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김용식 원광효도마을시니어클럽 노인일자리 참여자는 노후 준비를 완벽하게 하지 못했던 탓에 퇴직 후 들어오는 수입이 거의 없었다. 퇴직 후 마음이 무거웠던 김 씨는 노인일자리를 통해 다시 가장으로서 자리매김했다.
8일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김 씨는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면서 매달 일정한 수입이 생겼다"며 "경제적인 자립은 나를 '가장'으로서 다시 세워주었다"고 했다.
김 씨는 올해 74세다. 40년 동안 지역에서 꽃과 나무를 사랑하며 조경업체에서 일했다. 하지만 정년이 찾아오고 회사를 그만두면서 무기력함에 빠지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TV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 보면 '퇴직자'라는 이름으로 잊히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 씨의 인생이 전환점을 맞은 것은 아내가 책상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둔 노인일자리 사업 포스터를 보게 되면서였다. 포스터에는 '정원을 가꾸며 다시 피어나는 인생'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그는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해 면접을 봤고 정원관리사 분야에 배치됐다. 공공시설과 사회복지시설에 있는 화단, 조경수, 화훼들을 돌보는 일이었다.
노인일자리를 통해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경제적 여유였다. 김 씨는 노후 준비를 완벽하지 못했던 탓에 퇴직 후 들어오는 수입이 거의 없었다. 국민연금만으로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빠듯했고 손주 생일이 돌아올 때면 마음이 무거웠다.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면서 매달 일정한 수입이 생겼다.
김 씨는 "작은 용돈이 생기자 삶의 여유가 찾아왔다"며 "아내와 함께 시장에 가서 제철 과일을 살 수 있었고 손주에게 조그만 선물도 해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경제적인 자립은 나를 '가장'으로서 다시 세워주었다"며 "빈고(貧苦)는 단지 통장의 잔고가 아니라 '쓸모없다'는 자괴감이 만든 고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의사가 놀랄 만큼 건강 변화도 생겼다. 퇴직 후 무기력한 생활로 인해 당뇨와 고혈압 수치가 올라간 상태였다. 삽을 들고, 풀을 뽑고, 나뭇가지를 치고, 흙을 만지면서 몸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병원 검진에서 수치가 눈에 띄게 좋아지자 의사가 "무슨 운동 하세요?"라고 물을 정도였다. 그는 "일합니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평생을 바쳐 습득한 기술과 경험이 아직 필요하다는 사실을 느낄 때마다 기쁨도 함께 찾아왔다. 초등학생 방과후교실이 있던 건물에 작은 화단을 조성하던 중 아이들이 꽃 이름을 물어보면서 관심을 갖기도 했다. 90대 할머니가 "이 꽃들 덕분에 내가 살아있다고 느껴요"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그 글귀를 적어 팻말을 세운 일도 있었다.
할머니 가족들은 센터를 방문해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할머니가 꽃을 보며 우울증 증세가 줄고 밤에 잠도 잘 주무신다고 했다.
김 씨는 "집에 돌아와 일기장에 '정원은 꽃만 키우는 곳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도 키우는 곳'이라고 적었다"며 "정원 속 식물들처럼 나 역시 다시 피어났다"고 했다. 그는 "경제적인 여유, 신체 건강의 회복, 정서적인 안정, 사회와의 연결은 단순한 일자리를 넘어선 삶의 의미"라며 "나는 더 이상 '퇴직자'가 아니라 '정원관리사'로 마을의 풍경을 가꾸는 사람"이라고 했다.
김 씨는 "노인일자리는 단순한 수입원이 아니라 삶의 두 번째 봄을 피우는 기회의 씨앗"이라며 "매일 아침, 이 삶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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