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기업공개(IPO)를 통해 약 265억달러, 한화로 4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하면서 달러/원 환율의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
조달 자금 상당액이 국내 반도체 생산시설과 장비 투자에 투입되는 만큼 원화 환전 과정에서 대규모 달러 매도 물량이 외환시장에 유입될 수 있어서다. 외환시장에서는 환율이 단기적으로 1490원대에 진입한 뒤 하반기에는 1400원대 중반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 미국 ADR 공모가를 주당 149달러로 최종 확정했다. 공모 물량은 ADR 1억7790만주로, 총 조달 규모는 265억700만달러, 한화 약 40조원이다.
ADR 1주는 SK하이닉스 보통주 10분의 1에 해당한다. 이를 기준으로 환산한 공모가는 전날 국내 증시에서 거래된 SK하이닉스 보통주 종가보다 약 2.9% 높은 수준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이번 ADR 공모로 유입되는 달러 자금이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1500원대에서 등락했던 달러/원 환율이 단기적으로 1490원대 안착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조달자금 전액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건설과 청주 P&T7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 건설, 극자외선(EUV) 스캐너 등 기계장치 취득과 시설투자에 사용할 예정이다.
국내 공장 건설비와 인건비, 원화로 결제해야 하는 장비대금 등을 지급하려면 달러 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을 원화로 환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서울 외환시장에 달러 매도 물량이 늘어나면 달러/원 환율의 상단을 제한할 수 있다.
대규모 조달자금이 한꺼번에 외환시장에 풀릴 경우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SK하이닉스는 정부와 약 20~30영업일에 걸쳐 하루 10억달러 안팎을 오전장에 분산 환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SK하이닉스 ADR 상장으로 매일 10억달러에 달하는 신규 달러 유동성 공급이 예정돼 있다"며 "수출 및 중공업체의 선제적인 네고 물량을 유인할 수 있다는 점도 환율 하락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도세가 약해진 점도 달러/원 환율의 하락 전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최근 코스피가 고점 대비 약 20% 조정을 거치면서 외국인 주식 수급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주식 순매수가 재개되면 국내 주식을 매입하기 위한 원화 환전 수요가 늘어나 추가적인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코스피가 3개월 고점 대비 15% 이상 하락했을 당시 외국인은 일평균 2조6500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조정 이후에는 일평균 순매도 규모가 2400억원으로 줄었다"며 "주가 조정으로 밸류에이션 부담과 매도 압력이 약해지고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외국인 수급이 개선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음 주 ADR 등 초대형 달러 공급 이벤트가 대기하고 있는 만큼 외국인 수급 개선과 달러 공급 재료가 맞물리며 달러/원 환율의 하락 전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도 수급 요인에 따른 원화 강세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해 "근본적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큰 폭으로 누적되고 있고 기본적인 경제의 틀에서 봤을 때 원화가 강세로 돌아설 여지가 상당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반기 중에는 달러/원 환율이 1400원 중반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유정 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영업부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의 견조한 반도체 수요가 외환수급 여건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낳는 등 원화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환율이 1400원 중반대로 차츰 안정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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