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시민단체는 정권에 가장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며 견제하는 역할을 했다. 역대 정권이 주택시장 안정을 명목으로 부동산 개발 카드를 꺼낼 때마다 시민단체는 예외 없이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단체 행보는 이재명 정부 들어서 달라진 모습이다. 이재명 정부 역시 역대 정권과 같이 서울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발표했다. 용산공원 일부 부지를 활용해 청년주택을 짓는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와 용산공원 활용은 국민 사이에서도 찬반이 갈리는 첨예한 쟁점이다. 그런데도 시민단체는 이상하리만치 침묵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역대 정권이 그린벨트 해제 등을 발표할 때마다 가차 없이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위해 대규모 그린벨트를 풀겠다고 하자 시민단체는 수도권 과밀을 부추기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그린벨트까지 파괴해 주택을 투기상품으로 공급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문재인 정부'가 태릉골프장 부지를 포함한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할 때도 시민단체는 뜨거웠다. 참여연대와 환경운동연합, 경실련 등 25개 시민단체는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연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계획에 반발했다. 이 때도 시민단체는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은 집값 안정보다는 수도권의 과대 집중을 심화시키고 도시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가 서울 등 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해 8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도 시민단체는 즉각 반대 목소리를 냈다. 시민단체는 "서울과 수도권 과밀을 부추기는 주택공급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수도권 허파인 그린벨트를 한 평도 훼손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서울과 수도권 과밀화 반대, 미래세대를 위한 녹지 보존은 시민단체가 일관되게 주장한 원칙이다. 시민단체 원칙은 이재명 정부 앞에서는 사라진 듯한 모습이다. 용산공원 일부를 주택 부지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 나와도 정적만 흐른다. 시민단체 기자회견은커녕 성명·논평도 자취를 감췄다. 서울시장과 용산구 주민, 야당만이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민단체 중에서는 서울그린트러스트와 서울환경연합, 생명의숲에서 '용산공원 지키기 긴급토론회'를 공동 개최한다고 알린 정도다.
주택 공급이라는 명분이 있더라도 환경 훼손에 대한 감시 기준이 정권에 따라 바뀌어서는 안 된다. 기준이 바뀌는 순간 시민단체 도덕적 정당성은 무너진다. 선택적 침묵은 공익을 대변해야 할 시민사회가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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