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미국-이란 전쟁 개시 이후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발이 묶여 있던 한국 선박 26척 중 1척이 한국과 이란 정부의 협의를 거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지금, 이 순간에 우리 유조선이 이란 측과 협의로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게 되면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온 최초의 한국 선박이 된다. 현재 해협 내해에는 지난 4일 외부 공격을 받고 두바이항으로 예인된 HMM 나무호를 포함해 25척이 남아 있다.
블룸버그 통신도 이날 한국 국적 초대형 유조선(VLCC) '유니버설 워너호'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페르시아만을 빠져나오려고 시도중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유니버설 위너호가 쿠웨이트산 원유를 선적했으며 이날 오전 이란 라라크섬 남쪽 이란이 승인한 호르무즈 해협 통과 항로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유니버설 위너호는 나무호와 같은 한국 최대 해운사 HMM 소유로 도착지는 울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버설 워너호는 지난 19일 이란이 제시한 항로를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 배에 20명 이상이 탑승해 있으며 한국인 선원은 10명 이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 측에 통과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선박 안전을 위해 이란을 포함한 유관국과 조율하에 이동이 이뤄졌다"고 말해 정부가 선박 통과와 관련해 미국과도 소통했음을 시사했다.
정부는 이번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는 나무호 피격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나무호 피격과 관련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쟁 발발 이후 4차례의 외교장관 통화와 외교장관 특사 파견 등을 통해 이란과의 양자 관계를 관리하는데 주력했으며, 이번에 한국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게 된 것도 정부가 이란 정부에 꾸준히 요청한 결과라는 것이 외교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통과 선박이 나무호와 같은 선사 소속이라는 점에서 나무호를 공격한 주체로 꼽히는 이란 정부가 한국 정부의 외교적 압박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또 한국 선박 통과를 위해 이란 정부 협의하고 이란이 지정한 수로를 따라 이동한 것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주장을 받아들인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안전 문제 때문에 이란의 안내를 받아 해협을 통과하는 것"이라며 "한국 선박을 포함한 모든 선박이 자유롭게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내해에 갇혀 있는 나머지 25척도 곧 해협을 벗어날 수 있도록 이란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해협 통과를 위한 우선 협의 대상 선박을 선정하는 기준으로 어떤 화물을 실었는지, 한국인 선원 몇 명이 탑승했는지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부 선사는 여전히 해협 통과시 안전 문제와 미국의 제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해협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 이란과 '거래'하는 선사와 선박을 제재하겠다는 내용의 주의보를 발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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