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금융당국이 주택공급과 청년 주거지원을 위해 올해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을 1.5%에서 3% 수준으로 확대한다. 늘어난 대출 여력은 재건축·재개발 이주비와 신축 단지 중도금·잔금대출 등 주택공급 관련 자금 수요에 중점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반면 기존주택을 구입하는 생애최초 차주에 대한 주담대에 대해 별도 한도를 배정하는 방안은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신축·정비사업 관련 대출이 우선순위로 취급되면서 생애최초 무주택 실수요자는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올해 금융권 가계부채 증가율을 당초 목표인 1.5%의 두 배인 3% 수준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정부는 확대된 여력을 주택공급 촉진과 청년 주거안정, 실수요자의 자금조달 애로 해소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이주비와 신축 입주단지 중도금·잔금대출 등 주택공급 관련 대출은 금융회사의 일반적인 총량관리 목표와 구분해 별도로 관리하기로 했다.
다만 이는 해당 대출을 총량에서 일괄 제외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 금융권과 협의해 별도 관리 대상과 규모, 적용 방식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브리핑에서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별로 기계적인 한도를 정하기는 어렵다"며 "구체적인 관리 방식은 금융감독원 및 금융회사와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봤을 때 1.5% 가계대출 상승률을 3%로 하면 많은 부분이 해소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기존 아파트를 처음 구입하는 무주택자의 일반 생애최초 주담대에는 총량관리 예외나 별도 한도 산정 대상에 거론되지 않았다. 일반 생애최초 주담대는 종전처럼 은행별 가계대출 총량과 월별·분기별 주담대 관리 목표에 포함되는 것이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공급 관련 대출에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면서 기존주택 매수자의 대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집단대출은 아파트 입주와 정비사업 일정에 맞춰 대규모로 집행되기 때문에 은행이 재원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 반면 일반 주담대는 개별적으로 실행돼 은행이 금리와 한도, 접수 규모를 조절하기 상대적으로 쉽다.
이미 일부 은행은 이미 당초 총량관리 목표를 초과한 상태다. 전체 총량이 확대되더라도 은행별 추가 여력과 집단대출 취급 규모가 다른 만큼, 하반기 주택 수요가 강할 경우 기존주택 생애최초 차주의 대출 여건이 신축 단지 수분양자보다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생애최초 차주 지원책도 수혜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당국은 오는 31일부터 청년층에 대한 장래소득 반영을 활성화하고, 미성년 시절 주택 지분을 상속받는 등 불가피한 주택 보유 이력이 있는 경우 금융회사 심사를 거쳐 생애최초 차주로 인정하기로 했다.
장래소득 반영 제도는 2021년 7월부터 시행됐지만 실제 활용률이 낮았다. 당국은 앞으로 금융회사가 장래소득 적용 가능 여부와 이에 따른 대출한도를 차주에게 의무적으로 안내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당국은 내년 1월 생애최초 주택구입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보금자리론'을 선보이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선호도가 낮은 4억 이하 비아파트 대상인만큼 정책 효과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장래소득을 반영하면 DSR 산정 과정에서 대출한도가 늘어날 수 있지만 미래소득의 불확실성 때문에 그동안 활용 사례가 많지 않았다"며 "상속 지분 관련 예외도 대상이 제한적이어서 생애최초 차주 전반의 대출 여건을 개선하는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 상승과 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생애최초 차주의 서울 진입 비용은 이미 크게 늘어난 상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2023년 3월 약 9억8000만원에서 올해 7월 12억7853만원으로 상승했다.
여기에 지난해 잇단 부동산 규제로 수도권·규제지역 생애최초 주담대 LTV가 80%에서 70%로 낮아지고, 주담대 한도도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됐다. 집값은 오르는데 대출 문턱까지 높아지면서 생애최초 차주의 내 집 마련 기회는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주택공급 관련 대출을 지원하더라도 기존 주택을 처음 구입하는 무주택자의 대출 접근성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확대된 가계대출 총량을 어떤 대출에 우선 배분하느냐에 따라 생애최초 차주가 체감하는 대출 문턱은 오히려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모든 집단대출을 총량에서 제외할지, 별도 관리 방식을 어떻게 설계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집단대출을 우선 공급하는 구조가 되면 생애최초를 포함해 일반 주담대 대출여건은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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