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스페이스X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의 초대형 기업공개(IPO)가 미국 증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보다는 오히려 기존 강세장을 흔들 수 있다는 경고가 월가에서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IPO를 다시 위대하게(Make IPOs Great Again)'를 내세우며 공공·민간 시장 규제 완화에 나선 가운데, 월가는 최근 스페이스X와 앤트로픽 등 초대형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에 사실상 '레드카펫'을 깔고 있다.
주요 지수 제공업체들도 이들 기업의 조기 지수 편입을 위해 규정을 바꾸고 유동주식수(free float) 산정 방식까지 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월가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러한 움직임이 오히려 증시 강세장의 막바지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BofA "강세장 막바지 신호일 수도"
BofA의 주식·퀀트 전략가인 서비타 수브라마니안은 보고서에서 "최근의 변화는 투자 사이클 후반부에 나타나는 인위적 움직임(late-stage machinations)을 연상시킨다"며 "강세장 종료 국면의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 사이클 후반부란 기관투자가들이 보유 자산을 조용히 정리하는 사이 개인투자자들이 투기적으로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시기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시장 하락 직전에 자주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특히 수브라마니안은 스페이스X와 앤트로픽 같은 초대형 IPO가 대규모 신규 주식 공급을 유발해 기존 증시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미국 증시 강세장을 떠받친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는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주식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는 점이었다.
시카고대 산하 증권가격연구센터(CRSP)에 따르면 미국 상장 주식 수는 1990년대 8000개 이상에서 지난해 약 4000개 수준까지 줄었다.
자사주 매입 확대와 장기 비상장 유지, 상장사 인수 후 비상장 전환,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시장 내 유통 주식 수가 계속 감소해왔다는 것이다.
수브라마니안은 "2000년대 이후 이어져온 '주식 감소(equity shrinkage)' 기반 강세장 논리는 이제 끝날 가능성이 있다"며 "대규모 신규 주식 발행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 대규모 신규 상장에 빅테크 매도 압력 우려
그는 이러한 변화가 현재의 미국 증시 구조 자체를 흔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 증시는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으로 불리는 초대형 기술주들이 사실상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2026년 초반에는 상승 종목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시장폭 확장(breadth expansion)' 흐름이 나타났지만, 최근 랠리는 다시 소수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회귀했다는 평가다.
현재 매그니피센트 세븐은 S&P500 지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실제로 S&P500 지수가 지난 4월 10% 이상 상승한 반면, 동일 가중(equal-weighted) 지수 상승률은 6% 수준에 그쳤다.
수브라마니안은 스페이스X와 앤트로픽 같은 초대형 IPO가 기존 빅테크 종목들에 매도 압력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투자자들이 신규 IPO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보유 주식을 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 "패시브 자금, 기존 기술주 팔아 IPO 편입 가능성"
특히 미국 내 자산의 약 60%가 패시브(passive)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으며, 이 자금 상당 부분이 초대형 기술주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또 현금성 자산 약 8조달러를 보유한 미국 은퇴자들 역시 장기 성장주보다는 배당과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제공하는 자산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수브라마니안은 "패시브 펀드들은 신규 상장을 편입하기 위해 기존 보유 종목을 매도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기존 기술주들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이르면 오는 6월 상장을 추진 중이며 기업가치는 2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생성형 AI 스타트업 앤트로픽 역시 오는 10월 IPO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최근 투자 유치 기준 기업가치는 9000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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