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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룡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6배 중력 속 '영겁' 같은 20초… "기절하지 말자,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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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핵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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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동룡 기자가 4일 청주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에서 6G 가속도 내성훈련 등 고중력·저산소 환경 체험을 했다
  • 훈련센터는 ATFS‑400 내성훈련·SD 시뮬레이터·비상탈출·저압실 등으로 조종사의 생리·생존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 전투기 조종사들은 3년마다 8~9G 내성훈련과 저압·SD·비상탈출 교육을 반복하며 G‑슈트와 생리훈련으로 항공안전을 뒷받침하고 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공군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 르포… SD·비상탈출·저압실 훈련
가속도 내성훈련 장비 ATFS‑400 속에서 '화이트아웃' '블랙아웃' 체험
저산소·감압·공간정위상실·비상탈출……"조종사들은 이걸 3년마다 반복"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ATFS‑400 장비가 닫히는 '쿵' 소리 이후, 밀폐된 캡슐 안으로 공포와 긴장이 동시에 밀려 들어왔다. 둥근 벽에 둘러싸인 좁은 조종석, 머리 위로 잠긴 캐노피, 몸을 조이는 안전벨트가 기자의 몸을 밧줄로 동여맨 듯 꼼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

그 틀 안에서 60대 초반의 기자는 머리를 헤드레스트에 힘껏 밀착시키고, 하체와 복부에 힘을 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지락(G‑LOC)에 빠지지 말자. 기절하지 말자. 살아서 나가자."

"오동룡님, 들리십니까."
"네."

가속도 내성훈련 담당 교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먼저 4G 완가속부터 해보시고 컨디션 말씀해 주세요. 장비가 움직이기 시작할 때 머리를 돌리시면 많이 어지럽습니다. 지금처럼 머리를 뒤로 고정하시고, 시선은 정면의 작은 항공기 표시에 집중하십시오."

ATFS‑400 가속도 내성훈련 장비 안에서 1.0G(왼쪽)와 6.0G(오른쪽)를 각각 견디고 있는 오동룡 기자. 같은 좌석, 같은 장비지만 표정과 얼굴선은 중력 6배 환경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사진=공군 제공] 2026.07.04 gomsi@newspim.com

장비가 서서히 회전하기 시작하자 입 안이 바싹 마르기 시작했다. 기자는 스틱에 붙어있는 방아쇠 모양의 트리거를 움켜쥐었다.

"트리거 잡아주십시오. 딸깍 소리 날 때까지… 좋습니다. 머리 고정하시고, 스틱 당기겠습니다. 하체·엉덩이·복부에 힘 주시고, 호흡을 잡아주는 시간… 조금 더… 잡아주다가… 호흡 교차, 짧고 빠르게!"

중력 수치는 순식간에 3G를 넘었다. 4G에 도달하자 입에서 '크윽, 크윽' 짧은 신음 섞인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얼굴은 아래로 흔들리며 숨을 내쉬기 위해 입은 붕어 입처럼 벙긋거렸다. 안전벨트가 어깨와 가슴을 파고들었다.

"감속 때도 AGSM 유지하십시오… 지금은 스틱 놓고 심호흡 하시겠습니다."

첫 완가속이 끝났다. 교관은 기자의 나이를 의식한 듯 한 번 더 말을 눌렀다.

"너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 포기하셔도 괜찮다'는 말로 들렸다. 1965년생, 61세라는 물리적 나이에 '극한의 도전'을 하는 내가 잠시 무모하다고 느꼈다.

"무리라고 생각하면 스틱을 놓아도 되죠?"
"네. 지금은 스틱 놓고 심호흡 하시면 됩니다. 방금 AGSM 한 번 해보셨는데, 흉곽 내 압력과 복압(腹壓)이 만들어지십니까."
"네, 배 쪽으로 힘이 몰리면서 머리 쪽으로 쏠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교관은 그 느낌을 놓치지 않았다.

"맞습니다. 배와 흉곽을 강하게 밀어낸다는 생각으로 하시는 겁니다. 근육 긴장은 잘 되고 계신데, 호흡 교차를 조금 더 간결하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호흡은 지금보다 조금 더 오래 잡아주시고, 2~3초 정도 유지해 주십시오."

