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안보 부처 업무보고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 통합국군사관학교 설치를 "신속하고 강력하게 빨리 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쿠데타를 무려 세 번이나 한 중심이 육사인데 한 번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며 육사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진급할수록 육사 출신이 군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숨기지 않았다.
파장은 하루 만에 돌아왔다. 다음날인 6일, 역대 육·해·공군 참모총장 46명이 사상 처음으로 공동 입장문을 냈다. 육군 18명, 해군 13명, 공군 15명이 이름을 올렸고 이 가운데 26명은 전날 서울 공군호텔에 직접 모였다.
이들은 "특정 사관학교 출신 일부 군인들의 정치개입을 출신학교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하고, 삼군 사관학교 통합을 그 예방책으로 제시하는 것은 진단과 처방이 어긋나는 것"이라며 통합 추진의 전면 재검토를 정부에 강력히 건의했다. 전직 참모총장단이 특정 정부 정책을 놓고 집단으로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군 안팎의 평가다.
여기에 육·해·공군 사관학교 총동창회가 지난달부터 총궐기대회를 열며 반발해 왔고, 국회에서는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 등 36명이 대통령 발언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한 여론조사(NBS, 지난달 13~15일 전국 1000명 대상)에서는 응답자의 55%가 사관학교 통합에 반대한다고 답해 찬성(34%)을 크게 웃돌았다.
문제는 이 대립 구도가 '본질'을 가리고 있다는 점이다. 육사총동창회의 반발은 '전통 수호'와 '역사 단절 반대'라는 말로 포장된다. 그러나 국민이 묻는 것은 훨씬 단순하다. 육사가 정말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한 교육기관인가, 아니면 특정 출신 장교 집단의 보직·진급·전역 후 경력을 보장하는 '기득권 장치'로 기능해 왔는가 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쿠데타 책임론'과 참모총장단의 '진단과 처방 불일치론'이 정면으로 맞서는 지금이야말로, 이 질문을 회피하지 말아야 할 시점이다.
흥미로운 건 이런 문제의식이 육사 출신 내부에서도 나온다는 점이다. 최근 육사 출신의 한 현직 장성은 기자에게 "육사총동창회를 중심으로 한 사관학교 통폐합 반대 운동이 국민의힘 소속 육사 출신 의원들의 힘을 빌려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며 "이는 국민의 공감을 얻는 데 결격 사유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중요한 것은 내란과 쿠데타에 육사가 주도하거나 가담한 것이 현실인 이상, 국민들에게 육사 차원에서 참회하는 심정으로 사죄하는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는 점"이라며 "쿠데타를 일부 육사 출신의 일탈 행위로 몰아가는 것은 무책임하고, 통폐합 반대 운동이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사다리 = 육사 생도들은 국가 지원으로 교육받고 임관한다. 문제는 임관 이후의 경력 경로다. 초급장교 시절 핵심 야전 보직을 거치고, 참모와 정책 부서로 진출하며, 해외 위탁교육과 국내 대학원 교육, 주요 지휘·참모 보직을 오가는 경로가 특정 출신에게 반복적으로 열려 있다면, 이는 단순한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국회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3년까지 대령에서 준장으로 진급한 714명 중 사관학교 출신은 560명, 78.4%였다. 비사관학교 출신은 154명, 21.6%에 그쳤다.
해외 위탁교육은 그 편중이 더 노골적이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6월 말 기준 해외에서 위탁(군사)교육을 받고 있는 육·해·공군 장교 436명 가운데 82.1%인 358명이 사관학교 출신이었다. 비사관학교 출신은 17.9%에 그쳤다. 군 전체 장교 가운데 사관학교 출신 비율이 각 군별로 20%도 안 되는 점을 감안하면, 진급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이 교육 기회를 사관학교 출신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해군은 최근 5년 평균 89.0%가 해군사관학교 출신으로, 10명 중 9명꼴이었다.
