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가 오히려 중국 반도체 산업의 자립과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정부가 누적 160조원 규모의 정책 자금을 투입하며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의 국산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설계, 파운드리, 장비, 메모리 기업들의 실적도 가파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정의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본부 본부장은 9일 열린 '중국 반도체 시황 점검 및 TIGER 차이나반도체FACTSET ETF 투자전략' 웹세미나에서 "미국의 중국 반도체 제재가 자립을 앞당겼고 그 성과가 기업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그에 따라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 "살 수 없으니 만든다"…中 반도체 자립에 국가 자금 160조원 투자
정 본부장은 미국의 수출 규제가 중국 반도체 산업 성장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2022년 첨단 반도체와 제조장비 수출 통제를 시작한 데 이어 2023년에는 제재 대상 기업을 확대했고, 2024년에는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한 규제를 강화했다. 지난해에는 중국의 첨단 AI칩 사용 자체를 규제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정 본부장은 "중국 입장에서는 '살 수 없으니 만든다'는 전략이 자립 가속의 동력이 됐다"며 "숫자로 보면 일본산 전공정 장비의 중국 수출액이 올해 1~4월 3000억원 정도로 전년 동기 대비 25% 정도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중국 전공정 장비 4개사 매출은 28%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의 대규모 정책 지원도 성장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은 2014년 1400억위안 규모의 국가 반도체 기금을 조성한 이후 2019년 2040억위안, 2024년 3400억위안으로 규모를 확대했다. 지방정부 펀드까지 포함한 누적 투자 규모는 7200억위안(약 160조원)에 달한다.
정 본부장은 "2026~2030년 15차 5개년 계획의 전략 기조는 기술 자립자강"이라며 "핵심 키워드로 범용 AI와 고급 반도체, 특히 반도체 전공정 내재화가 포함됐다는 건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자원을 집중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것이고 5년간 국가 예산과 정책이 이 방향으로 집중된다는 점에서 중국 반도체 성장을 구조적이고 장기적 흐름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설계부터 메모리까지 성장…밸류체인 전반 실적 개선
중국 반도체 산업은 최근 5년간 기술 경쟁력과 생산 역량을 빠르게 끌어올리며 밸류체인 전반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SMIC는 14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한 이후 7나노 공정을 개발했고, 화웨이는 AI칩 '어센드'를 고도화하며 수율을 높였다. YMTC는 294단 낸드를, CXMT는 DDR5 생산에 이어 HBM 공장 건설에도 나섰다.
정 본부장은 "불과 5년 만에 레거시 공정에서 첨단 공정, HBM 등 밸류체인 전반으로 국산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투자가 팹리스, 설계부터 파운드리, 메모리, 후공정까지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중국 반도체에 투자할 때는 특정 기업이 아닌 밸류체인 전체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실적도 성장세를 뒷받침한다. 중국의 대표 AI 반도체 설계기업인 캠브리콘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59.6% 증가했다. 파운드리 업체 SMIC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위(5.3%)에 오르며 매출이 16.2% 늘었고, D램 업체 CXMT도 글로벌 점유율을 1년 만에 3%에서 8%까지 확대했다. 장비 업체 NAURA 역시 SMIC와 CXMT의 생산능력 확대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 기업으로 꼽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러한 흐름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 지난 2021년 8월 상장한 'TIGER 차이나반도체FACTSET'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시했다. 정 본부장은 "이 ETF의 가장 큰 강점은 중국 반도체 밸류체인에 골고루 투자한다는 것"이라며 "중국 반도체 설계기업부터 파운드리, 장비, 후공정 테스트 기업까지 모두 아우르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캠브리콘이나 NAURA, SMIC 등이 상위 비중으로 들어가 중국 반도체 자립이라는 큰 흐름 속에 중국 반도체 밸류체인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라며 "수익률을 보면 7월 6일 기준 최근 1년 수익률이 200%를 넘었고, 성과의 배경에는 국가 정책이나 밸류체인 확산 자립이라는 구조적 근거가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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