가속도 내성훈련을 견디는 'L‑1 호흡법'의 핵심은 여기 있었다. 평소보다 약간 더 깊게 들이쉰 뒤 성문을 닫아, 폐와 흉곽 안을 하나의 압력실로 만든다. 그 상태에서 복부를 타이트하게 조이고, 숨을 더 밀어 넣어 흉강·복강 압력을 높인다. 이 압력이 심장을 짜올리고, 혈액을 머리 쪽으로 밀어 올린다. 3초를 세며 버티다가, 아주 짧은 '크' 소리로 성문을 살짝 열어 압력을 조금만 풀어준다. 그리고 다시 잡는다. 이 짧은 교차가 심장으로 혈액이 돌아갈 틈을 만드는 순간이다.

"심호흡 한 번 더 하시고 준비되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네, 준비됐습니다."

급격한 선회·급상승 때 발생하는 고중력으로 인한 시력 저하와 기동력 장애를 극복하는 기술을 익히기 위한 '가속도 내성훈련 장비'. [사진=공군 제공] 2026.07.04 gomsi@newspim.com

본 평가인 6G 20초가 시작됐다.

"급가속에서는 스틱을 당기기 전에 하체·엉덩이·복부 힘을 모두 만든 뒤, 사전 호흡으로 복압과 흉강 내 압력을 만들어 놓고 당기셔야 합니다. 초반에 집중하겠습니다. 트리거 잡아주십시오. 딸깍 소리 날 때까지."

딸깍. 가속도 수치는 2.8G, 3.8G, 4.7G로 6G까지 2초도 걸리지 않고 튀어 올랐다. 20초 카운트도 시작됐다.

"머리를 뒤로 강하게 고정! 하체·복부 힘 유지! 호흡 조금 더 잡아주셔야 합니다!"

5~6G를 넘기면서 고개가 아래로 휘청했다가 뒤로 젖혀지는 '지락 1차 위기'가 왔다. 오른쪽 눈이 감기며 시야가 희게 번지기 시작했다. 눈으로 가는 혈액량이 줄면서 시야가 좁아지는 '그레이아웃'(gray out) 현상이다.

"눈 크게 뜨시고! 턱 약간 당기겠습니다! 호흡 잡아주는 시간 더 길게!"

L‑1 호흡법의 리듬을 따라 '잡고, 짧게 풀고, 다시 잡는' 동작을 이어갔다. 11초 지점, 눈이 완전히 감겼다. 순간 화면 전체가 먹칠하듯 사라졌다. 더 심한 혈류 감소로 의식은 남아 있는데, 시야만 완전히 끊겨 버리는 '블랙아웃(blackout)'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눈을 뜨고 있는지 감고 있는지조차 헷갈리자, 그저 더 힘껏 눈을 부릅뜨는 수밖에 없었다. 몸은 더 이상 스틱과 장비가 어디로 가는지 인식하지 못했다.

'기절하지 말자. 이 안에서 쓰러지면 안 된다.'

이를 악물고 숨을 내뱉었다. 성문을 닫고 다시 압력을 올렸다. 종아리와 허벅지 앞뒤에 힘을 더 주었다. 발 앞축과 뒤꿈치를 몸 쪽으로 당기며 다리 전체를 시트에 눌러붙이는 AGSM(Anti‑G Straining Maneuver) 자세를 만들었다.

AGSM은 고중력(고G) 상황에서 하체·엉덩이·복부 근육을 강하게 조이고, L‑1 같은 '반G 호흡'을 함께 수행해 머리 쪽 혈류를 유지하는데, 지락(G‑LOC)을 막는 동작 전체를 뜻한다. L‑1 호흡법은 AGSM 안에 들어가는 핵심 호흡 기법이다.

"눈 뜨십시오, 네, 좋습니다… 끝까지 가겠습니다. 하체와 복부 힘 그대로 유지하십시오." 교관의 목소리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나를 붙들어주는 유일한 끈이었다.

20초를 넘기면서 장비는 수직으로 곤두박질치듯 –0.3G를 찍었다.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방금 전까지 위에서 눌러 찍던 중력이 한순간에 반전해 몸을 허공 위로 던진 느낌이었다. 놀이공원의 자이로드롭의 몇 배나 되는 현기증이 일어났다.

