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헌법재판소가 시행을 앞둔 재판소원 제도에 대해 "1심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도 재판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10일 밝혔다. 다만 상급심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일부러 1심을 확정시키면 보충성 원칙 위반으로 각하될 수 있다고 했다. 헌재는 또 재판소원 인용 결정에도 법원이 따르지 않을 경우 "명백한 헌법 위반이 될 수 있다"며 법원의 기속 의무를 분명히 했다.
헌재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별관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재판소원 제도의 도입 취지와 준비 상황을 설명했다.
손인혁 헌재 사무처장은 "헌법소원은 공권력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입법·행정·사법 국가권력이 헌법의 궤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했다"며 "그러나 가장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법원 재판에 대해서는 감시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 심급제도는 보다 신중한 판단이 가능해지고, 재판소원은 더욱 촘촘한 기본권 보장 체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소원 제도 도입을 담은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따르면 재판소원은 법원 판결이 확정되는 날부터 30일 이내에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재판소원을 청구한다고 해서 판결 효력이 정지되지는 않는다. 이와 관련해 헌재에 접수된 가처분신청 역시 인용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헌재는 언급했다.
헌재는 무엇보다 '법원 확정 판결'이 재판소원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확정 판결을 '대법원 판결'로 제한하지는 않았다. 손 처장은 "1심도 확정되면 이론상 (재판소원 청구를) 할 수는 있다"면서도 "재판소원 청구 당사자가 능히 2~3심을 거칠 수 있음에도 일부러 재판소원을 청구하기 위해 1심을 확정시킨다면 구제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보충성 원칙 위반으로 각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결을 중심으로 재판소원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기본권 침해 등 재판소원 사유가 있는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는 심급에 상관없이 법원의 판결을 취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심에서 기본권 침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2~3심이 이를 바로잡지 않고 판결한 경우, 재판소원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손 처장은 "1심에서 기본권 침해가 발생했고, 2~3심에서 시정이 안됐다면 1~3심 모두 기본권 침해라는 결과에 있어서 동일하다"며 "당사자는 어느 재판을 선택해서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손 처장은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제일 마지막 단계의 재판을 갖고 재판취소를 청구하는 게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며 "헌재가 (법원의) 재판을 취소하면, 대법원이 환송하더라도 결국 원인을 제공한 심급까지 사건이 내려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성수 헌재 사무차장은 "청구된 재판소원이 어떤 기본권을 어느 단계에서 침해됐는지에 대한 부분은 이유에서 설시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대법원 판결이 취소가 원칙이지만 나머지는 열려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재판소원 결정을 법원이 따르지 않는 등의 상황에서는 재판소원을 다시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헌재는 해석했다.
손 처장은 "법원의 재판을 취소하고 다시 재판한 결과 법원이 헌재의 인용 결정 취지에 따르지 않은 결정을 한 경우, 재판이 확정되고 나서 헌재에 재판소원 청구는 충분히 가능하다"며 "헌재법 75조1항에 명백히 위반되는 재판"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법 75조1항은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손 처장은 "헌재의 분명한 결정 취지에도 법원이 반복해서 동일한 결정을 잔복한다면 중대한 헌법, 법률 위반 재판이 될 수 있다"며 "재판 당사자인 법관의 위헌·위법한 행위로 치환될 수 있다"고 짚었다.
헌재는 재판소원이 인용될 경우 기존의 법원 판결이 취소되는 만큼, 해당 심급에서 재판이 다시 진행된다고 언급했다. 취소된 재판의 심리 등 재판 재개는 헌재가 아닌 법원의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손 처장은 "재판소원의 경우 당사자가 소송을 제기했음에도 법원이 재판하지 않으면 부작위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라며 "헌재가 최소 결정 후 다시 심리해서 재판할 기간을 정하지 않더라도 국가기관은 당연히 법 존중 취지에서 신속할 재판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지난 3일 재판관 회의를 통해 재판소원에 대한 사전심사를 담당할 전담사전심사부를 구성했다. 법조 경력 15년 이상의 헌재 연구관 8명으로 이뤄졌다. 헌재는 연간 1만~1만5000건의 재판소원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중 상당수는 각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손 처장은 "헌법재판은 사실확정된 판결을 다시 들여다보는 절차가 아니"라며 "많은 (재판소원이) 그와 같은 청구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며, 상당수는 지정재판부에서 각하할 거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헌재법 개정안은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으며, 공포 즉시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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