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처음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며 제 경험을 말할 수 있었습니다."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를 위한 통합 서비스 기관인 서울해바라기센터를 이용한 한 시민이 남긴 글이다.
해바라기센터는 피해자가 피해 직후부터 회복 과정까지 필요한 지원을 한곳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해 2차 피해를 줄이고 일상 회복을 돕는 통합지원 안전망이다. 다른 선진국에서 보기 어려운 상담·의료·수사·법률·심리 지원이 한데 모인 '원스톱 지원' 시스템을 갖춘 기관이지만 낮은 처우로 인력난을 넘어 '동력난'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상담부터 증거채취까지 한곳서…피해자 시선 고려한 공간·절차 운영
뉴스핌이 지난 10일 방문한 서울 종로구 서울해바라기센터 별관은 혜화역 골목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센터 측은 일부러 외부 시선에서 떨어진 환경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피해 직후 위기 지원을 받은 뒤 심리상담 등 지속 지원을 받기 위해 찾는 안전한 공간이라는 취지다.
서울해바라기센터는 서울대병원에 설치된 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센터다. 2010년 12월 문을 열었고 2011년 2월부터 피해자 직접 지원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2만1619명을 지원했으며 서비스 건수는 23만4866건이다.
정명신 서울해바라기센터 행정소장은 "해바라기센터에는 상담, 심리, 의료에 더해 경찰이 함께 들어와 있다"며 "국선전담변호사와 진술조력인도 함께 있어 피해자 보호 범위가 더 넓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에도 위기지원센터 공간은 있지만 경찰이 상주하지 않고 경찰을 부르는 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센터는 별관과 본관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별관에는 심리치료실과 심리평가실, 상담실, 영상증인신문실 등이 마련돼 있다. 길 건너편 서울대병원 인근 함춘회관 지하 1층 본관에는 정신건강의학과와 산부인과 진료실, 진술녹화실, 모니터링실, 상담실 등이 있다. 별관이 심리상담과 지속 지원에 초점을 둔 공간이라면 본관은 의료 진료와 진술녹화 등 피해 직후 초기 지원 기능을 맡는다.
센터에서는 성범죄 피해자의 신체와 의복 등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응급키트 절차도 운영된다. 피해자 상담과 간호사의 의료문진, 동의 확인을 거쳐 피해자의 상태와 사건 경위에 따라 진행된다.
심현지 의료지원팀 간호사는 "응급키트는 피해 유형과 피해 시점 등을 고려해 진행하며 통상 피해 직후 가능한 한 신속하게 이뤄진다"며 "평균적으로 매년 150건 정도 증거 채취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디지털 성범죄·외국인 피해까지 지원하지만…전문 인력 '동력난'
최근 피해 양상은 더 복합적으로 변하고 있다. 정 소장은 "요새는 성폭력 피해가 딱 떨어지는 경우가 없다"며 "폭력은 계속 진화·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기반 폭력은 기본 세트처럼 함께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사진 유포와 관련된 불안은 정말 압도적"이라며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삭제 지원 기관, 사이버수사대와 협력해 삭제 지원과 추후 모니터링을 포함한 지원을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과 장애인 피해자도 지원 대상이다. 정 소장은 "외국인 피해자도 내국인 피해자와 똑같이 상담, 의료, 수사 지원까지 받을 수 있다"며 초기 진술에는 전문 통역사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상담지원팀의 한 관계자는 장애인 피해자 지원에 대해 "진술조력인이 의사소통과 전달을 돕고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진술 내용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전문 인력 확보다. 서울해바라기센터는 경찰을 포함해 30명 규모로 운영된다. 정 소장은 "간호사는 법의학적 능력과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가 모두 필요하기 때문에 멀티플레이어여야 한다"며 "상담사도 상당한 심리상담 역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우가 낮기 때문에 구인난에 시달리는 것은 맞다"며 "서울 지역은 그나마 낫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너무 힘들다"고 밝혔다. 이어 "인원이 없다기보다 해바라기센터로 들어올 수 있는 동력이 없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 소장은 "디지털 성범죄처럼 복합 피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협력과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며 "전문 인력이 계속 남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jane9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