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의 노선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가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단절)을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 대신 사실상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면서 장 대표 측과 절윤파 측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은 물론 당내 합리적 소장파와 원로에 일부 영남 의원까지 장 대표의 '절윤 거부'를 공격하고 있다. 장 대표의 고립이 심화하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장 대표 체제가 존립 위기를 맞은 것은 아니다. 상당수 영남 의원들은 여전히 침묵으로 장 대표를 묵시적으로 지지하는 분위기다.
절윤파 측은 장 대표가 지방선거를 사실상 포기하고 당권 사수에 나선 것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장 대표 측은 절윤을 반대하는 의견이 다수인 보수층의 여론 조사를 근거로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의 운명이 걸린 총선이 2년 이상 남아 당장 분열이 가시화하지는 않겠지만 사실상 정신적 분열 상황을 맞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장 대표의 노선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오갈 것으로 예상됐던 23일 의총이 제대로 된 토론조차 없이 끝난 게 국힘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도부가 최고위원회 논의가 이미 끝난 당명 개정에 대한 설명과 대구·경북 통합 문제에 긴 시간을 배정하면서 국지전으로 끝나버린 것이다. 일부 의원이 '입틀막 의총'이라고 강하게 반발한 이유다.
의총 막판 몇몇 의원이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지만, 장 대표는 비공개 여론 조사 결과를 앞세워 자신의 주장을 고수했다.
당내 최다선(6선)인 조경태 의원은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내란 수괴범 윤석열과 절연하지 않으면 우리 당은 참패한다고 얘기했다"며 "국민의힘이,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윤 전 대통령의 순장조인가라고 제가 반문을 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어 "지금이라도 상식을 가진 국민의 마음을 담아서 확실하게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고, 나아가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당 소속 의원 모두가 석고대죄하는 모습을 보일 때 국민들께서 그런 부분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 장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했던 조 의원은 "본인이 당을 제대로 끌고 갈 자신이 없으면 스스로 내려오는 것이 맞다"고 했다.
친한계 배현진 의원은 의총장을 나서며 "의원들이 장 대표의 '절윤 거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려고 했지만, 지도부는 의총 주제가 아니라며 발언을 막고 있다. 정국이 비상인데 의총장에선 딴 얘기만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지아 의원도 "우리 당이 어떻게 가야 할지 근본 문제는 먼저 얘기하지 않고 (의총 논의) 순서를 이렇게 짠 것 자체가 의도적"이라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의원들의 비판에 물러서지 않았다. 장 대표는 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이 실시한 비공개 여론 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당 지지층 다수가 우리 당이 윤 전 대통령과 함께 가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총이 싱겁게 끝났지만 갈등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활화산이다. 분열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절윤파와 장 대표 측이 함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장 대표가 믿는 것은 강경 보수층과 상당수 영남 의원들이다. 총선이 2년 넘게 남은 만큼 상당수 영남 의원이 침묵으로 장 대표 체제에 힘을 싣고 있다.
지방선거 위기감이 큰 수도권 중심의 절윤파는 장 대표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3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 정서와 동떨어졌다"며 '절윤' 없이는 6·3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 지도부가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고수할 경우, 서울시장 자리 수성은커녕 대구·경북(TK) 지역에서 패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용태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장동혁 지도부가 '윤어게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당이 망해도, 당권만 쥐고 있으면 그만이냐. 개혁이 곧 반대파에 대한 굴복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절윤파의 공격에 장 대표는 친정 체제 구축으로 맞서는 모양새다. 당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서울 강남·송파·강서·관악·강동구, 대구 달서구 등 인구 50만 명 이상 기초지방자치단체 21곳과 경기도 수원·고양·용인·화성, 경남 창원 등 특례시 5곳을 중앙당의 직접 공천 관할 지역으로 확정했다. 친한계 의원들의 지역도 포함돼 있다. 이들 지역 공천을 주도해 '장동혁 친정 체제'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결국 지방선거 결과가 관건
장 대표 체제의 지속 여부는 지방선거 성적표에 달렸다. 전국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선거 패배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서울과 부산 선거다. 장 대표도 최근 "서울 부산 선거가 중요하다"고 했다. 두 지역이 선거 승패의 기준이라는 의미다.
물론 두 지역 모두 수성하면 장 대표 체제는 다시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승패가 갈리는 경우다. 일각에서는 서울에서 패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부산을 지킨다면 영남 수성을 명분으로 대표직을 고수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부산까지 내줄 경우는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목되는 대목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대하는 태도다. 장 대표는 오 시장과는 각을 세우면서도 박 시장과는 불협화음이 별로 없다. 박 시장도 오 시장과 달리 장 대표 공격을 거의 하지 않는다. 박 시장을 내세워 부산 수성에 올인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장 대표의 운명은 결국 서울과 부산, 특히 부산 선거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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