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인도가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미국으로부터 50%의 관세를 부과받고 있는 가운데, EU와의 무역 관계 강화를 통해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인도 이코노믹 타임스(ET) 등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 의장이 이달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의 일정으로 인도를 국빈 방문할 예정이다.
EU 두 수장의 이번 방문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공식 초청에 따른 것으로, 두 수장은 26일 인도의 제77회 '공화국의 날'에 참석한 뒤 27일 모디 총리와 제16차 인도-EU 정상회의를 갖는다.
◆ "인도-EU FTA, 모든 협정 중 가장 중요해"
이번 인도-EU 정상회의에서는 특히 양측의 FTA와 관련된 내용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ET는 "인도가 EU 최고 지도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10년래 가장 중요한 무역 협정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었다"며 "'모든 협정 중 가장 중요한 협정이 될 것'이라는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의 발언은 이 협정의 규모와 상징성을 잘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EU와 인도는 2007년 F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지만 인도의 수입 관세 철폐와 인도 숙련 노동자에 대한 EU 비자 발급 문제 등을 둘러싼 의견 차이로 2013년부터 협상을 중단했다. 특히 인도의 높은 자동차 및 주류 수입 관세, EU의 강력한 지식재산권 보호 요구, 인도 정보기술(IT) 기업의 데이터 보안 우려 등이 발목을 잡았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협상 재개를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돌파구는 2020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과 지정학적 긴장으로 공급망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마련됐다. 이후 2022년 6월 협상이 공식 재개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고조되면서 양측 간 협상은 지난해 이후 급물살을 탔다.
ET는 "이번 협상에 대한 새로운 절박함은 세계 무역 환경의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며 "인도 수출품이 미국의 50% 관세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인도의 최대 무역 파트너인 EU는 무역 다변화에 중요한 통로를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이어 "인도-EU FTA는 양자 무역 협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세계 최대 소비 시장 중 하나와 최대 무역 블록을 연결하는 이 협정은 세계 무역 흐름을 재편하고, 디지털 무역·투자 보호·녹색 성장 등 분야 협력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T에 따르면, 인도와 EU 간 양자 무역액은 2024년 기준 1200억 유로(약 205조 6188억 원)를 기록했다. EU는 인도 전체 수출의 약 17%, 인도는 EU 수출의 약 9%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EU FTA는 양방향 투자를 더욱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이미 인도의 주요 외국인 직접 투자(FDI) 공급원으로, EU의 2000년 4월~2024년 9월 대(對)인도 FDI 규모는 1174억 달러(약 172조 895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인도가 유치한 전체 FDI의 약 16.6%를 차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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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바이두(百度)] |
◆ 印 "노동집약적 상품에 대한 무관세" VS EU "주류 관세 대폭 낮춰야"
이번 정상회의에서 FTA 체결 발표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해 2월 말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27명의 EU 집행위원들과 함께 인도를 방문했을 당시, 양측은 연말까지 FTA를 체결하기로 합의했으나 아직까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상황이기도 하다.
EU는 자동차·의료기기·와인·육류 등에 대한 관세의 대폭 인하와 함께 지식재산권 규제 강화를 원하고 있지만 인도는 이 부분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관계자들은 자동차와 철강이 주요 쟁점이라며, EU는 자국 자동차 제조업체의 시장 접근성 확대를 원하는 반면, 인도는 EU의 탄소 국경 조정 메커니즘과 철강 수입을 제한하는 세이프가드 조치로 인해 철강 수출이 제약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최종 합의안에는 (인도) 농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품목을 제외한 일부 농산물이 포함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인도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의류·섬유·가죽 제품·의약품·철강·석유·전자제품 등 노동집약적 상품에 대한 EU 시장 접근성 개선이다.
특히 인도 섬유 업계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재 인도산 섬유 수출품은 12~16%의 관세를 부담하고 있어 EU와의 무역 협정에 따라 혜택을 받고 있는 방글라데시·베트남 등 경쟁국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ET는 "자동차 및 전자 제품 등 분야에서 인도 표준이 더 빠른 인정을 받는다면 인도 기업들이 유럽 가치 사슬에 더욱 쉽게 통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는 또한 올해부터 철강·알루미늄·시멘트 등 고탄소 제품에 20~3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EU 계획에도 반대하고 있다.
hongwoori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