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지난 중국 출장 중 항저우의 한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중국인 IT 엔지니어에게 현대차와 중국 전기차 브랜드를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예상보다 분명했다.
"드라이빙의 재미와 차량 완성도는 현대차가 더 낫다고 봅니다. 하지만 전기차 기술만 놓고 보면 지커를 비롯한 지리그룹이 이미 현대차보다 앞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화웨이 관련 업무를 한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짧은 대화였지만 쉽게 흘려듣기 어려웠다. 현대차를 낮게 평가한 말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현대차의 주행 감각과 전체적인 완성도에 대해서는 분명히 인정했다. 다만 전기차라는 영역으로 들어가면 판단 기준이 달라진다고 봤다.
그 말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기자가 베이징 오토차이나와 지커 전시장을 둘러보며 느낀 분위기와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차를 평가하는 기준은 이미 크게 바뀌어 있었다. 얼마나 잘 달리는지, 얼마나 단단하게 만들어졌는지만으로는 부족했다. 실내 디스플레이 구성, 소프트웨어 반응 속도, 음성인식, 자율주행 보조 기능, 앱 연동성, 충전 편의성까지 모두 하나의 전기차 경험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베이징 오토차이나 현장에서 본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전시는 단순한 신차 발표장이 아니었다. 차량은 이동수단이면서 동시에 인공지능(AI), 커넥티비티, 엔터테인먼트, 스마트 주행 기능이 결합된 디지털 기기로 소개됐다. 각 브랜드는 출력이나 주행거리 못지않게 실내 사용자경험(UX)과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강조했다.
현대차의 강점은 여전히 분명하다.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행 완성도와 품질, 디자인 경쟁력을 인정받아 왔다.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 역량만 놓고 보면 중국 현지에서도 현대차를 높게 보는 시각이 있다. 문제는 중국 전기차 시장의 잣대가 그 너머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업체들은 전동화 전환 이후 새롭게 형성된 시장의 문법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BYD는 대중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고, 지리그룹은 지커를 통해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샤오미, 리오토, 샤오펑 등 IT 감각을 앞세운 브랜드들도 소비자 기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은 이제 단순히 많이 팔리는 시장이 아니라 전기차와 스마트카의 기준이 가장 빠르게 바뀌는 시장이 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현대차는 아이오닉 V를 앞세워 중국 전기차 시장 재도전에 나섰다. 현대차는 베이징 오토차이나에서 중국 전용 전기 SUV 아이오닉 V를 공개하고, 아이오닉 브랜드를 중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전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이오닉 V는 현대차가 중국 시장을 다시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관건은 단순히 좋은 전기차를 내놓는 데 있지 않다. 현대차가 오랫동안 강점으로 쌓아온 '차를 잘 만드는 능력'에 중국 소비자가 기대하는 스마트 EV 경험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결합하느냐다. 중국 시장에서 전기차는 더 이상 배터리를 단 자동차에 머물지 않는다. 소프트웨어와 공간, 서비스, 디지털 경험이 결합된 하나의 플랫폼에 가깝다.
항저우 카페에서 들은 "주행은 현대차, 전기차는 지커"라는 말은 그래서 가볍지 않았다. 그것은 한 사람의 개인적 평가이면서 동시에 중국 전기차 시장의 달라진 잣대를 압축한 말처럼 들렸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V로 다시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지금, 승부는 브랜드 인지도나 완성차 제조 역량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소비자가 기대하는 전기차의 기준을 현대차가 얼마나 빠르게 이해하고 따라잡느냐. 중국 재도전의 성패는 결국 그 질문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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