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7일 코스피가 장중 8% 넘게 급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국내 증시가 패닉 장세를 보이자 지난 5월 도입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싼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급락을 막지 못하면서, 글로벌 악재와 함께 특정 종목에 자금이 집중되는 레버리지 ETF 구조가 증시 변동성을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금융당국이 앞장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허용한 뒤 시장 불안이 커지자 뒤늦게 보완책을 검토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정책 신뢰도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그때 당시 드러누워서라도 패스를 막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개인적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불신을 키웠다.
정부와 여당은 개인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 차원에서 레버리지 ETF 제도 보완을 공식화했다. 진입 요건 강화, 레버리지 배율 조정, 단일종목 상품 인가 제한, 운용 규모 및 리밸런싱 관리 강화 등이 검토 대상으로 거론된다.
◆ 정부·여당, 보완 공식화…구윤철 "변동성 우려 알고 있다"
정부와 여당도 제도 보완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나섰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전날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레버리지 ETF가 주식 변동성을 많이 가져오고 있다는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그런 문제를 어떻게 보완하고 최소화할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를 겨냥해 "특정 종목 쏠림과 개인투자자의 위험을 키운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점검하고 필요한 제도 보완에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 의장은 "코스피 시총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주가가 널뛰기를 반복하면서 미래 변동성을 측정하는 V-코스피 지수 역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불완전판매 예방 대책과 금융 거래 취약계층 보호 장치 마련 여부 등 투자자 보호 장치의 실효성을 면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는 아직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시장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며 보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시장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6일 제3차 소비자위험대응협의회를 열고 레버리지 ETF의 소비자 손실 확대 가능성을 점검했다.
협의회에서는 금융회사가 레버리지 투자 구조와 위험성을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또 빚투를 사실상 유도하는 형태의 영업 관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을 당부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해서도 투자 위험성 안내와 시장 영향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필요할 경우 운용사의 과도한 마케팅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
◆ 진입 요건 강화·배율 조정·인가 제한 거론
정부와 여당이 모두 보완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제도는 일정 수준의 규제 손질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우선 개인투자자의 진입 요건 강화가 검토될 수 있다. 일정 수준의 사전교육과 투자위험 이해도 확인 절차를 거친 투자자만 레버리지 ETF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파생상품 투자와 유사하게 적격투자자 제도를 적용해 투자 경험이 부족한 개인의 무분별한 진입을 줄이자는 취지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자체에 대한 규제 강화도 유력하다. 신규 상품 인가를 제한하거나 기초자산 편중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 레버리지 배율을 낮추는 방안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운용 과정에 대한 관리 기준도 강화될 수 있다. 시장 영향이 큰 상품에 대해서는 운용 규모 한도를 두거나, 장 마감 전후 리밸런싱 방식에 대한 관리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특정 종목에 매매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현물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보 제공 의무도 확대될 전망이다. 매수 단계에서 손실 가능성을 보다 명확하게 안내하고, 장기 보유 시 발생할 수 있는 수익률 왜곡과 변동성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증권사의 설명 의무와 내부통제 기준도 함께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도입 취지와 달리 개인투자자의 단기 투기 수요를 자극하고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통로가 됐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증시 급락을 계기로 정부가 제도 보완에 나설 경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출시 한 달여 만에 규제 강화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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