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광주=뉴스핌] 송현도 기자 = 서남권 메가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일대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낳고 있다. 광주 군공항 부지가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핵심 거점으로 거론되면서 주변 지역에서는 기획부동산의 토지 '지분 쪼개기'와 노후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묻지마 매수'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등 투기 과열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투기 수요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군공항 이전 예정지와 인근 지역을 대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지정 카드를 검토하는 등 핀셋 규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 10건 중 6건이 '지분 쪼개기'… 군공항 인근 토지 거래 급증
7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반도체 팹(Fab) 확정 발표가 임박했던 지난 5~6월, 군공항 연접 지역인 광산구 송정동, 도산동, 신촌동 일대 토지 시장에서는 투기를 암시하는 이상 거래 징후가 뚜렷하게 포착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6년 상반기(1~6월) 광산구 군공항 인근 3개 동의 토지 거래 총 19건 중 63.2%에 달하는 12건이 하나의 땅을 여러 명이 나눠 매입하는 '지분 거래'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상업 및 주거 인프라 확장 가능성이 높은 송정동의 경우 5월과 6월에만 총 10건의 거래가 집중되었는데, 이 중 9건이 대지나 답(논)을 1.59㎡부터 215.88㎡까지 잘게 쪼개 파는 전형적인 기획부동산 형태의 직거래였다. 1~2평 남짓한 자투리땅을 지분으로 매입하는 '묻지마 투기' 세력이 이미 시장에 깊숙이 침투했다는 방증이다.
◆ 30년 썩은 아파트도 '잭팟' 베팅… 송정동 구축 연일 신고가
이러한 투기 열기는 토지 시장을 넘어, 군공항 인근의 낙후된 구도심 아파트 단지로도 무섭게 번지고 있다. 당초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송정역 일대 주거단지는 30년이 넘은 노후 단지가 대부분이라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더라도 배후 수요는 신규 택지지구로 몰릴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이었으나, 정작 분석에서는 투기 자본의 유입 정황이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부동산 실거래가 집계에 따르면, 광산구 송정동에 위치한 1997년식(30년 차) 모아 아파트 전용 59.52㎡는 지난달 9일 1억6500만원에 거래되며 기존 최고가 대비 104.1%의 신고가를 경신했다. 인근의 1997년식 신한화 아파트 전용 59.88㎡ 역시 지난달 10일 1억4200만원에 직거래되며 기존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반도체 클러스터 입주 시 고도제한이 풀리고 구도심 재개발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노린 투자자들이 저렴한 노후 아파트를 로또처럼 싹쓸이하고 있는 것이다.
◆ 반도체 확정에 '매물 잠김'… "10건 중 8건은 보류, 호가는 20% 껑충"
지난 6일 청와대의 부지 공식 발표 이후 현장 분위기는 더욱 극단적인 매도 우위 시장으로 돌아섰다. 군공항 인근에서 활동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발표 직후 의뢰인들이 일제히 가격을 바꾸거나 매도를 취소하고 있다"며 "매물 10건 중 7~8건은 거래가 보류됐고, 남은 매물마저 호가를 기존 매매가 대비 10~20%가량 올린 상태"라고 시장의 과열 양상을 전했다.
이처럼 호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정작 시장에 유통되는 매물은 말라가는 '매물 잠김' 현상은 향후 용지 보상이나 배후 단지 조성을 위한 민간 투자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 지자체 아닌 국토부가 직접 나선다… 토허제 '초읽기'
'묻지마 투기'와 호가 급등 우려가 커지자 정부도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강력한 투기 억제 수단인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지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특히 통상 토허제는 시·도지사가 지정하지만, 이번에는 국가가 추진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라는 점을 고려해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지정에 나서는 것이 특징이다.
광주시 토지정보과 관계자는 "군공항 주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국가가 시행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인 만큼 국토부 장관이 직접 지정할 예정"이라며 "현재 국토부 토지정책과에서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조만간 지정 내용을 확정·공고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토허제 핀셋 규제가 임박함에 따라, 지분 쪼개기 등의 이상 거래에는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다만 국토부 관련 담당자는 지난 6일부터 진행한 뉴스핌의 취재 전화에 회신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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