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로 전쟁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장기채권 매도세와 미 달러화 강세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 여파로 미국 장기 국채 수익률은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고,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다시 반영하기 시작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한때 5.197%까지 오르며 19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장중 기준 5.5bp(1bp=0.01%포인트) 오른 5.178% 수준에서 거래됐다.
미국 기준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물 국채 수익률 역시 장중 한때 4.687%까지 상승하며 2025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8.7bp 오른 4.667% 부근에서 움직였다.
시장에서는 최근 미국과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장기채 중심 매도세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이란 간 평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지난 2월 말 전쟁 발발 이후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졌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전날 배럴당 111달러까지 치솟았다. 다만 이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이란 공격 계획을 보류했다고 밝히면서 일부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이 이란을 다시 공격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실제 공격 명령 직전까지 갔다가 이를 연기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전쟁이 단기간 내 종료되더라도 국제유가가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하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장기 국채 수익률이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BMO캐피털마켓의 미국 금리 전략가 베일 하트먼은 "중동 상황에 대한 명확성이 확보되기 전까지 투자자들은 장기물 듀레이션 리스크를 확대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도세가 더 확산되면서 새로운 금리 고점이 형성된 이후에야 본격적인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 "연준 금리 인상 가능성 재부각"…달러 6주 최고치
미 국채금리 급등과 함께 달러화도 강세를 나타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이날 0.34% 상승한 99.30을 기록했다. 유로화 대비 달러의 가치는 6주 만의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시장에서는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연준이 다시 매파적 기조로 전환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현재 연준이 오는 12월까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약 50~55% 반영하고 있다. CME 페드워치 기준 다음 달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94.2%로 나타났다.
다만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실제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근원 소비자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이 추가 상승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로이터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기존의 금리 인하 전망 시점을 대부분 내년으로 늦춘 상태다. 현재의 인플레이션 재가속 현상이 일시적일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스코샤뱅크의 외환 전략가 에릭 테오레는 "시장은 이제 다시 인플레이션과 채권시장, 그리고 연준 대응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과 영국이 미국보다 덜 긴축적인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달러 강세를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0.41% 하락한 1.1607달러를 기록했고, 영국 파운드화도 0.25% 내린 1.3399달러에 거래됐다.
달러화 강세 속 달러/원 환율은 한국 시간 20일 오전 7시 20분 기준 전장 대비 1.03% 오른 1507.40원에 거래되고 있다.
◆ 엔화 159엔까지 하락…日 개입 경계감 확대
일본 엔화는 달러 대비 0.13% 하락한 달러당 159엔 수준까지 밀렸다. 시장에서는 엔화 가치가 다시 일본 정부 개입 경계 구간에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발표된 일본 경제지표는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강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에 따라 일본은행(BOJ)이 오는 6월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시장에서는 일본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이 재정 부담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과도한 환율 변동성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엔화 방어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이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일본 당국이 추가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편 시장 일각에서는 최근 장기채 매도세가 상원 인준을 통과한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 지명자에 대한 시험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DRW트레이딩의 전략가 루 브리엔은 "워시 지명자는 연준 정책 운영 방식에 대해 채권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라며 "채권시장이 이를 요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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