"호흡 잡아주는 시간입니다. 조금 더 여유 있게… 좋습니다. 6.0G에서 5.9, 5.8… 감속 중에도 끝까지 가겠습니다."

21초가 지나면서 수치는 내려갔다. 교관의 마지막 멘트가 이어졌다.

"자, 스틱 놓고 심호흡 하겠습니다."

천장을 올려다보며 "헉헉"하고 거친 숨을 내뱉는 사이, 장비는 서서히 회전을 멈췄다. 안전벨트를 풀고 장비 밖으로 나오는 순간, 머리가 어질어질했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조종복은 땀으로 축축했다. 사다리를 내려오다 한 번 헛디딜 뻔했다. 훈련장을 나서자 교관과 동료 기자들이 "최고령 통과"를 외치며 박수를 쳤다.

오동룡 기자가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에서 비행환경 적응훈련 입과 전 혈압 측정을 받고 있는 모습. 재측정 끝에 기준을 통과해 가속도 내성훈련 등에 참여했다. [사진=공군 제공] 2026.07.04 gomsi@newspim.com

◆공군항공우주의료원, 조종사 훈련의 '심장' = 이날 훈련은 충북 청주 공군 항공우주의료원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에서 진행됐다. 이 센터는 공군 조종사와 군무원, 민간 조종사, 동승 근무자에게 비행환경 적응훈련을 제공하는, 공군 비행 생리·생존 교육의 '심장'이다. 청주 공군사관학교 내에 자리 잡고, 실제 비행단과 연계된 교육을 수행한다.

훈련은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진행됐다. 오전에는 비행복을 착용한 후 대기권 물리와 고공 생리 이론을 듣고, 문진표 작성과 함께 혈압 측정을 하면서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갔다. ATFS‑400 가속도 내성훈련, SD(Spatial Disorientation·공간정위상실) 시뮬레이터 훈련, 비상탈출(Ejection) 훈련이 이어졌다. 오후에는 항공용 산소장구를 직접 착용해 레귤레이터를 조작하고, 저압실에서 2만5000피트(7600m)까지 올라가 저산소증·감압증·변압증을 체험했다.

혈압은 첫 번째 관문이었다. 센터에서 나눠준 문진표에는 기존 질환·수술 이력·복용 약물이 빽빽이 적히고, 자동 혈압계는 기자의 혈압을 적나라하게 표시했다. 기자단 중 상당수는 첫 측정에서 고혈압 수치인 160~180mmHg를 넘겨 재측정과 안정을 반복했다.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귀가'였다. 침대에 누워 안정을 취한 뒤에야 겨우 '관문'을 통과한 기자도 있었다. 혈압 재측정이 끝날 때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혈압 측정에서 떨어지면 기사도 못 쓰고 서울행"이라는 씁쓸한 농담이 오갔다.

훈련 전날, 공군 인솔장교가 보낸 안내 문자 끝에는 준비물로 '신분증, 비행명찰, 건강한 신체'가 적혀 있었다. 신분증과 명찰은 늘 들고 다니는 것이지만, 6G 가속도와 저압실·비상탈출까지 버텨내야 하는 이날 일정 앞에서 '건강한 신체'라는 다섯 글자는 새삼 무겁게 다가왔다.

가속도 내성훈련 브리핑에서 한수현 상사는 "실제 비행에서 조종사들은 7~9G까지도 맞는다. 오늘 기자단은 G-슈트(G‑Suit)를 입지 않고 6G 20초를 체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G(중력가속도)를 받으면 머릿속 동맥혈 압력이 G당 약 20mmHg 떨어지기 때문에, 이론상 평소 혈압이 높은 사람이 'G 내성'은 유리할 수 있다"면서 "실제 훈련 투입 여부는 군의관이 수축기 150~155mmHg를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비상탈출훈련 장비에 탑승한 오동룡 기자가 머리를 헤드레스트에 밀착하고 무릎을 안쪽으로 모은 채 이젝션 레버를 당겨 공중으로 솟구쳤다. 실제 전투기 조종사가 사고 상황에서 취해야 할 표준 사출 자세를 그대로 체험하는 장면이다. [사진=공군 제공] 2026.07.04 gomsi@newspim.com

◆SD·비상탈출… 기자가 체감한 '조종사 생존기술' = SD(Spatial Disorientation·공간정위상실) 훈련은 기자들에게 또 다른 이색 체험을 안겼다. IPD‑2와 F‑16 콕핏을 본뜬 시뮬레이터에 올라타면, 화면은 야간, 짙은 구름에 둘러싸인 상황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장비는 피치(pitch·기수를 위아래로 올리고 내리는 움직임), 롤(roll·기체를 좌우로 기울이는 움직임), 요(yaw·기수를 좌우로 돌리는 움직임)에 따라 위·아래·앞·뒤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금은 수평 비행입니다. 계기만 보십시오. 내 느낌이 아니라 계기를 믿으셔야 합니다."

