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대법원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헌재는 "재판소원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 권력분립원칙에 반한다거나 사법권 독립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그 헌법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13일 26쪽의 '재판소원 도입 관련 FAQ'를 공개하며 입장을 밝혔다. 헌재는 "사법권 독립은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라며 "재판이 헌법에 어긋나는 경우 내부적으로는 심급제도를 통해, 외부적으로는 헌법재판권한을 가진 헌법재판소를 통해 교정하는 것이 이원적 사법체계를 택한 우리 헌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재판소원이 헌법개정 사안이라는 대법원 의견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헌재는 "헌법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헌법소원의 대상을 입법이나 행정의 작용에 국한하고 있지 않다"며 "이로써 재판소원의 헌법적 근거는 명확하다"고 언급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이른바 '재판소원' 및 '대법관 증원법'에 대해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라며 우려를 표했다. 조 대법원장은 "헌법과 우리 국가 질서에 큰 축을 이루는 사안인 만큼 공론화를 통해 충분한 숙의 끝에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보낸 의견서 등을 통해 재판소원이 현실현되면 "소송지옥이 될 것" 등을 주장하며 우려했다.
재판소원 도입으로 '대법원 위 헌법재판소'가 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도 부정했다. 헌재는 "재판소원이 도입되더라도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의 하위 기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며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고유 기능에 따라, 헌법재판권과 구체적 사건에서 재판권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헌재는 "헌법개정을 통해 헌법에 재판소원을 명시하거나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관계를 정립해 규정하는 것이 재판소원 도입의 전제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4심제 논란'에 대해 헌재는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한 사실 확정이나 법률의 해석·적용을 4심이나 초상고심으로서 다시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헌재는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한 헌법해석, 특히 기본권의 의미와 효력에 관한 헌법해석을 최고·최종의 헌법해석기관으로서 다시 심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분쟁의 종국적 해결 지연을 들어 재판소원 도입에 반대하는 것은 헌법의 최고규범성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만의 헌법소원 접수건수 변화 추이를 예를 들며 "초기에는 접수되는 심판건수가 대폭 증가할 수 있으나, 제도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 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대만의 경우 2022년 재판소원을 도입했는데, 그해 4371건의 헌법소원이 접수됐다. 그러나 2023년 1359건, 2024년 1137건으로 줄었다.
현행 단일재판부로 쏟아지는 재판소원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된다면 헌법연구관 및 심판지원인력 증원을 위한 예산 확충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라고 강조했다.
헌재는 "재판소원 운용 과정에서 일부 심판비용의 징수, 남소과징금의 부과, 사전심사절차의 개선 등 제도개선을 통해 비용 절감이 가능한 부분"이라며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는 효율성의 논리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회적 논의나 숙고의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1987년 헌법개정 및 1988년 헌법재판소법 제정을 통해 헌법재판제도를 도입할 때부터 이 부분은 논쟁의 대상이 돼 왔다"며 "재판소원 허용 여부는 헌법재판제도 도입 초기부터 끊임없이 실무와 학계, 그리고 정치권 일부에서 논의돼 온 주제"라고 반박했다.
재판 장기화 우려에 대해서는 "법원이 현재의 심급구조 내에서도 오랫동안 마주해 온 과제로, 재판소원 도입으로 인해 비로소 발생하는 새로운 국면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소원으로 법원의 확정 판결의 효력이 정지돼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재판소원 제기만으로 판결의 효력이 자동으로 정지되는 것이 아니"라며 "극히 예외적인 경우 헌재 결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청구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잠정적으로 해당 공권력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등의 가처분이 필요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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