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흐름이 둔화하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규모가 줄어들고 투자자예탁금과 신용융자 잔액이 감소세로 돌아선 반면 시중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빠르게 늘어나며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역머니무브'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1~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하루 평균 순매수액은 1조796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하루 평균 순매수액(2조6921억원)보다 약 33% 감소한 수준이다.
주식 투자 대기자금도 빠르게 줄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10일 127조6065억원에서 이달 10일 105조5757억원으로 한 달 만에 22조원가량 감소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대기성 자금으로, 증시로 유입될 수 있는 잠재 투자자금으로 여겨진다.
빚을 내 주식을 사는 투자도 위축되는 모습이다.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달 24일 38조6328억원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감소세를 이어가며 지난 10일 35조원대로 내려왔다.
반면 은행권으로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9일 기준 961조812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949조3998억원에서 이달 들어서만 12조4124억원 증가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프로그램 매매 확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맞물리며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차익실현 자금이 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금리와 예금금리가 상승해 예금의 투자 매력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다만 증권가는 최근 자금 이탈을 강세장 종료의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고 진단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관세청에 따르면 7월 10일까지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역대 최고치의 증가세를 기록했다"며 "AI 투자 정점 논쟁은 아직까지 현실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 외적으로는 호르무즈 해협 긴장의 재고조 등 불안 요인이 있으나, 미국과 이란은 전면전을 재개하기보다 협상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대립을 넘지 않을 전망"이라며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의 위험 선호를 유지하며 특히 한국 주식은 단기 급락을 비중 확대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도 "작금의 조정은 약세장의 시작이라기보다 1차 상승 이후 가격과 수급이 균형을 다시 찾는 재가격화 과정에 가깝다"며 "외국인 매도와 국민연금 리밸런싱, 개인 유동성 둔화가 지수의 복원을 늦추고 있지만 반도체 이익의 방향은 아직 꺾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가격은 이미 약세장을 반영하고 있지만 이익은 아직 약세장을 말하지 않는다"며 "지금은 강세장의 종료를 선언할 때가 아니라 미국에서 새롭게 형성되는 한국 AI 자산의 가격을 확인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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