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주범인 라덕연 전 호안투자자문 대표가 법원 판단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은 장외파생상품인 차액결제거래(CFD)를 통한 시세조종성 주문도 자본시장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20일 오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라 전 대표에게 징역 8년과 벌금 1465억 1000만 원, 추징금 1815억 5831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라 전 대표는 2019년 5월부터 2023년 4월까지 금융 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투자자문회사를 운영하며 수천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뒤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라 전 대표가 매수·매도가를 정해 놓고 주식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다올투자증권·세방·삼천리·선광·하림지주·다우데이타·대성홀딩스·서울가스 등 8개 상장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려 7377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1심은 "인위적인 주가부양이 없었다면 폭락 사태가 발생할 여지가 없었고 범행 규모와 수법을 볼 때 조직적이고 지능적이며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대규모 시세조종 범행"이라며 라 전 대표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1465억 1000만 원, 추징금 1944억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1심을 파기하고 형량을 대폭 낮춰 징역 8년과 벌금 1465억 1000만 원, 추징금 1815억 5831만 원을 선고했다.
2심은 시세조종 혐의 계좌 중 151개 '뒷주머니 계좌'와 관련해 "내부 자료와 증권사 자료가 다르고, 위임 여부를 증명할 객관적·충분한 자료가 없다"며 136개 계좌를 혐의에서 제외했다.
또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부분에서도 "2022년 1월 4일 이전 무등록 투자일임업은 중대 범죄가 아니다"라며 해당 기간 정산금 약 114억 원을 범죄 수익에서 제외했다. 추징금 중 중복 부분에 대해서도 "동일 범죄 수익의 중복 추징은 잘못"이라며 라 전 대표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2심은 또한 장외파생상품인 CFD 계좌를 이용한 주문은 자본시장법상 시세 조종죄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뒤집고, 장외파생상품인 CFD를 통한 시세조종성 주문도 자본시장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매매 등이 상당한 비율로 예상되는 장외파생상품을 이용한 피고인들의 주문이 증권사 등을 거쳐 곧바로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에 대한 시세조종행위에 해당하는 통정매매 등 주문으로 이어진 경우에도 시세조종 행위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사건 종목들에 대해 피고인들의 CFD 계좌를 이용한 주문과 주식시장에서의 매매 주문 사이에 다소간의 시간 차이가 나더라도 주식시장에서의 통정매매 등 시세조종행위가 충분히 가능했던 상황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CFD 거래구조 및 장점 등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 사건 종목들에 대한 통정매매 등 시세조종행위를 하기 위하여 CFD 계약을 체결한 증권사 등에 이 사건 종목들에 대해 다수의 CFD 계좌를 이용한 주문을 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장외파생상품 등을 이용해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 주문으로 이어진 경우에도 시세조종행위로 인한 구 자본시장법 위반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과 그 기준을 판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hong9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