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단기 실적 중심의 과당 경쟁을 자제하고 소비자 보호를 핵심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26일 서울 광화문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생명·손해보험협회장과 주요 보험회사 CEO 14명과 간담회를 열고 보험산업 주요 현안과 정책 방향을 공유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서영일 금감원 보험부문 부원장보와 감독·검사 담당 국장들도 참석했다.
이 원장은 모두발언에서 "보험산업이 국민경제에 기여하며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국내 시장이 포화 단계에 진입한 만큼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총자산 1300조원 규모로 성장한 보험산업이 신뢰 기반 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제3자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은 상품 설계와 과도한 모집수당에 의존한 '제살깎기식' 판매 관행 등으로 일부 상품에서는 사회적 후생이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의료·법률 서비스 등 보험 급부의 과잉 이용으로 사회적 후생이 오히려 감소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양적 성장을 넘어 신뢰와 건전성을 기반으로 한 보험산업의 내실있는 성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하는 기업문화 확립해 달라"고 주문했다. 최고경영진이 직접 소비자 보호 원칙을 조직 전반에 확산시키는 이른바 '톤 앳 더 톱(Tone at the top)'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 "상품 설계부터 판매·유지 단계까지 전 생애주기에서 소비자 보호 지표를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하고, 분쟁 감축을 위한 중장기 전략 수립, 이행 등 소비자 보호 노력을 임직원의 성과보상 체계와 연계해 조직 전반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며 상품위원회 책임성 강화와 내부 통제 체계 정비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단기 실적 중심 경쟁에 대한 경계도 이어졌다.
이 원장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 이후 고수수료 상품 경쟁이 심화되면서 보험료 인상과 건전성 훼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오는 7월부터 보험 판매수수료 제도 개편이 단계적으로 시행을 앞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제도 시행을 앞두고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이나 변칙 시책 등 시장 혼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건전 모집질서를 확립해 소비자를 두텁게 보호하려는 제도 개편 취지가 시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적극 동참해 달라"고 했다. 금감원은 판매수수료 제도 안착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시장 질서를 지속 점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사회적 책임 확대도 주요 화두로 제시됐다. 보험사가 장기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로서 인프라·벤처 투자 등 생산적 금융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령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보장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포용 금융 확대도 요청했다.
재무건전성 관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보험사의 건전성이 계약 이행 능력에 대한 시장 신뢰의 핵심 기반"이라고 언급하며 해외 대체투자 등 불확실성이 큰 자산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주문했다. 기본자본 중심 K-ICS 규제 도입 등 새로운 건전성 감독체계에 선제 대응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금감원 역시 계리가정과 보험부채 평가의 합리성 점검을 강화하고 단기 실적을 부풀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계리감리 전담 조직을 신설한 것도 이러한 감독 강화 기조의 일환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보험사 CEO들은 소비자 보호 중심 경영 필요성에 공감하며 생산적·포용적 금융 확대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판매수수료 개편과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등 주요 제도의 안정적 추진을 위한 당국 지원을 요청했다.
이 원장은 "보험사의 자율과 혁신을 존중하되 소비자 보호와 시장 신뢰라는 기본 원칙에 대해서는 분명하고 일관된 기준으로 관리·감독해 나가겠다"며 "보험업계가 장기적 관점에서 건전 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한다면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간담회에서 제기된 업계 건의 사항을 향후 감독·검사업무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yuny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