최근에는 국방부 산하기관과 국직부대 기관장 24곳 가운데 16곳을 육사 출신 육군 장성이 맡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다만 이 수치에는 해사·공사 출신도 포함돼 있는 만큼, '육사 단독 편중'을 입증하려면 출신별·직위별 원자료를 별도로 공개해야 한다는 단서는 붙는다.
이 수치는 현장의 체감과도 정확히 겹친다. 진급 심사대 앞에 선 소위 '비사 출신' 장교가 매번 몸으로 겪는 현실이라는 얘기다. 최근 소령 진급 1차 심사에서 고배를 마신 한 학군장교(ROTC) 출신 위관장교는 "상급부대에 올라갈수록 상위 계급에 육사 비율이 높기 때문에 점점 더욱 현실의 벽을 느낀다"면서 "비육사들이 아등바등 싸우는데, 그 사이에 육사가 '계획인사(사전에 정해둔 인사)'로 와버리면 다들 진급을 지레 포기해 버린다"고 했다. 그는 "이것이야말로 젊은 장교들의 사기를 싹부터 자르는 행위"라고 했다.
이런 구조에 대한 육사 출신 기득권층의 인식은 윤광섭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 상임대표의 기고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육사 34기 예비역 소장인 윤 대표는 지난 7일 자 '문화일보' 기고에서 육사 통합·개편 추진을 강하게 비판하며, 육사 생도는 장기 활용을 전제로 장군으로 키울 인력이고 ROTC·3사·학사장교는 소대장 등 초급장교 수요를 충원하기 위한 인력이라고 주장했다. 육사는 '장군용', ROTC는 '소대장용'으로 태생부터 다르다는 인식이다.
이는 장교 인사를 능력과 성과의 경쟁이 아니라 출신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 '신분 체계'로 보는 사고방식이다. 학군장교 다수가 단기복무 뒤 전역하는 현실이 있다고 해도, 장기복무를 선택해 야전 지휘와 참모 업무에서 검증된 유능한 학군·3사·학사 출신 장교까지 핵심 보직과 진급 경쟁에서 구조적으로 배제할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육사 출신은 장군이 되는 게 정상이고, 윤 대표의 말처럼 다른 출신이 장성이나 핵심 보직에 오르면 '역차별'이라고 보는 순간, 타 출신 장교의 성취는 실력이 아니라 '예외적 배려'로 격하된다.
◆ '준하나회'라는 비판 = 오늘의 '육사 동문 네트워크'를 과거 하나회와 법적·조직적으로 동일시할 수는 없다. 하나회는 군 내부의 비밀 사조직이었고, 정치권력과 결합해 헌정질서를 위협한 집단이었다. 오늘의 육사 출신 장교 집단을 그와 똑같다고 단정하는 것은 사실에도 맞지 않고 논점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문제의 본질까지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하나회의 본질은 '이름'이 아니라 '폐쇄성'에 있었다. 특정 출신 집단이 군의 요직과 인사 경로를 사실상 독점하고, 그 영향력이 전역 뒤 방산업계와 국책 연구기관·유관 공공기관까지 이어진다면 국민이 이를 '준(準)하나회적 인사 구조'라고 비판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는 개인의 '인격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다.
특히 전력건설·획득·군수 분야는 군 경력이 전역 후 방산업체·국책 연구기관에서 '모셔가는 자리'로 높은 가치를 가진다. 군의 전문성이 민간에서 활용되는 것 자체는 자연스럽다. 다만, 무기체계 도입·획득에 관여했던 인력이 전역 직후 관련 산업으로 이동하고, 그 과정에 '육사 선배가 육사 후배를 끌어주는' 출신 네트워크가 개입한다는 의심을 받는다면, 이는 취업 문제를 넘어 군의 공정성과 문민통제의 문제가 된다.
