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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표적인 수혜주로 부상했다가 반토막 가까이 떨어진 다나허(DHR)가 2026년 또 한 차례 상승 모멘텀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가 월가에 번진다.
다나허는 눈에 잘 띄는 소비재 브랜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빅테크도 아니다. 그렇지만 실험실 벤치 위의 피펫과 현미경, 바이오 의약품 공장의 크로마토그래피 컬럼과 여과 시스템, 병원 검사실의 자동 분석기까지, 현대 바이오·헬스케어 시스템의 거의 모든 층에 다나허의 손길이 닿아 있다.
생명과학과 진단, 바이오 프로세싱이라는 세 개의 축을 중심으로 보이지 않는 인프라를 장악한 다나허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가장 큰 수혜를 봤던 기업 중 하나였고, 그 이후의 정상화 과정에서 가장 큰 조정을 겪은 기업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다나허의 사업 구조는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단순해 졌다. 물과 환경, 치과 등 비핵심 사업을 분사하거나 매각했고, 생명과학(Life Sciences)과 진단(Diagnostics), 바이오테크놀로지(Biotechnology)라는 세 축에 집중하는 헬스케어·바이오 툴즈(tools) 회사로 재편된 것.
생명과학 부문은 연구 현장을 위한 도구와 시스템이 핵심이다. 광학·전자 현미경과 유세포 분석기, 크로마토그래피와 질량 분석, 실험실 자동화 솔루션, 연구용 시약과 키트 등 제약사 연구개발(R&D)과 대학 및 연구소, 바이오텍 스타트업이 매일 사용하는 장비와 소모품이 이 부문에서 나온다.
다나허는 특히 고부가가치 장비와 해당 장비에 최적화된 시약과 소모품을 묶어 판매하는 방식으로 고객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 한번 다나허 장비를 도입한 연구실은 검증과 규제, 실험 프로토콜의 일관성 때문에 같은 브랜드의 시약과 컬럼, 소모품을 반복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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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나허 연구진들의 분주한 손길 [사진=업체 제공] |
진단 부문은 병원과 검사실, 병리실의 소위 '자동화 공장'을 책임진다. 베크만 쿨터 다이어그노스틱스(Beckman Coulter Diagnostics)의 화학·면역·혈액 검사 장비와 라이카 바이오시스템스(Leica Biosystems)의 조직검사 및 병리 장비, 세페이드(Cepheid)의 분자진단 시스템 등이 이 부문에 포함된다.
특히 세페이드(Cepheid)는 코로나19 시기에 자가면역 질환 가운데 하나인 루푸스 증상이 있는 환자를 즉시 검사할 수 있는 빠른 PCR 솔루션으로 폭발적인 수요를 경험했고, 이후에도 호흡기 감염과 결핵, STD(성 매개 감염증) 등 다양한 감염성 질환에 대한 패널 검사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며 다나허 진단 사업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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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나허 주가 추이 [자료=블룸버그] |
바이오테크놀로지 부문은 바이오의약품과 세포·유전자 치료제 생산을 위한 프로세스 솔루션을 제공한다. 싸이티바(Cytiva, 구 GE 헬스케어 라이프 사이언스)를 중심으로 일회용 배양백과 바이오리액터, 크로마토그래피 컬럼, 여과 및 정제 시스템, 공정 분석 기기와 소모품이 해당 사업 부문에서 나온다.
현대 바이오의약품 생산라인은 공정 하나가 바뀌면 전체 밸리데이션(validation, 특정 공정과 설비,시스템이 미리 설정한 기준을 일관되게 만족하는 결과를 내는지 검증하고 이를 문서화 하는 활동)과 규제 승인 과정을 다시 밟아야 한다.
때문에 한번 싸이티바(Cytiva) 플랫폼에 올라탄 공장은 장기간 동일한 공급 업체와 함께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바이오프로세싱은 바로 이 높은 전환 비용과 규제 장벽 덕분에 다나허에게 구조적으로 견고한 수익과 반복 매출을 제공하는 사업이 되었다.