교관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장비는 장시간 선회에 들어갔다. 어느 순간 기자가 머리를 옆으로 돌리자, 몸은 머리를 돌린 방향으로 계속 도는 것처럼 느껴지는 '코리올리스 착각(Coriolis illusion)'에 휘말렸다. 실제 항공기는 일정한 선회를 유지하고 있는데, 머리만 움직였을 뿐인데도 회전 방향이 바뀐 듯 몸이 속는, 대표적인 공간정위상실 증상이었다.

"어우, 지금 왼쪽으로 도는 것 같은데요?"
"계기를 보시면, 수평입니다."

이 대화가 반복되면서 기자들은 "짙은 구름 가운데에서 이 느낌만 믿고 조종하면 그대로 땅으로 꽂히겠구나"라는 현실을 체감했다. 

공간정위상실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사고로 자주 거론되는 사례가 일본 항공자위대 F‑35A 추락 사건이다. 2019년 4월 9일 저녁, 항공자위대 소속 F‑35A 스텔스 전투기가 태평양 해상에서 야간 훈련 비행 중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사고 조사 결과, 조종사가 계기와 레이더에는 정상적으로 고도·자세·속도가 표시되고 있음에도, 운중(雲中)·야간 환경에서 자신의 공간 감각에 의존해 기수를 내리면서 강하하는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결국 바다로 급강하해 추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비상탈출(Ejection) 훈련실에서는 벨트를 조이는 순간 탄성이 먼저 나왔다.

"이거 너무 조이는 거 아닙니까."
"실제 탈출할 때는 더 조입니다. 느슨하면 부상 위험이 큽니다."

교관은 머리를 헤드레스트에 밀착시키고, 상체·허리·엉덩이·허벅지를 좌석에 붙여 공간을 없애며, 무릎을 안쪽으로 모아 좌석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는 자세를 반복해서 교정했다.

"무릎이 밖으로 나가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교관은 "협소한 공간에서 좌석이 상승하는 힘을 받아 허벅지나 무릎이 기체 구조물에 직접 부딪힐 수 있다. 실제로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도 있었다"고 답했다.

트리거를 당기는 순간 좌석은 짧은 거리지만 목에 강한 충격을 주면서 위로 튀어올랐다. 일부 기자는 "허리가 쿡 찌르는 통증이 있다"고 했다. 머리카락이 긴 여성들은 머리가 뒤로 말려 들어가는 위험도 있다고 했다. 교관은 "실제 전투기에선 헬멧과 산소마스크, 야간투시경까지 착용하고 탈출해야 한다"며 "머리와 목을 지키지 못하면 그 순간 생존률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저압실 훈련 중 손가락에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찬 오동룡 기자. 고도 2만5000피트(약 7600m) 노출 상태에서 포화도 수치가 70% 이하로 떨어지자, 실제로 호흡곤란과 시야 흐림이 찾아오는 저산소성 저산소증을 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2026.07.04 gomsi@newspim.com

◆"손이 파래지고 있다"…2만5000피트까지 올라가는 저압실 훈련 = 저압실 훈련은 겉보기엔 '조용한 컨테이 형상의 방'이었지만, 안에서는 교육생의 표정을 통해 생리학적 변화가 드러났다. 2만5000피트까지 올라가자, 저압실 고도 상승과 함께 투명 풍선 안의 공기는 부피가 불어나기 시작했다.

해수면 1기압(760mmHg)에서 쭈그러들어 있던 풍선은 1만8000피트 부근, 대기압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고도에 이르자 지상에서의 두 배 가까운 크기로 부풀어 올랐다. 기자들은 천천히 부풀어오르는 풍선을 보며, 교과서 속 '보일의 법칙'이 눈앞에서 재현되는 순간을 목격했다.