방산 비리·전관예우 논란이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국방부는 무기 획득 관련 전역자의 방산업계 재취업 현황을 정기적으로 공개해 이런 의심 자체를 제도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
◆위탁교육이라는 '우회로' = 의무·법무 분야는 이런 사관학교 출신들의 '일탈'이 특히 뚜렷하다. 국방부는 매년 사관학교 졸업자 등 우수 자원을 선발해 서울대 의대 등 국내 주요 의과대학에 위탁교육을 보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위탁교육생은 통상 의무복무 10년이 부여되지만, 이 기간에는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 등 민간 대형병원에서 받는 인턴(1년)·레지던트(4년)·일부 펠로우(1~2년) 수련 기간까지 포함된다. 정작 군병원에서 전문의로 근무하며 실제 '군의료'에 종사하는 기간은 3~5년 안팎에 불과하다는 게 군 안팎의 지적이다. 그마저도 다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른바 '먹튀 논란'이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의대 위탁교육으로 양성된 군의관 전역자 43명 가운데 8명, 18%가 의무복무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 전역했다. 앞서 감사원도 2018년 군 보건의료체계 점검에서 2011년 이후 의대 위탁생과 장기 군의관 6명이 심신장애를 이유로 조기 전역한 뒤 민간병원에 취업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국가 예산으로 의사면허를 딴 뒤 정작 군에는 짧게 머물고 사회로 나가는 구조다.
법무 분야도 다르지 않다. 사법시험이 있던 시절, 군은 사관생도를 일반대 법대에 위탁교육을 보내 사법시험에 합격시킨 뒤 장기 군법무관으로 복무시키는 제도를 운영했다. 사법시험 폐지 이후에는 이를 로스쿨 위탁교육으로 그대로 옮겨왔다.
육사 출신 중 엘리트를 선발해 국비로 로스쿨에 보내고, 변호사 자격을 딴 뒤 군이 필요로 하는 군법무관으로 복무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를 두고 군 안팎에서는 애초 취지였던 '장기 법무장교 양성'보다 국비로 변호사 자격증을 따게 해주는 '우회로'로 활용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의사면허나 변호사 자격증은 전역 후에도 평생 유효하다. 국가가 국민 세금으로 수억 원을 들여 위탁교육을 시켜준 대가로 정작 돌려받는 군 복무 기간은 몇 년에 불과하고, 그 자격증은 이후 온전히 '개인의 돈벌이'에 활용된다. 이것이 바로 육사와 현 사관학교 체제의 일탈이다.
생도 선발 단계에서는 '국가 안보를 지킬 정예 장교'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정작 위탁교육 단계에서는 특정 소수에게 의사·변호사라는 민간 전문직 경력을 마련해주는 통로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국방부는 출신별·분야별 위탁교육 선발 인원, 1인당 교육비, 실제 복무기간, 조기전역률과 그 사유를 매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국민 세금으로 키운 인력이라면 그 투자에 대한 '설명 책임'도 국가에 있다.
◆장교진급 시스템… 미군과 다른 점 = 미군에도 '웨스트포인트 네트워크'는 존재한다. 그러나 미군 장교단은 웨스트포인트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매년 신임 육군 장교의 약 70%는 ROTC 출신이고, 웨스트포인트는 통상 15~16%, 12주짜리 장교후보생학교(OCS) 출신이 나머지 상당 부분을 채운다. 의사·법무 등 전문직은 곧바로 위관으로 임관하는 직접 임관 경로도 있다. 한 학교가 장교단 전체를 대표하지 못하는 구조 자체가 특정 출신의 인사 독점을 물리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셈이다.
실제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인선만 봐도 이 다원성이 확인된다. 로버트 에이브럼스(2018~2021년 재임) 대장과 폴 러캐머라(2021~2024년 재임) 대장은 웨스트포인트 출신이다. 그러나 2011~2013년 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서먼 대장은 오클라호마주의 한 지방대학인 이스트센트럴대학 ROTC 출신이었고, 현 사령관인 제이비어 브런슨 대장 역시 흑인 사립대학인 햄프턴대학 ROTC를 나왔다. 서먼은 기갑수색연대 소대장부터, 브런슨은 보병 소대장부터 시작해 각각 주한미군 최고 지휘관 자리까지 올랐다. 미군에서는 사관학교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진급의 상한선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 두 사례가 보여준다.