다나허가 이처럼 광범위한 '툴즈 제국'을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두 가지 축이 있다. 다나허 비즈니스 시스템(DBS)으로 대표되는 운영·문화 철학, 그리고 일관된 인수합병(M&A) 전략이다.
DBS는 린(Lean)과 카이젠(Kaisen), TPS(토요타 생산 시스템)에서 영향을 받은 지속적 개선 시스템으로, 인수한 회사마다 동일한 언어와 도구로 현장 개선, 재고 관리, 제품 개발, 상업 조직 운영까지 손을 대는 것이 특징이다.
이 시스템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인수한 회사를 다나허 식으로 재설계해 마진과 성장률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툴로 작동해 왔다. 외부 리서치들은 보고서에서 "다나허는 인수합병(M&A)을 추진할 때 프리미엄을 꽤 많이 지불하는 편이지만 인수 후 DBS를 통해 수익성과 현금 흐름을 개선해 장기적으로 가치를 만들어낸다"고 평가한다.
인수합병(M&A) 측면에서 보면, 다나허는 지난 10년간 헬스케어와 생명과학, 바이오프로세싱에 집중된 일관된 행보를 보여 왔다. 베크만 쿨터(Beckman Coulter)와 폴(Pall) 인수로 진단 및 필터, 멤브레인 분야를 넓혔고, 싸이티바(Cytiva) 인수를 통해 바이오프로세싱의 거의 모든 단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에도 규모는 작지만 기술적으로 중요한 니치 플레이어들을 꾸준히 사들이며 포트폴리오의 빈 구석을 채웠다. 반대로, 환경과 수처리, 치과 같은 사업은 베랄토(Veralto) 등으로 분할하거나 매각해 자본과 경영 자원을 코어에 집중했다.
이 같은 전략은 단기적으로 성장률과 주당순이익(EPS)의 변동성을 키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고마진·고반복·고장벽' 사업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뉴욕증시에서 거래되는 다나허 주가는 2021년 9월경 약 300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가 추세적으로 하락 반전, 2025년 중반에는 18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 특수와 그 이후 조정이 겹친 전형적인 사례다.
팬데믹 기간 동안 세페이드(Cepheid)를 비롯한 진단 사업은 분자 PCR 키트와 장비 판매로 비정상적인 호황을 누렸다. 생명과학과 바이오프로세싱 부문도 백신 및 치료제 개발과 생산을 위한 연구·설비 투자가 집중되면서 매출과 이익이 급증했다.
이 시기에 시장은 다나허를 고성장·고품질 성장주로 평가하며 주가수익률(PER) 30~40배에 달하는 높은 멀티플을 부여했다. 문제는 팬데믹 이후였다. 코로나19 관련 수요가 정상화되면서 진단 매출은 베이스가 높아진 상태에서 역기저에 직면했고, 바이오텍 벤처 자금 조달 부진으로 초기 단계 연구 장비와 소비재에 대한 수요도 둔화했다.
2024~2025년 일부 분기에 다나허는 코어 매출이 한 자릿수 감소 또는 정체를 기록했고, 조정 주당순이익(EPS)이 컨센서스를 소폭 밑돌기도 했다. 특히 2025년 초에는 경영진이 바이오프로세싱 수요가 바닥을 통과하는 중이지만 본격적인 회복은 하반기 이후라는 식의 메시지를 내면서 단기 투자자들의 기대를 낮췄다.
이런 가운데, 여전히 높은 밸류에이션은 조정 압력을 받았고 다나허는 결국 실적은 둔화와 밸류에이션 과도의 전형적인 디리레이팅, 즉 멀티플의 하락 국면을 거칠 수밖에 없었다.
한 보고서는 과거 3년간 다나허의 주당순이익(EPS)이 연평균 19%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주가는 연평균 5% 정도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2024년 말 주가수익률(PER)이 의료·헬스케어 장비 섹터 평균보다 여전히 크게 높은 수준이었다는 설명이다. 이런 괴리가 2025년 내내 주가를 누르는 힘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shhw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