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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의 '재정사업 구조조정'에 나섰다. 성과가 낮거나 유사·중복된 사업을 정비해 최대 7조7000억원의 예산을 아끼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재정의 진짜 압박은 복지·연금·교부금처럼 법에 따라 자동으로 늘어나는 의무지출에서 시작된다. 뉴스핌은 [의무지출의 역습] 기획을 통해 재량지출 삭감만으로는 풀 수 없는 재정 구조의 한계와 지속 가능한 개혁 방향을 짚어본다. [의무지출의 역습] 기획시리즈 5편 |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4대 공적연금의 지출 증가 속도가 국가재정의 최대 부담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인 인구 증가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직역연금 지출이 동시에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NABO)는 공적연금 의무지출이 2025년 87조원에서 2029년 121조3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4년 만에 34조3000억원이 늘어나는 규모다. 연평균 증가율은 8.7%로 정부 총수입 증가율(4.8%)의 두 배에 가깝다.
◆ 韓, 초고령화 사회 진입…공적 연금 수급자 급증
6일 국회예산정책처의 '국가재정운용계획 주요 이슈 분석(2025~2029년)'에 따르면, 정부 의무지출은 2025년 370조9000억원에서 2029년 465조700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연평균 증가율은 5.9%로 같은 기간 재량지출 증가율(2.6%)의 두 배를 웃돈다.
의무지출이 재량지출 증가 속도를 크게 앞지르며 재정 운용의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의무지출 증가를 주도하는 대표 분야는 4대 공적연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이다. 정부는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29년 4대 공적연금 의무지출 규모를 118조원으로 전망했지만, 예정처는 국민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 지출 증가분을 반영해 121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공적연금 지출 증가의 가장 큰 배경은 고령화다. 예정처 전망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올해 1113만명에서 2029년 1252만명으로 증가한다. 불과 4년 만에 139만명 늘어나는 셈이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1.6%에서 24.4%로 상승할 전망이다.
반면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올해 3575만명에서 2029년 3442만명으로 133만명 감소한다.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고령인구 수를 뜻하는 노년부양비는 올해 29.4명에서 2029년 36.4명으로 상승한다. 연금을 부담하는 사람은 줄고, 연금을 받는 사람은 계속 늘어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민연금이다. 예정처에 따르면 국민연금 의무지출은 2025년 48조4000억원에서 2029년 68조300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연평균 증가율은 9.0%에 달한다. 현재 국민연금은 2041년 재정수지가 적자로 전환되고, 2056년에는 적립금이 소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예정처는 공적연금 지출이 정부 전망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기금은 연금급여 지급 예산 부족으로 2022년 3조5188억원, 2023년 2조8572억원, 2024년 4610억원의 추가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했다.
연금급여 지급을 위해 매년 수조원 규모의 예산을 추가 확보한 셈으로, 예정처는 이러한 사례가 향후 공적연금의 재정 부담 확대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 공무원·군인연금 부담 지속…미래세대가 감당할 '청구서'
의무지출 증가 압력은 국민연금뿐 아니라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직역연금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2016년 연금개혁을 통해 지급률 인하와 연금 수급 개시연령 상향 등의 조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2025년 5조8000억원에서 2029년 8조1000억원으로 확대된다.
군인연금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군인연금 역시 같은 기간 3조8000억원에서 4조4000억원으로 적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부족한 재원은 국가가 세금으로 보전해야 한다. 연금 수급자가 늘어날수록 미래세대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학연금도 예외는 아니다. 사학연금 의무지출은 2025년 5조962억원에서 2029년 7조1874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사학연금은 2022년부터 급여 지출이 부담금 수입을 상회하고 있다. 최근 재정계산 결과에 따르면 사학연금은 2028년 재정수지가 적자로 전환되고, 2047년에는 적립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최근 통합 재정사업 성과평가를 통해 2487개 사업 가운데 901개 사업을 감액·폐지·통합 대상으로 선정했다. 최대 7조7000억원 규모의 구조조정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연금은 법률상 지급 의무가 있어 임의로 삭감하기 어렵다. 정부가 재량적으로 손댈 수 없는 대표적인 의무지출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공적연금은 당초 예산보다 더 많은 급여가 지급되면서 2022년 4조4000억원, 2023년 3조8000억원, 2024년 8506억원 규모의 추가 재원 확보가 이뤄졌다. 부족한 예산은 기금운용계획 변경 등을 통해 충당됐다.
향후 한국 재정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국가채무보다 4대 공적연금을 꼽는 이유다. 국가채무는 경기 상황에 따라 증가 속도를 조절할 수 있지만 고령화에 따른 연금 지출 증가는 사실상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금개혁 논의가 국민연금에 집중돼 있지만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등 직역연금 문제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직역연금 적자는 결국 국민 세금으로 보전되는 구조인 만큼 재정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OECD도 한국에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을 보다 통합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바 있다"며 "연금제도 간 격차를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공적연금 체계를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 방향으로 개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plu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