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군체'가 연상호 좀비 세계관의 한층 발전된 버전으로 돌아왔다. 군집을 이루어 사는 특정 동물군의 진화적 특징을 좀비화에 적용해 수수께끼처럼 풀어가는 생존 게임의 막이 올랐다.
20일 영화 '군체'가 국내에서 최초로 베일을 벗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칸 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되고 21일 개봉을 앞둔 채 언론에 공개됐다. '부산행' '반도' '지옥' 등으로 좀비물의 대가이자 장르물을 꾸준히 선보여온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는 영화다. 기존의 좀비 바이러스와는 다른 새로운 특성을 지닌 종의 등장으로 군집을 이루고, 우두머리의 지배와 조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공포스럽게 다가오는 설정을 입혔다.
전지현은 권세정 교수 역을 맡아 '군체'의 고립된 생존자들을 이끈다. 주관이 지나치게 뚜렷해 사회성은 떨어지지만, 특유의 학구적인 태도와 정확도 높은 추론으로 나아가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겉으론 차가운 듯하지만 내면의 인간성이 시시각각 돋보인다. 긴 팔다리로 선보이는 액션과 추격전이 일품인데다, 넘치는 지성미까지 갖췄다.
서영철 역의 구교환은 모든 혼란의 시작을 알리고, 마지막 신까지 대단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마음 속 깊이 트라우마를 지닌 채 사이코패스처럼 잘못된 방향으로 뻗어나간 그의 목표의식은 수많은 살상을 부른다. 다리가 불편한 현희와 보안업체 직원 현석은 남매 사이다. 둘 사이의 끈끈한 케미와 각자의 역할이 영화의 숨통을 풀었다가도 다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이 영화는 '군체'라는 제목에 압축된 새로운 좀비의 등장과 특성을 가장 영화적인 방식으로 풀어낸다. 개미같은 곤충들이 생존을 위해 분비물이나 페로몬을 통해 행동과 인식이 일체화되는 과정을 좀비화에 가미했다. 연 감독의 독특한 발상과 구현 방식은 완전히 새로운 '군체' 세계관을 만들어냈고, 매 신에서 감탄이 나온다.
고립된 건물 안에서 좀비들은 군집을 이루고, 하나의 지배자를 통해 일체화된 의사소통에 도달한다. 곳곳에 있는 좀비의 눈과 귀를 통해 모든 세력이 통제되고 더 커다란 위협으로 발전한다. 똘똘 뭉쳐 달려드는 좀비떼와 인간들의 행동양식은 대비된다.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을 밟고 일어서는 사람도, 자발적으로 희생하고 나서는 이들도 있다. 극한의 생존의 위기 상황,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인간 군상의 면면을 목도할 수 있다.
후반부에 군집을 이루어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좀비떼의 행동은 때 아닌 장관을 연출한다. 그리고 이들의 행동양식을 정확히 읽어내는 권 박사의 추론과 행동이 소소한 쾌감을 안긴다. 영화는 마치 클라이막스에 다다른 순간, 엔딩을 맞이하는 듯하다. 영화 초반부 좀비화된 인물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는 순간, 후속편 가능성 역시 강하게 느껴진다.
'군체'는 국내 개봉을 앞두고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며 국제적인 주목을 먼저 받았다. 연상호 감독의 촘촘하고 완성도 높은 설정과 통찰이 칸의 7분 기립박수를 이끌어낸 만큼, 즐길 것이 확실한 영화다. 장르적으로도 오락적으로도 실망시키지 않는 만듦새로 글로벌에 내놔도 자랑스러울 만한 완전히 새로운 좀비 세계관이 다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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