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23일(현지시간) 미 국채 가격이 반등하고 달러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미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긴급권한에 따른 관세 부과를 기각한 이후,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시장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였다.
앞서 20일 미 국채는 급락했다. 관세 수입을 기업에 환급할 경우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그에 따라 미 재무부의 국채 발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다. 이 여파로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2년물 금리는 2개월 반 만에 최대 주간 상승폭을 기록했고, 10년물 금리도 한 달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그러나 월요일 들어 매도세는 되돌려졌다. 행정부의 무역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재점화되자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을 줄이고 국채를 매수했다.
◆ 10년물 4.03%로 하락…'불 플래트닝' 전개
이날 뉴욕 채권 시장에서 벤치마크인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03%로 하락해 거의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30년물 금리는 2.0bp 내린 4.706%, 2년물 금리는 2.3bp 하락한 3.46%를 나타냈다.
더불어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더 빠르게 하락하는 '불 플래트닝(bull-flattening)' 양상도 나타났다. 이는 통상 경기 불확실성 확대 속 안전자산 선호를 의미한다.
2년물과 10년물 금리 차는 한때 53.60bp까지 좁혀지며 지난해 12월 10일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58.4bp로 다소 확대됐지만, 20일(60.3bp) 대비 여전히 축소된 상태다. 수익률 곡선은 9거래일 연속 평탄화 흐름을 이어갔다.
시카고 FHN파이낸셜의 윌 콤퍼놀레 거시 전략가는 "지난 금요일 발생한 사건을 시장이 아직 소화하는 과정"이라며 "새로운 재료를 반영했다기보다는 다음 주요 지표 발표 전까지 포지션을 정리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 영향 상당 부분은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었다"며 "관세가 뒤집힐 것이라는 예상과, 대통령이 다른 법적 경로를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도 시장에 깔려 있었다"고 덧붙였다.
미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약 56bp의 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다. 이는 25bp씩 두 차례 금리 인하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지난주와 큰 변화는 없다. 연방준비제도(Fed)는 최소 6월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12월 공장 주문이 0.7% 감소해 예상치(-0.6%)를 밑돌았다는 지표가 발표된 이후, 국채 금리는 낙폭을 소폭 확대했다.
◆ 달러 약세…"관세, 달러에 득일까 실일까" 논쟁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다.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1977년 제정된 비상법을 활용해 관세를 부과한 조치가 권한을 넘어섰다는 하급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방식으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토론토 CIBC 캐피털마켓의 사라 잉 외환 전략 책임자는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라며 "시장이 이를 어떻게 할인하고 있는지도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유로/달러는 0.09% 오른 1.1791달러, 달러/엔은 소폭 하락하며 154.63엔을 기록했다.
달러화 약세 속 24일 한국 시간 오전 7시 30분 기준 달러/원 환율은 전장 대비 0.14% 하락한 1446.00원에 거래됐다.
시장에서는 추가 관세가 달러에 긍정적인지 여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관세 강화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추면 달러 강세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면 정책 불확실성 증가는 탈(脫)달러화 우려를 키워 달러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국가로부터의 미국 수입품에 대해 한시적 관세를 10%에서 1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섹션 122'에 근거한 조치로, 150일 이후 연장을 위해서는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유럽의회는 이에 따라 작년 7월 체결한 무역 합의의 승인을 또다시 보류하기로 했다. 관세 환급 여부를 둘러싼 소송도 이어지고 있어, 관련 불확실성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 중동 긴장 고조…비트코인 5% 급락
지정학적 리스크도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했다. 미국은 중동에 대규모 군사력을 배치했으며,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국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 국무부가 레바논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비필수 인력과 가족을 철수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군사 행동을 취할 가능성을 가늠하게 하는 전조 현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일시 5% 넘게 급락하며 6만4151달러까지 밀렸다가 낙폭을 소폭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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