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유족이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문을 공개했다. 이들은 사건 당시 문재인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주장하며 유엔(UN)에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고(故) 이대준 씨의 친형인 이래진 씨와 변호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이날 오전 서초구 라이프비즈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1심 재판부의 판단에 대한 문제 제기 및 검사의 반쪽 항소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유족 측은 700쪽에 달하는 판결문을 공개했다. 판결문에는 사건 당시 국가정보원과 해양경찰, 군 당국이 확보한 감청 내용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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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고(故) 이대준 씨의 친형인 이래진 씨와 변호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19일 오전 서초구 라이프비즈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2026.01.19 right@newspim.com |
판결문에 따르면 해병대 연평부대는 2020년 9월22일 오후 3시30분께 이 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이는 첩보 수집을 시작했고, 1시간 가량 모인 첩보를 토대로 1차 초기보고서를 작성해 군 상부에 보고했다. 합동참모본부를 거친 특수첩보는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과 국가안보실 등에게까지 전달·공유됐다.
박지원 당시 국정원장에게는 오후 5시37분께 서면으로 보고됐다. 통신첩보는 북한 선박간 통신 내용이었다. 오후 3시49분 이 씨가 '소형 부유물을 타고 표류중'이라고 언급한 내용이 담겼다.
비슷한 시점, 중부지방해양경찰청도 국정원의 특수첩보 상황을 전파 받아 '국내인으로 추정되는 불상의 남자가 북한 강령군 등산곳 해상에서 구명의를 입고 "살려주세요"라고 구조 요청을 하는 북한군 통신내용을 감청했다'는 문건을 작성했다.
해경은 해당 문건에서 '마지막 감청 당시 요구조자 상태는 살아는 있으나 눈밑이 검하게 변하고 생명의 지장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통신내용을 감청했다'고 표현했으며, '국정원에 의하면 통일부 대북연락과 등에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음'이라고 적었다.
해당 내용들은 오후 6시36분께 당시 대통령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고,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은 보고 후 퇴근했다.
통일부 역시 국정원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달받아 상황보고를 작성했다. 통일부는 오후 6시부터 밤 10시5분까지 들은 내용을 정리했는데, '(이 씨가) 저녁 시간대까지는 생존한 것으로 확인되나, 이후 상황은 파악 불가'라고 언급했다.
유족 측은 여러 정황상 정부가 이 씨의 생존을 판단할 수 있었음에도, 정부가 아무런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씨의 표류 상황을 인지했음에도 실질적인 구호나 제지 조치를 실행하지 않은 채 감시·첩보 수집에 머물었다는 것이다. 재판부 역시 판결문에서 "사후적 관점에서 보면 지나치게 안이한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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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2020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은폐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왼쪽부터),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사진=뉴스핌DB] |
이래진 씨는 "우리나라 정부가 통신 내용을 구체적으로 감청했음에도 구조하지 않았다"면서 "국정원은 통일부 대북연락과 등에서 대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대응했는지 통일부가 유족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국정원과 국방부 777부대, 연평 해병대의 감청에서 보듯, 당시 상황은 긴박했고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살려내라', '구조하라'는 자들이 단 한명도 없었다는 것이 다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인 국가의 시스템이라면 국민을 살리고 지켜내야 했다"며 "(문재인 정부)안보라인 전체는 7.62mm 기관총으로 자국민을 난사할 때까지 지켜보고만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기윤 변호사는 "판결문은 피고인들에 대해 무죄를 준 판결문이지만, 반대로 대한민국 정부가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군에 총살당하고, 불태워질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내용이 담겼다"면서 "북한의 만행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고 부연했다.
유족 측은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를 유엔에 전달해 인권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다. 김 변호사는 "2월에 방한하는 유엔인권보호관에 북한의 만행과 한국 정부가 구조하지 않은 사실을 입증하는 이번 판결문을 전달할 예정"이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도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지난해 12월 26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원장과 서 전 장관,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고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게 피살된 사실을 고의로 은폐하고 자진 월북한 것으로 왜곡 발표하고, 관련 첩보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그러나 재판부의 무죄 선고 이후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 등 혐의를 받는 서 전 실장과 김 전 청장에 대해서만 항소하고, 박 전 원장과 서 전 장관, 노 전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항소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에 유족 측은 검찰의 일부 항소에 대해 김민석 국무총리와 박철우 서울중앙지검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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