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를 지배구조 문제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지분 제한이 의사결정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 경우 오히려 신속한 대응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디지털자산기본법에 가상자산거래소 최대주주의 지분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현행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ATS) 대주주 지분 한도(15%)를 준용한 구조다. 금융위는 가상자산이 제도권에 편입되는 만큼 거래소의 위상과 책임에 상응하는 지배구조 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지배구조 분산 규제에 힘을 싣고 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최근 "지배구조 분산을 통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가상자산 거래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며 2월 내 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주주 지분 제한 도입을 공식화한 셈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거버넌스 문제로 규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고의 본질은 대주주의 의사결정 왜곡이나 소유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전산 시스템상 입력 오류에 따른 기술적 사고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을 제한한다고 해서 직원의 전산 입력 오류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분 규제보다 다중 승인 절차 강화, 자동 경고·차단 장치 도입 등 내부통제 시스템 고도화가 보다 실효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지분 제한이 시행될 경우 업계 전반에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15~20% 한도가 적용되면 5대 가상자산거래소 모두 대주주 지분 매각이 필요하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송치형 의장이 25.5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빗썸은 빗썸홀딩스가 73.56%를, 코인원은 차명훈 대표가 개인회사 지분을 포함해 53.44%를 보유하고 있다. 코빗은 NXC가 60.5%, 고팍스를 운영하는 스트리미는 바이낸스가 67.45%의 지분을 각각 보유 중이다.
학계에서도 규제 방향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된다. 임병화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주주 지분 제한이 이번과 같은 구조적 문제를 사전에 발견하거나 예방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라며 "사안을 지배구조 문제로 단순화할 경우 실효성 없는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빗썸과 업비트는 각각 이번 유령코인 사태와 대규모 해킹 사태에서 모두 피해자에 대한 즉각적인 전액 보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양사의 빠른 보상 결정은 명확한 의사결정 구조가 작동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반대로 지분이 과도하게 분산돼 있을 경우 보상안 도출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간 협의가 길어지면서 의사결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야당에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인 11일 국회 정무위 긴급현안질의 "대주주 지분율을 제한하게 될 경우 풀리는 지분을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같은 글로벌 업체들이 훑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현 정권에 이해관계 있는 세력에 지분이 흡수되는 걸 염두에 둔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에 준하는 규율 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가상자산거래소는 1100만 명의 투자자와 70조원 규모의 자산을 다루는 인프라 성격의 사업자"라며 "금융사 수준의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고 시장 신뢰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을 2단계 법안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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