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미경 박찬제 기자 = 청와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에이치엠엠(HMM) 소속 나무호 화재 사고 원인이 외부 비행체에 의한 피격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음에도 여전히 절제된 대응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공격 주체를 특정하지 않은 채 '추가 정밀 조사' 이후 대응한다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는 수출입 물동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고조될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칠 타격과 향후 미국의 파병 압박 가능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로우키(Low-key)' 전략으로 보인다.
◆ 정부 합동조사단 '피격' 확인…靑 "민간 선박 공격 강력 규탄"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HMM 나무호 피격 사건 정부 합동조사단 결과와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했다. 위 실장은 "정부는 민간 선박 공격은 정당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정부는 추가 조사를 통해 공격의 주체와 (나무호를 타격한 비행체의) 정확한 기종, 물리적 크기를 식별해 나가고 그에 따라 대응 조치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합동조사단이 1차적으로 나무호 현장 조사를 마친 결과를 보면 미상의 비행체 2기가 나무호 선미 좌현 평형수 탱크 외판을 약 1분 간격으로 2차례 타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무호에서는 타격으로 인한 충격 후 진동을 동반한 화염과 연기가 발생했다.
위 실장은 "사고 당시 선박은 해수면보다 1~1.5m 상단 부분에서 파손이 있었다"며 "폭발 압력으로 인한 파손 패턴과 반구형의 관통 형상, 부위를 고려할 때 기뢰나 어뢰로 인한 피격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단 더 정확한 정보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청와대와 정부의 판단이다.
위 실장은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유관국과 소통해 나가고 현재 인근 해역에 위치한 모든 선원과 선박의 안전을 강화하는 노력을 배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위 실장은 "모든 선박의 안전 보장과 자유로운 통항을 위해 국제 사회의 관련된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강조했다.
◆ 공격 주체 특정은 '유보'…강경 카드도 자제
청와대는 나무호 피격 사실은 확인했지만 공격 주체는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선박을 타격한 미상의 비행체 전문 감식 결과가 필요하다는 이유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고 초기에는) 선박에 파공이 있다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 '침수가 없다', '배가 기울어지지 않았다'는 보고가 있었다"면서 "외부에 충격이 있었다는 말은 있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웠다"고 피격 판단을 유보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때 정부가 판단을 잘못 내린 것은 아니고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며 "판단을 유보하고 정밀한 조사를 한 후에 판단하는 것이 맞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후 피격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최종적으로 현장에 간 조사단이 전문적 감식을 통해 보고를 보내왔다"며 "그로써 판단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기뢰나 어뢰에 의한 피격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비행체 엔진 잔해를 수거해 2차 정밀 감식을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공격 주체를 섣불리 특정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격 주체가 특정되지 않았지만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밝히고 규탄하며 비판하고 있다"며 "공격 주체가 특정되면 거기에 맞는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란 연루 여부 '미지수'…"파악하고 있는 단계"
청와대는 나무호 공격 주체를 이란으로 특정하는 일부 주장에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공격 주체 가능성을 두고) 이란을 말씀하는데, 이란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지금 현재는 미지의 영역"이라며 "파악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어느 나라가 특정돼 있지는 않고 여러 나라 가능성을 놓고 파악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란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재검토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 새로운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외교부가 전날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소환한 것도 초치(상대국 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행위)가 아니라 관련국에 정부 합동 조사 결과를 설명하는 소통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한 이란대사를 만나 이야기한 것도 (공격) 대상을 특정해서 한 것은 아니고 (이란이) 인근에 관련 있는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에 소통·협력하는 것"이라며 "이란으로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들었다고 보고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나무호 피격이 이란 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과 관련해 "미 측 누구도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근거로 (피격) 발언을 했는지 설명하지 않았다"며 "첫 언론 보도를 보고 발언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 파병 압박과 경제 파장 고려한 외교 방정식
청와대가 피격 사실 확인에도 강도 높은 대응을 자제하는 이면에는 복합적인 외교 셈법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 수출입 물동량의 핵심 통로다. 이 일대 긴장이 고조될 경우 국내 유가와 물류비 부담이 현실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이 한국의 해협 안전 활동 참여, 나아가 파병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반 상선에 대한 공격은 용납될 수 없고 규탄 대상이라는 것은 분명하다"며 "지금 공격 주체를 특정하고 있지 않고 특정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때까지는 어떤 예단을 갖거나 미리 단정해서 조치하겠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판단이 서는 대로 적절한 수위의 대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고려하는 대처 수위는 한국 선박 외에도 비슷한 피격 피해를 입은 국가와 유사한 수준이다. 이 관계자는 "한국 말고도 그 지역에서 유사한 피격을 당한 선박들은 없지 않다"며 "프랑스와 중국, 태국 등 여러 국가가 있다. 우리가 하려는 대처는 상식적으로 다른 나라들이 유사한 상황에 대처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영국과 프랑스 주도의 국제 연대뿐 아니라 미국 주도의 '해양자유구상(MFC)' 참여를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 "해협의 안전과 자유로운 통항을 위한 국제 노력에는 다 협의하고 검토하고 필요한 협력을 하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 언급과 관련해 "이 대통령의 기본 지침은 한국의 재외국민, 재외자산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라는 것"이라며 "국제적인 원칙이나 국제법적 기준에 맞게 대처하라는 것이며 그렇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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