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비만·당뇨 치료제(GLP-1 계열)가 암 진행을 늦추고 생존율을 높일 가능성이 최근 연구에서 제기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현지시간 21일 보도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 암연구소를 비롯한 복수의 연구진이 발표한 4건의 연구서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NVO)의 '오젬픽'과 일라이 릴리(LLY)의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약물을 복용한 환자군에서 암 진행이 억제되고 사망 위험이 감소하고 유방암 발병 위험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클리블랜드 클리닉 암연구소는 초기 단계 암 환자 1만 명 이상을 추적 관찰했더니 GLP-1 약물을 복용한 환자군에서 암의 악화 속도가 느리거나 전이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폐암의 경우 진행성 단계로 악화되는 비율이 대조군(22%)의 절반에 못미치는 10%로 나타났다. 유방암 역시 악화 비율이 대조군에서는 20%를 보였지만 해당 약물을 복용한 환자군에서는 10%로 낮았다. 대장암과 간암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치가 확인됐다고 한다.
유방암 관련 별도 연구에서도 일부 효능이 관찰됐다.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센터가 13만 명 이상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GLP-1 복용자의 5년 생존율은 95% 이상으로 비복용자(89.5%)보다 높았다.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에서는 해당 약물 복용 여성의 유방암 진단 확률이 약 2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아직 이러한 효과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지 못했다. 한 가지 가설은 GLP-1 약물이 체중 감량과 대사 건강 개선을 통해 간접적으로 암 위험을 낮춘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가설은 보다 직접적인 작용으로, GLP-1 수용체가 일부 종양 세포 표면에 존재해 약물이 암 생물학 자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다.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센터의 재스민 수쿠마르 박사는 "각 연구의 설계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여러 데이터베이스에서 공통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들은 의료 기록과 보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관찰 연구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과 달리 변수 통제가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실험 참여자들은 이미 당뇨나 비만 치료를 위해 해당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고, 연구진은 그들의 의료 기록을 통해 정보를 수집했다. GLP-1 처방 환자들이 상대적으로 의료 접근성이 높고 관리가 잘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수십만 명 규모 데이터에서 일관된 결과가 도출된 것은 GLP-1 약물이 비만 치료제를 넘어 항암 보조 치료제로 확장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야로슬라프 마치예프스키 박사는 "(이 정도 규모에서 일관된 수치가 나온 이상) 이 수치를 무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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