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앞두고 전국 지역 정치권의 유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유치 희망 기관 발표를 넘어 지역 국회의원과 단체장, 지방의회까지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전방위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정부가 이전 기관을 지역별로 흩어 배치하기보다 특화산업과 연계해 집적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공공기관을 둘러싼 지역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부산 지역 의원들 국회 집결…산업은행 이어 추가 이전 총력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 왜 부산이 답인가' 토론회를 열고 부산 유치 전략을 논의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비롯해 금융·해양 등 부산의 주력 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공공기관을 추가로 끌어오겠다는 게 부산 정치권의 구상이다.
이성권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은 개회사에서 "1차 공공기관 이전은 기계적인 배분을 통해 공공기관이 이전했기 때문에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안에 2차 공공기관 이전을 한다는 정부 방침이 수립된 만큼 부산과 울산·경남이 함께 동반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며 "이제는 지역적 강점과 특성에 맞는 공공기관 이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헌승 의원은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 필요성을 직접 거론했다. 이 의원은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에 대한 요구가 굉장히 많고 부산 시민들이 모두 요구하고 있지만 현 정부 여당의 비협조로 이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은행 본점은 서울에 둔다는 것을 부산에 둔다고 바꾸든지, 본점 소재지를 어디에 둔다는 조항만 삭제하면 되는 간단한 법"이라며 "좋은 의견을 받아 국회에서 꼭 뒷받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경북도 국회서 세 결집…유치 대상·전략 구체화
대구시와 지역 국회의원들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 대구 유치전략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추경호 대구시장과 지역 국회의원들이 참석해 기업은행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을 포함한 핵심 공공기관 유치 전략을 논의했다.
대구는 인공지능(AI)·로봇·반도체·미래모빌리티·의료·바이오 등 지역 산업과 이전 기관을 연계한다는 전략이다. 지역 정치권과 경제계, 시민사회까지 힘을 합쳐 정부를 설득하겠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대구 시장은 "대구는 중소·중견 제조업 기반이 탄탄한 도시로 AI, 로봇, 미래모빌리티, 반도체 등 첨단산업으로의 대전환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런 산업 특성에 맞춰 기업은행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 34개 공공기관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도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2차 공공기관 경북 유치 전략 국회 세미나'를 열었다.
송언석 의원은 "이미 조성된 혁신도시의 산업 특성과 잘 매칭될 수 있도록 지역별로 적절히 배분해야 성공적인 2 차 공공기관 이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또 "의료와 교육 등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혁신도시가 일하기 좋은 곳을 넘어 살기 좋은 도시로 발전할 때 비로소 국가균형발전의 거점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고 강조했다.
◆제주·전북, 단체장도 전면에…국회·정부 직접 설득
제주에서도 지역 국회의원, 지방의회가 함께 국회에서 목소리를 냈다. 제주도와 지역 국회의원들은 지난달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2차 공공기관의 제주 이전을 촉구했다.
위성곤 제주지사와 문대림·김성범 의원 등이 참석해 한국마사회와 한국공항공사 등 제주 산업과 연계성이 높은 5개 기관 유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단순한 지역 간 분산이 아니라 지역 특화산업과 미래 성장전략을 반영해 국가 균형성장과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따.
전북에서는 이원택 전북지사가 직접 정부 설득에 나섰다. 이 지사는 지난달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전북의 3대 전략산업인 자산운용·금융, 농생명·바이오, 미래첨단산업과 연계되는 기관을 전북에 우선 배치해 달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전달했다.
◆대전·광주전남도 가세…정부 계획 발표 전 유치전 확산
대전도 2차 공공기관 이전을 핵심 현안으로 두고 정치권 설득에 나섰다. 대전시와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은 이날 당정협의회를 갖고 철도·대덕연구개발특구 관련 기관 40개를 유치 대상 후보군으로 정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달 국회를 방문해 여야 정치권 인사들을 잇달아 만나 2차 공공기관 이전 지원을 요청해왔다.
허 시장은 이날 당정협의회 이후 "국정자원 본원은 대전에 있어야 한다는 게 대전시의 확고한 방침으로, 정부에 이전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반도체 팹 조성을 계기로 제2차 공공기관 유치 대상을 기존 40개에서 44개로 확대하고 유치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통합특별시는 에너지·인공지능(AI)·문화예술·사회서비스 등 미래 발전 분야를 중심으로 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환경공단 등의 이전을 추진해왔다. 최근 광주 군공항 일원에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팹 투자계획이 발표되면서 과학기술연구원,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 등 반도체·AI 관련 기관을 추가했다.
또 유치추진단을 70명에서 100명으로 확대하고, 이달 말 범시민 유치결의대회와 릴레이 유치 성명 등을 통해 홍보 활동도 강화할 계획이다.
지역 정치권의 움직임은 정부의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배치 기준이 결정될 때까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차 공공기관 이전에서 수도권 잔류를 최소화하면서도 이른바 '나눠먹기식' 분산 배치는 지양한다는 방침이다. 5극 3특과 지역별 특화산업을 연계해 이전 기관을 집적시키고 실질적인 지역 성장거점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이전 기관과 지역별 배분안 등을 담은 2차 이전계획을 마련하고, 2027년부터 임차청사 등을 활용해 선도기관 이전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이전 대상 기관이나 이전 지역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정부의 배치 원칙과 대상 기관이 구체화될수록 각 지역 정치권의 유치 경쟁도 한층 달아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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