된 후 주가가 상승하면서 엔비디아는 이미 장부상 이익을 본 셈이다.
엔비디아의 GPU 위에서 작동하는 차세대 EDA와 시뮬레이션 표준을 사실상 시놉시스가 쥐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파트너십과 지분 투자의 의미가 더욱 크다고 외신들은 강조한다.
반도체 이외에 자동차와 항공우주, 제조업,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로 잠재적인 고객군이 확대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라이선스와 클라우드 사용료 등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가 높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사실 시놉시스는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이고, 때문에 엔비디아와 파트너십에 더욱 커다란 의미가 실린다.
보도에 따르면 7월 종료된 시놉시스의 2025 회계연도 3분기 매출액은 17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03% 늘어났지만 순이익은 2억4251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40.57% 감소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 역시 1.5달러로 전년에 비해 42.53% 줄어들었다.
회계연도 4분기 매출액과 조정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각각 22억4000만달러와 2.78달러로 제시됐다.
엔비디아의 입장은 다소 상이하다. 시놉시스와 같은 직접적인 즉각적인 반사이익을 얻기보다 미래 먹거리를 다지는 투자라는 해석이다.
CNBC는 이미 거대 기업인 엔비디아가 핵심 비즈니스에 설계 및 디지털 트윈이라는 미래 캐시카우를 추가로 장착하는 '장기 포석'의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시놉시스의 반대한 시뮬레이션 워크로드를 자사 GPU와 옴니버스, AI 스택으로 끌어와 데이터센터와 엔터프라이즈 매출을 키울 수 있는 '채널 투자'의 성격이 크다는 얘기다.
공장과 자동차, 로봇, 칩 설계용 디지털 트윈이 늘어날수록 그 뒤에서 돌아가는 GPU 및 네트워킹, 소프트웨어 구독 매출이 장기적으로 따라 붙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설계와 엔지니어링처럼 경기 변동이 상대적으로 작은 B2B 워크로드를 확대해 챗봇과 클라우드 서버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우려를 완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shhw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