브런슨의 이력은 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에 참전하고 82공수사단, 10산악사단 등 미 육군의 정예 부대를 두루 지휘한 뒤 제1군단장을 거쳐 대장으로 진급, 주한미군사령관에 취임했다. ROTC 출신이라고 해서 야전 지휘 역량이나 군인정신이 사관학교 출신보다 못하다고 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미군의 사례는 임관 경로가 아니라 실전에서 검증된 지휘 실적과 전문성이 진급을 결정한다는 원칙을 구체적 인물로 증명하고 있다. 한국군에서 학군·3사·학사 출신 장교가 야전 지휘관을 거쳐 참모총장까지 오르는 사례가 드문 것과 비교하면, 이 차이는 더 선명해진다.
더 중요한 건 진급 방식이다. 미군은 1980년 제정된 국방장교인사관리법(DOPMA)에 따라 '최적격자 선발(Best Qualified)' 방식으로 진급자를 뽑는다. 각 계급 진급심사위원회는 최소 5명 이상, 심사 대상보다 계급이 높은 현역 장교로 구성되며 합동보직 이수자, 예비역 등 다양한 배경의 위원을 포함하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다.
위원회는 후보자의 근무평정(OER)과 보직 이력을 심사해 순위를 매기는데, 이 서류에는 출신 임관 경로가 별도 항목으로 표시되지 않는다. 심사 기준은 어느 학교를 나왔느냐가 아니라 어떤 보직에서 어떤 성과를 냈느냐다.
발탁 진급 제도도 뚜렷하다. '조기진급(Below-the-Zone)' 대상자는 정규 진급 대상 시기보다 1~2년 앞서 심사를 받는데, 선발률이 5~15%에 불과할 만큼 까다롭다. 반대로 두 번 연속 진급에서 탈락하면 규정에 따라 전역해야 한다. 잘하면 출신과 무관하게 먼저 올라가고, 못하면 출신과 무관하게 옷을 벗는 구조다.
장성급은 여기에 더해 대통령 지명과 상원 인준이라는 문민통제 절차까지 거친다. 내부적으로 복잡한 과정을 거치느라 임명까지 시일이 걸리는 단점은 있다. 하지만 군 내부 인사 결정이 소수 출신 집단의 네트워크만으로 완결되지 않도록 법과 외부의 민주적 통제가 이중으로 걸려 있는 셈이다.
물론, 미군에도 웨스트포인트 출신이 대장·중장 등 최고위 장성 비율에서 상대적으로 두터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출신교가 진급을 결정해서가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실전을 치르며 쌓은 지휘 실적이 진급 심사에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는 게 미군 내부의 통념이다. 실적이 출신을 압도하는 구조이지, 출신이 실적을 대체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국민들이 '진짜' 물어야 할 질문 = 해법은 '육사를 없앨 것이냐, 유지할 것이냐'는 소모적 구호에 있지 않다. 대통령의 '쿠데타 책임론'만으로 통합을 밀어붙이면 참모총장단의 지적대로 진단과 처방이 어긋난 정책이 될 위험이 있고, 반대로 총동창회가 '전통'과 '역사'만 내세우며 조직적으로 반발한다면 정작 출신주의라는 본질적 문제 제기를 피해가는 것이 된다.
국방부는 출신별 대령·장성 진급률, 핵심 보직 점유율, 해외·국내 위탁교육 선발률, 합참·국방부·국직부대 주요 직위 배치 현황을 매년 공개해야 한다. 인사와 장성 선발을 담당하는 핵심 직위에는 특정 출신의 연속 보임을 제한하고, 다출신 심사위원 참여와 독립적인 민간 검증을 제도화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학교 건물을 합치는 것보다, 이런 인사 검증 시스템을 먼저 세우는 것이 순서다.
육사가 국가를 위한 학교라면 이런 검증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반대로 개혁 논의마다 조직적으로 반발하며 기존의 인사 구조를 지키려 한다면, 국민은 물을 수밖에 없다. 육사가 지키려는 것은 '안보'인가. 아니면 육사 출신들만의 '권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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