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최강야구와 불꽃야구의 저작권 분쟁은 단순히 방송 프로그램의 소유권 싸움이 아니다. 법정 판단이 어떻게 나오든, 새로운 트렌드로 정착한 야구 콘텐츠 제작에 깊은 균열을 남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프다. 어렵게 되살린 프로야구 열기에 불필요한 그늘을 드리운다는 점에서 씁쓸함이 크다.
다툼의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다. 최강야구가 히트상품이 된 후 제작사 스튜디오 C1과 방송사 JTBC가 제작비 부담과 수익 배분에서 이견이 생기면서 결별했다. 스튜디오 C1이 김성근 감독 등 기존 출연진과 포맷을 거의 그대로 가져가 유튜브 예능 불꽃야구를 론칭하면서 분쟁이 본격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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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강야구 포스터. [사진=JTBC] |
◆ 소송에선 이겼지만, 시청률은 곤두박질
지난달 법원은 불꽃야구가 최강야구의 성과와 포맷을 사실상 이어받았다는 취지로 저작권침해·부정경쟁행위 금지 가처분을 인용했고, 팀 명칭과 본편 영상의 제작·배포를 막았다. 1심 재판은 진행 중이지만, 가처분 결과만 놓고 보면 JTBC의 승소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JTBC는 최강야구를 2월 종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즌3의 시청률은 1%대 초반으로 출발했지만, 0%대로 내려가 고착된 게 영향을 미쳤다. 방송계 안팎에서는 재정비보다 폐지에 더 무게를 둔다. 이에 불꽃야구는 법원이 막았고, 최강야구는 시청률이 밀어냈다는 한탄이 나온다.
이 지점에서 '승자의 저주'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경쟁에선 이겼지만, 그 대가로 더 큰 손실을 떠안는 상황이다. 법적으로 원조 IP를 지켜냈지만, 콘텐츠 시장과 팬심은 등을 돌렸다. 결국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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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꽃야구 포스터. [사진=스튜디오C1] |
◆ 난처한 위치에 선 야구인들
야구인 단체들의 위치도 편치 않다. 원로 모임인 일구회는 최근 "최강야구와 불꽃야구는 모두 한국 야구의 소중한 자산이며, 어느 한쪽이 사라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공멸만은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의회는 더 복잡하다. 은퇴 선수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지만, 회원들이 양쪽 프로그램에 걸쳐 있다. 한쪽 편을 들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종범이라는 이름이 겹친다. 그는 최강야구 감독이자 한은회 회장이다. 이해 당사자이면서 동시에 조정자의 위치에 있다. 어떤 말을 해도 오해를 부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누가 옳고 그른지를 따지는 순간 논의는 '야구판 정치'로 변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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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강야구 이종범 감독. [사진=JTBC] |
◆ 1000만 관중 시대에 드리운 그림자
프로야구는 2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최강야구와 불꽃야구는 이 과정에서 분명 큰 역할을 했다. 은퇴 선수, 비인기 구장, 지역 야구에 스토리를 입히며 야구의 외연을 넓혔다.
그런데 지금 팬들이 보는 장면은 소송, 영상 삭제, 종영 논란이다. "야구 예능은 결국 돈 때문에 깨진다", "야구판은 건드리면 피곤하다"는 인식이 퍼지는 순간 가장 먼저 등을 돌리는 건 스폰서와 플랫폼이다. 야구 콘텐츠 투자가 줄면서, 관심과 돈이 현장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손해는 결국 리그와 팬이 떠안는다.
◆ 소송은 법대로, 야구는 공동의 책임으로
두 제작 주체의 법적 다툼에 제3자가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법적 문제는 법원이 판단할 사안이다. 다만 그와 별개로 야구계가 외면해서는 안 될 과제도 분명하다. 이번 사태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자율적 안전망을 마련하는 일이다.
일구회, 한은회, KBO가 머리를 맞대고 현역·은퇴 선수의 예능 출연 기준, 협회 및 구단과의 사전 협의 절차, 포맷과 IP 존중 원칙 등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법적 구속력은 없더라도, 야구 콘텐츠를 둘러싼 합의된 룰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충돌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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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강야구에서 불꽃야구 사령탑으로 옮긴 김성근 감독. [사진=JTBC] |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편 가르기가 아니다. 특정 프로그램을 지키거나 비판하는 문제가 아니라, 야구 콘텐츠 전체의 신뢰를 회복하는 작업이다. 야구가 더 이상 분쟁의 소재가 아니라, 콘텐츠로서 존중받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
◆ 이길 사람을 가리는 싸움이 아니다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남느냐가 본질이다. 법적으로 승자가 나오더라도 야구 예능 시장이 얼어붙는다면, 그 승리는 공허하다. 팬과 시장이 등을 돌린다면, 명분 역시 힘을 잃는다.
최강야구와 불꽃야구가 남긴 가장 큰 성과는 시청률이 아니라, 야구가 예능의 중심 서사로 설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그 성과가 소송과 갈등의 기억으로 덮여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가 '승자의 저주'로 남을지, 아니면 야구 콘텐츠가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될지는 지금부터의 선택에 달려 있다. 팬들이 바라는 결말은 복잡하지 않다. 궁극적으로 야구만은 지켜지는 엔딩이다.
zangpab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