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끝나면 사람들은 먼저 누가 이겼는지를 묻는다. 하지만 가장 핵심은 "누가 더 강해졌는가"이다.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이란을 둘러싼 무력 충돌은 군사적 성공과 전략적 성공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역사에는 전장에서의 승리가 전쟁의 정치적 목적 달성으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이란 정권, 살아남아 '정치적 목적 달성'
군사적 관점에서 보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이란의 핵시설은 큰 피해를 입었고 혁명수비대(IRGC) 고위 지휘관들이 제거됐다.
주요 군사 인프라 역시 타격을 받았으며 이란의 군사적 역량은 상당 부분 약화됐다. 전술적 차원에서는 분명한 성공이었다.
하지만 전쟁은 전술적 승리를 위해 수행되는 것이 아니다. 클라우제비츠가 말했듯이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다.
군사력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중요한 질문은 군사적 성공이 정치적 목표 달성으로 이어졌는가 하는 점이다.
핵심은 이번 충돌이 이란 체제를 약화시켰는가, 아니면 오히려 강화시켰는가 하는 문제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사실상 자신들의 가장 중요한 목표를 달성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 목표는 승리가 아니라 생존이었다는 것이다.
이란 정권이 살아남았으므로 이란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했다는 결론이다. 많은 사람들은 권위주의 체제가 생각보다 취약하다고 믿고 지도부를 제거하고 핵심 시설을 파괴하면 체제가 무너질 것이라고 가정한다.
하지만 이란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이란은 오래전부터 지도부 제거작전을 예상해 왔다.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분산형 지휘체계를 구축했고 최고위 지도자가 제거되더라도 국가 기능이 유지될 수 있는 체계를 준비해 왔다. 그 결과 상당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국가 운영은 계속됐다.
◆전쟁의 결과, 더욱 강한 이념적 경직 가능성 커
이는 북한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 역시 지도부 생존과 전시 지휘체계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왔다. 따라서 지도자 제거가 곧 체제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은 현실보다 지나치게 낙관적일 수 있다.
카네기의 카림 사자드푸르는 이란을 '좀비 정권(Zombie Regime)'이라고 표현했다. 경제적으로는 어려움을 겪고 있고 국제적으로 고립되어 있으며 국민적 지지도도 높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 체제라는 의미다.
"우리는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국가들의 공격을 받고도 살아남았다."
이란정권 입장에서는 생존 자체가 체제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선전 자산이 된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이란 권력구조의 변화다.
1979년 혁명 직후의 이란은 성직자 중심의 신정국가였다. 하지만 오늘날 이란은 점차 혁명수비대와 안보기관이 권력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재 이란의 핵심 권력층 상당수는 전통적인 종교지도자가 아니라 혁명수비대 출신 인사들이다. 이는 단순한 인사 변화가 아니라 국가의 성격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란, 신정국가라기보다 혁명수비대 주도 '혁명·안보 국가'
오늘날 이란은 신정국가라기보다 혁명수비대가 주도하는 혁명·안보 국가에 가까워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체제가 전쟁을 해석하는 방식이다. 서방은 전쟁과 경제적 압박이 결국 상대를 온건하게 만들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역사는 종종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이란 지도부는 이번 충돌을 통해 오히려 '혁명 정신이 우리를 살렸다' '강경한 저항이 효과를 발휘했다' '타협은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인식이 자리 잡는다면 전쟁의 결과는 개혁이 아니라 더욱 강한 이념적 경직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점은 최근 제기되는 미국과 이란 간의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 구상에도 의문을 던진다.
제재 완화와 투자 확대, 경제 협력, 핵 프로그램 제한을 포괄하는 대타협은 매력적으로 들리지만 경제적 통합이 정치적 변화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 이익·정권 이익, 반드시 일치하지 않아
더 중요한 것은 이란이 이번 전쟁에서 무엇을 배웠느냐는 점이다. 만약 지도부가 혁명체제가 자신들을 지켜냈다고 믿는다면 왜 체제의 본질을 바꾸려 하겠는가. 생존 자체가 체제의 정당성을 입증했다고 생각한다면 근본적인 양보를 선택할 이유도 줄어든다.
이란은 과거에도 협상을 통해 단기적 이익을 확보하면서 장기적 전략 목표는 유지해 왔다. 테헤란에 협상은 경쟁의 종결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경쟁일 수 있다.
더 근본적인 질문도 남는다. 과연 이슬람공화국은 정상화를 원하는가. 서방은 경제 개방과 투자가 누구에게나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만 혁명체제에 개방은 경제적 기회인 동시에 정치적 위험이 될 수 있다.
국가의 이익과 정권의 이익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또 이번 충돌은 호르무즈 해협의 전략적 중요성을 다시 확인해줬다.
◆북한에 대한 가정 끊임없이 재검토 이해야
동시에 한국 안보에 중요한 교훈도 남겼다. 군사적 성공이 전략적 성공을 보장하지 않으며 지도부 제거가 체제 붕괴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이념 국가들은 외부 압박 속에서 오히려 결속을 강화할 수 있고 분산형 지휘체계는 예상보다 훨씬 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북한에 대한 가정을 끊임없이 재검토해야 한다.
결국 이번 이란 전쟁의 핵심 질문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투에서 승리했는가가 아니다. 핵심 질문은 그 승리가 원하는 정치적 결과를 가져왔는가 하는 점이다.
역사는 전술적 승리가 전략적 실패로 이어진 사례들로 가득하다. 상대를 군사적으로 타격하는 것과 정치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책결정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갈등의 일시적 중단을 문제의 해결로 착각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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