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시도가 촉발한 대서양 무역전쟁 우려가 미 주식, 채권, 달러의 '트리플 약세'를 촉발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고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4.20%를 뚫고 오르며 주식시장에 추가 약세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를 키웠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870.74포인트(1.76%) 내린 4만8488.59에 마쳤으며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43.15포인트(2.06%) 하락한 6796.86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561.07포인트(2.39%) 급락한 2만2954.32로 집계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편입을 위해 관세 카드를 꺼내 들고 유럽연합(EU)도 보복 조치 신호를 보내면서 이날 금융시장에서는 불안감이 증폭했다.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과 국채, 달러화를 공격적으로 매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오는 2월 1일부터 그린란드가 속한 덴마크와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핀란드, 영국에 추가 관세 10%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그린란드 편입과 관련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은 이 같은 관세를 오는 6월부터 25%로 인상할 방침이다.
유럽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유럽에서는 EU가 반강압규정(Anti-Coercion Instrument, ACI)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CI는 상대국이 경제적 압박을 가할 때 관세를 뛰어넘어 모든 경제적 수단을 활용하는 조치로 서비스와 투자, 지식재산권까지 광범위하게 타격할 수 있어 '무역 바주카포'로 불린다. 이 같은 조치는 미국 대형 기술 기업들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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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사진=로이터 뉴스핌] 2026.01.21 mj72284@newspim.com |
에버코어의 크리시나 구하 애널리스트는 "이것은 또다시 전반적인 전 세계 위험 회피 속 '셀 아메리카'"라며 "전 세계 투자자들은 변덕스럽고 신뢰할 만하지 않은 미국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줄이거나 헤지하려고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우려에 기술주는 큰 폭으로 내렸다. S&P500 기술업종과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업은 이날 2.94%, 2.06% 각각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4.36% 급락했으며 애플과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도 3.46%, 2.42% 밀렸다.
경기 민감 업종의 주식도 약했다. JP모간 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를 포함한 대형 은행과 캐터필러, 유나이티드 파슬 서비스(UPS)와 같은 경기 민감 산업주, 포드차,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와 같은 임의 소비재 기업도 약했다.
알리안츠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찰리 리플리 선임 투자 전략가는 "우리는 이것을 '해방의 날' 즈음에 본 것의 다소 제한된 버전으로 보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전 세계가 아닌 유럽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 지난해 4월만큼 시장의 움직임이 강하지 않은 이유라고 판단했다. 리플리 전략가는 "이러한 불확실한 여건은 리스크 오프(risk-off, 위험 회피) 분위기를 만들고 이것은 주식시장에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겁에 질린 시장에서 변동성은 확대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장보다 31.34% 급등한 20.83을 기록했다.
미 장기 국채와 달러화 가치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미국 동부 시간 오후 3시 27분 전장보다 6.2bp(1bp=0.01%포인트(%p)) 상승한 4.291%를 가리켰고, 30년물도 7.7bp 오른 4.917%를 나타냈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 금리 상승도 주식시장 분위기를 악화할 수 있는 요인이다. 2022년 이후 주간 종가 기준으로 10년물 금리가 4.20%를 오른 사례는 총 10차였으며 이 경우 S&P500지수는 이후 2개월간 평균 2.6% 하락했다.
LPL 파이낸셜의 애덤 턴키스트 수석 기술 전략가는 "기술적 관점에서 10년 수익률은 4.20%의 저항선을 뚫은 후 바닥권에서 탈출했다"며 "이로 인해 금리가 200일 이동평균선(이평선) 위로 올라섰는데 이는 금리의 추가 상방 위험을 예고하는 기술적 신호"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전에 4.20%를 넘으면 주식에 문제가 됐으며 특히 그 변화 속도가 가파를 때 더욱 그랬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상황이 시장을 극단적인 분위기로 몰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볼래스트 락 프라이빗 웰스의 짐 캐럴 선임 자산 고문은 "우리는 위험 지표에서 의미 있는 반응을 봤고 지난 금요일부터 이것은 매우 커다란 변화"라면서 "그러나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져 투매에 나설 정도의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기타 특징주를 보면 쓰리엠(3M)은 연간 이익 전망치가 월가 예측에 못 미치면서 6.88% 급락했다. 금값이 온스당 4700달러를 뚫고 오르며 금 광산주는 상승했다. 아이엠 골드는 3.96% 급등했고 앵글로골드 아샨티도 7.87% 전진했다.
이번 주에는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수정치와 1월 구매관리자지수(PMI), 개인소비지출(PMI) 1월 지표 등이 예정돼 있다. 넷플릭스와 인텔 등 굵직한 기업들의 실적도 발표된다. 실적 발표를 앞두고 월가에서 긍정적 전망이 제시되며 인텔은 이날 3.41% 상승 마감했다. 기술주의 전반적인 약세 속에서도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0.62% 상승했다.
mj722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