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뉴스핌] 남정훈 기자 = "잘 안 되더라도 시즌은 길기에 다시 좋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NC 김주원이 올 시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을 묻자 가장 먼저 꺼낸 말이다.
2026시즌 김주원은 명실상부 KBO리그 최고의 유격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시즌 골든글러브를 품으며 리그 정상급 유격수 반열에 오른 그는 올해 공격력을 한 단계 더 끌어 올리며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
김주원은 이번 시즌 타율 0.302, 101안타(13홈런) 40타점, 57득점, 21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44를 기록 중이다. 이미 100안타를 돌파했고, 타율 3할과 두 자릿수 홈런을 동시에 기록하며 NC 타선의 중심축으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홈런 역시 지난해 기록한 개인 최다(15개)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역시 김주원은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144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289, 156안타(15홈런), 65타점, 44도루, OPS 0.830을 기록하며 공·수 모두 최고의 활약을 펼쳤고, 생애 첫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단순히 수비 잘하는 유격수가 아니라 공격까지 갖춘 '5툴 플레이어'라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주원은 자신의 가장 큰 변화로 기록보다 '여유'를 꼽았다. 그는 "작년을 겪으면서 잘 안 되더라도 시즌은 길고 충분히 다시 좋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라며 "예전처럼 조급하거나 조바심을 내기보다 훨씬 여유 있게 경기를 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사실 김주원의 프로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2021년 NC의 2차 1라운드 6순위 기대주로 입단한 김주원은 데뷔 초부터 리그 최고의 유격수가 될 재능을 인정받았다. 185cm의 큰 체격에도 넓은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 빠른 발을 갖춘 보기 드문 내야수였다. 그러나 공격에서는 기복이 있었고, 수비에서도 실책이 나올 때마다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모습도 적지 않았다.
'천재 유격수'라는 기대와 '아직 미완성'이라는 평가가 공존했던 선수였다. 그러나 지난해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리그 정상급 유격수로 인정받았고, 올해는 그 기대를 뛰어넘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김주원은 올해 타격 비결에 대해 "실투를 절대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투수와 싸운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상황이나 볼배합도 계속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며 "그런 부분들을 가장 신경 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NC 이호준 감독의 조언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김주원은 "감독님께서 올해 가장 많이 말씀하신 것은 볼카운트가 유리할 때 내가 노리는 공을 자신 있게 치라는 것이었다"라며 "아닌 공은 볼카운트가 남아 있으니 굳이 건드려 범타가 되지 말고, 내 카운트에서는 내가 노리는 공을 확실하게 노리라고 말씀하셨다"라고 전했다.
수비에서도 여전히 발전하고 있다. 리그 최고의 2루수 가운데 한 명인 대선배 박민우와 키스톤 콤비를 이루며 얻은 경험도 크다. 그는 "중계 플레이 위치나 상황에 따른 움직임 같은 부분을 정말 많이 배웠다"라며 "6년 차가 됐지만 아직도 계속 배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후배들을 이끄는 위치가 됐다. 김주원은 가장 주목하고 있는 후배로 외야수 고준휘와 내야수 신재인을 꼽았다. 그는 "내가 신인일 때보다 훨씬 잘하는 것 같다. 시즌 초반보다 프로 투수들의 공에도 많이 적응한 것 같다"라며 웃으며 말했다.
이어 "후배들에게 기술적인 부분보다 멘탈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나도 형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서 성장했다. 잘 안 맞거나 힘들 때 제가 겪었던 경험을 이야기해 주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김주원의 성장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다. WBC에 처음으로 발탁된 김주원은 주전 유격수로 KBO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한국의 8강 진출에 힘을 보태며 국제무대를 경험했다. 그 시간은 김주원의 야구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됐다.
김주원은 "국제대회에서 다른 나라 선수들과 KBO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들을 함께 보면서 야구를 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 경험이 지금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훨씬 여유가 생겼고 경기 자체를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졌다"라고 덧붙였다.
유격수는 야구장에서 가장 많은 판단을 내려야 하는 포지션이다. 실책 하나가 경기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하지만 김주원은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도 갖게 됐다. 그는 "실책을 하면 당연히 데미지는 있다. 하지만 아직 이닝이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책은 실책으로 두고 바로 다음 플레이를 생각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NC 역시 후반기 반등을 노리고 있다. 현재 7위지만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 두산과는 4경기 차로 격차가 크지 않다. NC는 지난 시즌에도 시즌 막판 기적의 9연승을 질주하며 3.5%의 가을야구 가능성을 뚫고 최종 순위 5위를 기록해, 2년 만에 포스트시즌 복귀에 성공했다.
김주원은 후반기 달라져야 하는 점에 대해 개인보다 팀을 먼저 이야기했다. 그는 "투수가 힘들면 야수들이 더 힘을 내주고, 야수들이 안 좋을 때는 투수들이 버텨주는 식으로 팀이 하나로 뭉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잘 뭉친다면 충분히 가을야구에 갈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화려한 목표보다 '꾸준함'을 이야기했다. 김주원은 "가장 중요한 건 부상 없이 시즌을 끝까지 치르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성적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꾸준히 유지하면서 더 올라가는 것이 목표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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