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제(이하 토허제)를 서울 전역으로 확대 시행한 이후 토지거래 허가율이 70%대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직후 거래를 완료하지 못한 수요가 허가 요건 충족 여부와 무관하게 일제히 신청에 나서면서, 불허 비율이 함께 높아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
|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 허가율 78%로 급락…토허제 풍경 왜 바뀌었나
19일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토지거래허가제를 서울 전역으로 확대 시행한 이후부터 같은 해 12월 말까지 서울 전역의 토지거래허가율을 집계한 결과 78.3%로 나타났다. 총 9935건 중 7777건만 허가를 받은 셈이다.
이는 과거 비중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양천구갑)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3월까지 토지거래 허가 건수는 총 1만2828건이었다. 같은 기간 허가 신청 건수는 1만2906건으로 평균 허가율은 99.4%에 달했다.
불허 사유는 공개하지 않는다. 법령상 의무가 없고 행정 관행상 미공개 원칙을 따라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에서도 토지거래허가 관련 정보를 각 자치구로부터 취합하고 있지만 건수와 유형만 있을 뿐, 불허 사유는 별도로 관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도 "관련 법령에 불허 사유를 반드시 공개하도록 한 조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배경으로는 제도 확대 직후 '선(先)신청'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점이 거론된다. 지난해 10월 토지거래허가구역(이하 '토허구역')이 갑작스레 서울 전역으로 확대 지정되면서, 규제 시행 이전에 거래를 마치지 못한 매수자들이 요건 충족 여부에 관계 없이 우선 허가를 신청하고 본 사례가 적지 않았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실거주 요건이나 토지이용계획을 충족하지 못한 신청이 대거 접수되며 결과적으로 불허 비율이 함께 높아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토허구역 확대 이후 시장에 일종의 '막차 수요'가 몰렸다"며 "요건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일단 신청이나 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불허 건수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고 해서 모든 거래에 허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주거지역 18㎡, 상업지역 20㎡ 초과 시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대부분의 주택 매매가 허가 대상에 포함되는 구조다. 불허 처분을 받은 경우 통지일로부터 90일 내로 행정심판을 제기할 수 있다. 이 또한 기각되면 30일 이내 행정심판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 법조계 "허가 전 계약 효력 없어, 가계약금 돌려줘야"
최근 수도권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빠르게 오르면서 우선 거래를 약속하고 추후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는 매수인이 늘고 있다. 그러나 허가를 받지 않고 계약서부터 작성하는 행위는 '부동산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적발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계약 체결 당시 개별공시지가 기준 토지가격의 30% 이하에 해당하는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과거에는 관행적으로 토지거래허가를 받으면 해당 계약이 유효하다는 1991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계약 특약을 두곤 했다. 우선 매도인에게 가계약금을 지급하고 허가가 떨어지면 본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같은 가계약금은 신청 불허 시 돌려받을 수 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의 토지거래 계약은 원래 효력이 없다"며 "허가를 받게 되면 그때 비로소 유효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계약금을 걸었다면 원칙적으로 서로 돌려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토허구역 거래의 특수성상 계약금도 허가 불발 시 반환하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거래상 혼란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상반기부터 토허구역 매매의 경우 허가가 나온 이후 계약서를 체결하라는 권고를 중개사무소에 전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행정 조치가 시장 전반이나 가격 흐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서울 주택시장은 금리 등 거시적 금융 요인과 부동산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곤 하나 토허제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는 조사 결과도 있어서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일대 토허구역을 분석한 결과, 시행 2년 이후에는 규제구역 내 가격 안정 효과가 소멸했고 오히려 인접 지역의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 교수는 "토허구역 지정으로 거래량이 급감하면 재산권 행사를 제약하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지만, 그 이후에도 가격 안정 효과가 지속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