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돌입 1시간 30분가량 앞두고 2026년 임금 및 성과급 협상에 잠정 합의했다. 노조는 예고했던 총파업 일정을 유보하고 잠정 합의안을 조합원 찬반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입장문을 내고 "보다 성숙하고 건설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등이 참여한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이날 오후 10시 30분께 조합원들에게 투쟁 지침을 공지하고 총파업 유보 결정을 알렸다.
공동투쟁본부는 공지를 통해 "5월 21일~6월 7일 총파업은 추후 별도 지침 시까지 유보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 조합원은 23일 오전 9시부터 28일 오전 10시까지 진행되는 2026년 임금협약 잠정 합의안 찬반투표에 참여한다"고 통보했다.
잠정 합의안은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투표 결과에 따라 올해 임금 및 성과급 협상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갈 전망이다. 다만 조합원 투표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총파업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 총파업 직전 심야 협상서 접점
이번 합의는 노사가 총파업을 앞두고 극한 대립을 이어가던 중 파업 직전 심야에 이뤄졌다.
앞서 노사는 지난 11~13일 정부가 중재한 1차 사후조정 회의와 18일부터 20일 오전까지 이어진 2·3차 회의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성과급 산정 방식과 적자 사업부 보상 등을 둘러싼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중재 결렬을 선언한 바 있다.
노조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반도체 생산라인을 비롯한 주요 사업장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특히 반도체 생산라인은 24시간 연속 가동 체제로 운영되는 만큼 일부 인력 공백만으로도 공정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도 막판 조정에 힘을 실었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이재명 대통령은 반도체 생산 차질과 국가 경제 영향을 우려하며 노조에 파업 자제를 촉구했다.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뿐 아니라 국내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낸 셈이다. 이후 노동부 장관이 직접 중재에 나서면서 양측이 파업 직전 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 메모리 성과 배분 놓고 막판 진통
올해 삼성전자 노사 갈등의 핵심은 성과급이었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삼성전자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성과 배분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커졌다.
쟁점은 성과급 재원 규모뿐 아니라 배분 방식으로 번졌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명문화하고,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전체 임직원이 성과급 재원의 70%를 먼저 공통 배분받고 나머지 30%만 사업부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이른바 '공통 7·사업부 3' 구조를 요구해왔다.
노조안이 적용될 경우 대규모 흑자를 기록한 메모리사업부의 성과가 시스템LSI·파운드리 등 적자 사업부와 상당 부분 공유되는 구조가 된다. 노조는 DS부문 전체 임직원이 반도체 사업 성과에 기여한 만큼 공통 보상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사측은 사업부별 실적에 따른 차등 보상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며 맞섰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기조 아래 사업부 실적을 중심으로 성과급을 지급해왔다. 메모리사업부 초과 성과를 적자 사업부와 과도하게 공유할 경우 실제 성과를 낸 사업부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사측은 막판 협상에서 전체 부문 공통 배분 40%, 각 반도체 사업부별 차등 배분 60%를 적용하는 '4대6'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통 보상 요소를 일부 반영하되, 사업부별 성과 차이를 더 크게 두는 절충안이다.
노사는 성과급 제도화와 지급 재원 규모 등 일부 쟁점에서는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메모리사업부 성과를 DS부문 내 다른 사업부와 어느 수준까지 나눌지를 두고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 삼성전자 "국가 경제 기여"
삼성전자는 잠정 합의 직후 입장문을 내고 노사관계 회복 의지를 밝혔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약에 잠정 합의했다"며 "뒤늦게나마 합의에 이르게 된 것은 국민과 주주, 고객 여러분의 성원, 정부의 헌신적인 조정, 그리고 묵묵히 자리를 지켜준 임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그동안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죄드린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겸허한 자세로 보다 성숙하고 건설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다함으로써 국가 경제에 더욱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노조가 총파업을 유보하면서 삼성전자는 당장 우려됐던 생산 차질 부담을 덜게 됐다. 반도체 업황 회복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고객 대응과 납기 관리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AI 서버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로 공급 부족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생산라인 운영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삼성전자의 실적 회복 흐름에도 부담이 될 수 있었다.
다만 이번 합의가 최종 타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조합원 찬반투표 문턱을 넘어야 한다. 노조 내부에서 성과급 제도화 수준과 특별 보상안에 대한 평가가 엇갈릴 경우 투표 결과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kji0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