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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한국의 4조9000억달러 규모 주식시장이 세계 최고 수준의 랠리를 이어가면서 이상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코스피는 올해 105% 급등했다. 그러나 지수가 화요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을 때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종목 비율은 전체의 2.6%에 불과했고, 31%는 오히려 52주 신저가로 밀려났다. 상승 에너지가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를 비롯한 소수 대형주에 집중됐다는 방증이다.
개인투자자의 참여 열기도 다소 식어가고 있는 가운데, 급증한 신용잔고는 한국은행의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라는 위험 요인에 노출돼 있다. 복수의 투자자들은 리스크가 누적된 만큼 조정이 온다면 랠리와 마찬가지로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일일 등락폭을 증폭하도록 설계된 상품인 만큼, 반전 국면에서 하락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진자산운용 하석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로서는 펀더멘털 악화보다 시장 포지션의 과열 징후가 더 우려된다"며 "향후 1~2개월은 변동성 확대와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시장의 핵심 우려 사항은 제한된 시장 폭이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호황을 누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의 54%를 차지하고, 5월 하루평균 거래대금 기준으로도 전체의 절반 가량을 점유했다. 올해 코스피 상승분의 4분의 3 가까이가 이 두 종목에서 비롯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도 우려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27일 상장 후 첫 5거래일 동안 가장 인기 있는 단일 종목 ETF 4개가 국내 ETF 전체 거래대금의 21%를 차지했다.
메리디안원자산운용 케니 김 최고경영자(CEO)는 "레버리지 ETF의 숏 감마 포지션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어 현재 시장은 하방에 취약한 상태"라며 "이 구조에서는 시장이 오를 때 대규모 매수로 추격 매수를 강요받지만, 시장이 떨어지면 강제 매도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개인 매수세 약화
한때 랠리의 핵심 동력이었던 개인투자자들의 신규 자금 유입 의지가 약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예탁금은 5월12일 137조원에서 5월22일 121조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신용잔고는 5월29일 기준 38조원으로 2025년 말의 27조3천억원 대비 큰 폭 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용잔고 증가 자체는 투자 관심이 높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NH투자증권 주식 세일즈 트레이더 오션은 투자자 예탁금이 감소하는 동시에 신용잔고가 늘고 있다는 점은 신규 위험 선호 없이 레버리지 부담만 커지는 상황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신호는 분명하다. 현금 완충 여력은 줄어드는데 레버리지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내 투자 심리 자체는 여전히 낙관적이다. AI 관련주에 대한 수요는 견조하고 월가 주요 은행들도 반도체 실적 전망을 긍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그룹은 이번 주 코스피 목표치를 9000에서 12000으로 상향했다.
페더레이티드 헤르미스 일본 제외 아시아 주식 부문 대표 조나단 파인스는 "시장 폭이 좁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반드시 지수의 1만 포인트 돌파를 막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에는 또 하나의 시험대가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시장 기대가 높아지면서 유동성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미래에셋증권 서상영 전략가는 분석했다.
서 전략가는 "투자가 차입 자금에 의존하는 만큼 시장은 채권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ernard02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