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박가연 기자 = 전국적으로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A카드사 콜센터 일부 사무실의 실내 온도가 30도에 육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직원들은 지난해부터 냉방시설 개선과 근무환경 조정을 요구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냉방시설 추가 설치를 두고 원하청 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책임 소재를 둘러싼 갈등도 커지고 있다. 오는 21일 콜센터 노조와 A카드사가 첫 원하청 교섭을 앞둔 가운데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의 사용자성과 근무환경 개선 책임이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10일 뉴스핌 취재 결과, A카드사 콜센터 하청업체 가운데 대전광역시에 소재한 A업체와 B업체에서 폭염으로 실내 온도가 30도에 육박하는 등 열악한 근무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적으로 40도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해당 업체들의 사무실 온도가 30도를 넘나들고 있지만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직원들의 설명이다.
제보받은 사진에서는 사무실 온도가 29.2도에서 30도까지 올라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촬영된 것으로, 당시 대전지역 낮 최고기온은 37~38도에 육박했다.
콜센터는 업무 특성상 고객 정보 확인을 위해 듀얼 모니터를 장착한 데스크톱을 주로 사용하고, 유선 상담이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일반 사무직에 비해 실내 온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올해는 폭염으로 외부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직원들이 이른바 '찜통 근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직원들은 지속적으로 실내 온도 조정과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했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해당 업체들은 건물이 노후해 추가 냉방시설 설치가 어렵고, 추가 설치 여부와 비용 등은 원청인 A카드사의 관할이라는 이유로 난색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A카드사는 올해 1분기 기준 총 12개 하청업체와 콜센터 운영 계약을 맺고 있다.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콜센터 직원은 약 1600명에 달한다.
특히 이 가운데 8개 업체가 대전에 소재한 것으로 파악돼 A·B업체와 유사한 사례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들 업체의 근무환경이 대체로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두 업체 소속 직원은 약 200명으로 파악된다.
한 콜센터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사무실 온도가 너무 높아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공문을 업체 측에 발송했고, 올해도 구두로 수차례 대책을 촉구했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냉방시설 추가 설치 여부가 원청인 A카드사의 관할이라는 하청업체 측의 설명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뉴스핌이 확보한 A카드사와 11개 하청업체 간 계약조건에 따르면 양측의 하도급 금액에는 인건비와 별도로 1인당 연간 49만원 상당의 사무공간 및 설비 관련 비용이 포함돼 있다. 해당 비용은 평균판매단가를 기준으로 책정됐다.
다만 하청업체 측은 해당 비용이 이미 사무공간 운영과 설비 구입 등에 모두 사용됐기 때문에 추가 냉방설비를 설치하려면 원청에 추가 비용을 요구해야 한다는 취지로 직원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냉방시설 개선을 놓고 원청과 하청업체 사이에서 비용 부담과 책임 소재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 3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된 이후 하청업체 직원들의 처우 개선 요구가 원청과의 교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A카드사의 경우 지난 4월 금융권 콜센터 노동조합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콜센터지부가 고용노동부로부터 사용자성, 즉 하청 노동자에 대한 교섭 책임과 관련한 판단을 받은 바 있다.
현재 콜센터 노조에는 A카드사 콜센터 하청업체 12곳 가운데 8개 업체 소속 직원 약 400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한 상태다. 올해 초 5개 업체에서 약 300명이 가입했던 것과 비교하면 하청교섭권 확보 이후 조합원 규모가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A카드사는 이번 교섭에서 감정노동자 보호 조치를 중심으로 논의한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열악한 근무환경 역시 원청과 하청 간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전방위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달 말 금융권 콜센터를 하반기 신규 중점지원사업장으로 선정하고 적극적인 개입을 예고하면서 콜센터 근무환경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A카드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당사는 현재까지 대전지역 콜센터 폭염 관련 근무환경 개선에 대한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추후 관련 요청사항이 접수될 경우 상담원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협력사와 협의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peterbreak2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