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정몽규 HDC 회장이 대한축구협회장을 사임하고 본업인 그룹 경영에 집중할 전망이다. 축구 행정가와 기업인을 병행하며 이어졌던 각종 논란에서 벗어나, 에너지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HDC그룹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사퇴 예정...HDC 축구 논란 부담 줄어들 듯
3일 업계에 따르면 정몽규 회장은 이달 중순 북중미 월드컵이 폐막한 이후 대한축구협회에 사직서를 제출할 전망이다. 정 회장은 2013년 대한축구협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4선에 성공해 약 13년간 회장직을 맡아 왔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월드컵 대회 직후 회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발표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특정 감사를 진행한 뒤 정 회장을 비롯한 축구협회 수뇌부에 자격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한 것이 사퇴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정몽규 회장은 축구에 애정이 큰 인물로 알려진다. 아버지 고(故) 정세영 IPARK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영향이 존재한다. 정세영 명예회장은 1979년 대한수상스키협회를 결성해 초대 회장을 맡았다. 정몽규 회장은 초등학교 재학 시절 사촌인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회장,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과 정세영 명예회장에게 수상 스키를 직접 배웠다.
스키를 통해 스포츠의 매력을 느낀 경험이 축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1994년 울산 현대 구단주를 맡으며 축구 관련 행보를 본격 시작했다. 1997년과 1998년에는 전북 현대 구단주였다. 2011년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를 역임했다. 2015년부터 포니정 재단을 통해 중학생 축구선수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정몽규 회장이 축구 행정가로서의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면서 본업인 기업 경영과 축구가 상호 영향을 미쳐 왔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4년 국정감사에서는 2020년 천안축구종합센터 건립 사업과 관련해 HDC 계열 건설사 IPARK현대산업개발이 이득을 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5년에는 정 회장이 IPARK현대산업개발 임원을 대한축구협회에 불법 파견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또 지난해 정 회장은 축구협회장 4선에 도전하면서 축구협회에 50억원을 기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를 두고 2021년 IPARK현대산업개발 시공 현장에서 발생한 광주 학동 붕괴사고의 유가족들이 "희생자 추모보다 축구협회장 선거에 비용을 들이는 것이 더 중요하냐"고 반발하기도 했다. 축구 논란이 HDC그룹 이슈로, 혹은 HDC그룹 논란이 축구 이슈로 종종 번졌다.
정몽규 회장의 이번 사퇴 결정으로 HDC그룹의 축구 이슈 관련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당분간 그룹 경영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월드컵 대표팀의 부진으로 축구협회장 책임론이 제기되는 등 정 회장에 대한 여론이 악화됐다. 서울경찰청은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정 회장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정 회장이 축구계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이어가기 어려운 여건이다.
◆ HDC그룹 체질 개선 과제...건설 기반 에너지·AI 사업 부문 확대
정몽규 회장의 경영인으로서의 과제는 HDC그룹의 체질 개선이다. 지난 3월 HDC그룹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사업 부문을 '라이프', '인공지능'(AI), '에너지' 등으로 세 축으로 개편했다. 라이프 부문 계열사의 사명에서 부동산 이미지가 연상되는 'HDC'(Hyundai Development Company·현대개발회사)를 떼고 주택 브랜드명인 'IPARK'(아이파크)를 붙였다. 기존 건설 중심 기업의 이미지를 벗고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업 다각화 전략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IPARK현대산업개발은 시공 중심에서 종합 디벨로퍼로 체질 개선에 나선 후 지난해 건설경기 부진에도 수익성 확대를 이뤘다. 에너지 부문 발전 계열사 '통영에코파워'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을 내기 시작했다. 건설과 발전 부문 수익성이 높아지면서 올해 1분기 HDC그룹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80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548억원) 대비 16.5% 증가했다.
향후 정몽규 회장은 건설과 발전의 성장세를 이어가되, 에너지와 AI 부문 확대에 힘쓸 전망이다. 정 회장은 건설업이 각 프로젝트 단위 수익 구조로 인해 현금흐름이 불안정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봤다. 미래 먹거리로 전력 수요 증가에 따른 친환경 에너지와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AI 계열사 HDC랩스에는 정몽규 회장의 장남인 정준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산학협력과 기술 지원, 교육, 우수 인재 확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정 교수는 영국 이튼스쿨을 졸업한 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AI 분야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AI 전문가다. 기업 경영에 참여하지 않던 정 교수가 HDC랩스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HDC그룹이 AI를 핵심 성장 축으로 육성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 3월 HDC그룹 50주년 기념 행사에서 "다가올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 HDC는 더 이상 기존 산업의 구분에 머무르지 않겠다"며 "에너지와 국가 기반 시설의 건설, 운영뿐만 아니라 AI 기술을 고도화해 산업 간 경계를 허물고 잠재된 가치를 연결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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