교관이 산소 마스크를 벗고 구구단과 문장을 쓰는 과제를 내렸다. 산소 마스크를 벗자, 숨이 턱 막히면서 갑갑함이 몰려왔다. 기자는 처음 1분 동안 '저산소성 저산소증'이란 글자를 써내려 3칸 정도 써내려갔다. 4칸 정도 써내려갈 즈음, 글자가 점점 뭉개지고, 줄을 벗어나 삐뚤빼뚤 써지기 시작했다.

손가락에 찬 산소포화도 측정기가 '98%'에서 '72%'를 가르치고 있었다. "산소 포화도가 70%예요"라고 소리치는 타사 기자에게 운영요원들은 지체없이 헬멧을 씌우고 산소를 공급했다.

교관이 손끝을 보더니 "손이 좀 파래지고 있다"며 "본인은 멀쩡하다고 느껴도 저희 눈에는 저산소증이 오고 있는 게 보인다"고 했다. 3분이 경과하자, 훈련 중인 기자 모두에게 산소 마스크를 씌웠다. 산소를 흡입하니 살 것 같았다.

감압증(잠수병)은 잠수부만의 질환이 아니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여압된 항공기에서 갑작스러운 여압 상실이나, 고공강하·고고도 장기 노출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공군은 고공강하 임무 전에 15분 이상 100% 산소를 흡입해 체내 질소 약 1200cc 중 250cc를 제거하는 '질소 제거 호흡'을 실시한다. 

2026년 소링 이글(Soaring Eagle) 훈련에 참가한 KF-16 전투기가 힘차게 이륙하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2026.07.04 gomsi@newspim.com

◆조종사들은 이 훈련을 3년마다 반복한다 = 이 모든 과정은 기자들에게는 하루짜리 체험이었지만, 전투기 조종사들에게는 복무 내내 반복되는 '생존 교육'이었다. 비행환경 적응훈련의 위험성 때문에 기자처럼 '가족'에게 훈련 사실을 알리지 않고 온 동료기자들도 있었다.

항공우주의료원과 각 비행단 교육훈련 계획에 따르면, 전투기 조종사들은 가속도 내성훈련·저압실·SD·비상탈출 등 비행환경 적응훈련을 3년에 한 번꼴로 반복해서 받는다. 그 사이에도 실제 비행에서는 7~9G까지의 중력과 저산소·감압·SD·비상탈출 위험이 상존한다.

실제 전투기 조종사들의 가속도 내성훈련 기준은 기종에 따라 다르다. 최신 전투기 기준으로 KF‑16 조종사는 9G에서 15초, F‑15K 조종사는 약 8.5G에서 15초, T‑50 훈련기 조종사는 8G에서 15초를 버티는 내성훈련을 통과해야 전투기에 탑승할 자격을 얻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종사들이 항공기 탑승 시 착용하는 G‑슈트는 허벅지·종아리·복부를 공기주머니로 강하게 압박해 혈액이 하체로 쏠리는 것을 막고, 머리와 심장으로 가는 혈류를 유지시켜 고중력(고G) 환경에서도 의식과 시야를 더 오래 유지하게 해주는 장비다. 요컨대, G‑슈트는 같은 6~9배 중력 환경에서도 지락(G‑LOC) 시점을 뒤로 밀어주는 '생리학적 버퍼' 역할을 한다.

하루 동안 기자들은 "눈 앞이 새까매졌다 다시 뜨는 시간", "견디기 힘든 중력과 낙하(-G)가 교차하는 순간", "계기를 믿지 않으면 몸이 속는 순간"을 체험했다. 그런데 조종사들은 3년마다 다시 훈련하고, 그 사이에도 매 쏘티(sortie), 즉 임무비행 때마다 이러한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항공우주의료원 교육훈련센터 황현정 고공생리훈련과장(소령)은 "항공우주의료원 교육훈련센터는 민·관·군 조종사 와 동승 근무자들에게 양질의 비행환경적응훈련을 제공해 대한민국의 항공안전 관리에 기여하고 있다"며 "이번 기자단 훈련은 조종사들이 어떤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는지, 생리학적 한계와 장비·교육 체계를 생생하게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goms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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