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최영수 선임기자 = 해운·조선업계의 숙원과제였던 '해사법원 설치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해양전문가들이 요구했던 해사법원이 부산에 설치될 경우 정부가 추진하는 '부산해양수도' 조성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부산과 인천으로 이원화된 구조는 기대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집중과 선택이 아닌 정치적인 나눠먹기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 숙원과제 입법 결실…'부산해양수도' 조성 탄력
국회는 12일 본회의를 열고 '해사법원 설치법'을 통과시켰다. 해사법원을 신설해 해상사고와 같은 분쟁을 전담하도록 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해상사고, 선박금융, 해상보험, 용선·운송계약 분쟁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건을 일반 법원이 담당해 왔다. 이로 인해 판결의 일관성과 전문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때문에 해사법원 신설은 해운·조선업계와 학계가 꾸준히 요구해 온 숙원과제였다. 이재명 정부 들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해사법원 신설을 적극 추진하고 나서면서 탄력을 받았다.
특히 해사법원 신설은 '부산해양수도 조성'을 위한 필수적인 과제로 꼽히고 있다. 세계 2위 환적항만을 보유한 부산은 부산항만공사를 중심으로 항만물류·선박금융·해양클러스터를 집적해 왔다. 여기에 해사법원까지 더해질 경우, 분쟁 해결 기능까지 갖춘 '해양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국제해사 분쟁을 국내에서 신속하고도 전문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면, 이는 곧 국가 해양경쟁력 제고로 직결된다. 해사법원 설치는 단순한 사법 인프라 확충을 넘어 우리나라가 '동북아시아의 해사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그동안 해양사고 관련 분쟁이 있을 경우 영국의 해사법원을 통해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국내에 해사법원이 신설되면 해운업계 분쟁 해결은 물론 부산해양수도 조정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 정치권, 선택과 집중 대신 '나눠먹기' 선택
하지만 해사법원이 부산과 인천으로 이원화되는 것은 '반쪽 출범'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부산에 단독으로 설치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수도권 접근성과 지역균형 논리를 반영해 인천에도 법원을 두는 절충안이 채택됐다.
문제는 전문법원의 핵심 가치인 '집중'과 '축적'이 분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해사사건은 사건 수 자체가 폭발적으로 많은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판사와 전문인력, 판례가 한곳에 모여야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1심 법원뿐만 아니라 고등법원까지 인천으로 양분된다는 점은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1심에 이어 항소심까지 이원화된 구조는 판례 축적의 통일성과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해사법원이 부산과 인천으로 이원화된 것은 분명히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라면서 "부산해양수도 조성을 위해서는 관련 기능을 부산으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해사법원 모델' 런던·싱가포르는 집중…전문성 고도화
실제로 국제 경쟁력을 갖춘 해사법원 모델로 언급되는 런던이나 싱가포르는 선택과 집중의 대표 사례다.
해사사건을 한 축으로 집중시켜 전문성을 고도화해 왔다. 해수부와 업계가 이를 모델 삼아 부산으로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지만 정치권은 결국 나눠먹기를 선택한 셈이다.
신설되는 해사법원이 진정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건 배당 기준의 정교화, 전문 판사 양성, 국제 중재와의 연계 강화 등 후속 조치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수도권인 인천과 이원화되면서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은 숙제가 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해사법원 신설이 확정된 만큼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도록 후속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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