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현대자동차가 자율주행 사업의 무게중심을 '차량 기술'에서 '서비스 플랫폼'으로 넓히고 있다.
자동차가 스스로 달리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의 호출을 받아 차량을 배차하고, 이동 경로와 운행 상태까지 관리하는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전반을 직접 아우르겠다는 전략이다.
그 출발점으로 현대차가 이미 운영하고 있는 수요응답형 교통(DRT) 플랫폼 '셔클'이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셔클 플랫폼의 지원 대상으로 기존 DRT와 노선형 교통, 택시, 개인형 이동장치(PM)에 더해 '자율주행'을 명시했다. 동시에 지도와 클라우드, 배차·관제, 데이터 등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소프트웨어(SW) 인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완성차 제조와 자율주행 기술에 호출·배차·지도·관제 플랫폼까지 하나로 연결해 향후 자율주행 시장에서 차량 공급업체를 넘어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셔클 플랫폼에 '자율주행' 명시…지도·관제까지 확장
20일 현대차 채용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AVP본부는 모빌리티 서비스 지도 SW와 플랫폼 인프라, 데이터, 프런트엔드, UX·UI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상당수는 채용이 완료될 때까지 지원자를 받는 상시채용 형태다.
눈에 띄는 것은 개별 직군이 맡는 역할이다. 'Mobility Platform Solution UX' 직군은 수요와 공급을 매칭하고 차량 운행 일정을 관리하는 기능을 기획한다. 차량 모니터링과 실시간 관제 대시보드, 운전자·승객·관리자를 연결하는 통합 서비스 흐름도 설계한다.
현대차는 해당 채용공고에서 DRT와 노선형 서비스, 택시, PM, 자율주행 등 다양한 이동수단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업무라고 설명했다.
셔클은 현대차가 개발한 DRT 기반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이용자의 호출과 이동 수요를 토대로 차량을 배차하고 운행 경로를 생성·관리한다. 실제 여객 운송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운수사가 맡고 현대차는 승객·기사용 앱, 배차 엔진, 관제 시스템 등 플랫폼을 제공하는 구조다.
현대차는 이 같은 셔클의 플랫폼 역량을 이미 자율주행과 연결하는 실증도 진행해왔다. 앞으로 플랫폼 자체가 자율주행차까지 지원하도록 확대되면 기존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뿐 아니라 무인 자율주행차까지 동일한 시스템에서 호출·배차하고 운행 상태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지도 관련 SW 인력 확보도 같은 맥락이다. 'Mobility Service Software Engineer for Map'은 셔클에 사용되는 경로탐색 서버를 개발하고 도로 네트워크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도 변환기와 경로탐색 엔진을 만든다. 관심지점(POI) 검색과 역지오코딩 서버, 외부 지도 API 연동도 담당한다.
플랫폼 인프라 엔지니어는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클라우드 기반을 구축한다. AWS와 GCP,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등 클라우드 환경에서 고가용성 구조를 설계하고 장애 감지·복구, 모니터링, 로그 분석과 보안 체계까지 담당한다.
이들 업무는 차량 한 대의 자율주행 성능을 높이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다수의 자율주행차를 이동 서비스에 투입하려면 이용자의 호출을 받아 적절한 차량을 배차하고 이동 경로와 운행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별도의 플랫폼이 필요하다.
현대차가 자율주행 경쟁의 범위를 차량 내부의 AI 알고리즘에서 실제 서비스를 구현하는 SW 플랫폼까지 넓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현대차는 자동차 제조사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 완성차 제조 능력과 자율주행 기술에 호출·배차·지도·관제 플랫폼까지 결합할 경우 차량 공급뿐 아니라 자율주행 서비스 플랫폼까지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다.
◆"연구 넘어 양산으로"…'박민우 체제' AVP, 상용화 속도전
현대차그룹은 2월 테슬라와 엔비디아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한 박민우 사장을 현대차·기아 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로 영입했다. 박 사장은 테슬라 오토파일럿 초기 개발에 참여했고 이후 엔비디아에서 자율주행 인지 기술 조직을 이끌었다.
박 사장 체제에서 강조되는 핵심은 기술의 '상용화'다. AI와 자율주행, 로보틱스, 소프트웨어중심차(SDV) 기술을 연구 단계에 머물게 하지 않고 실제 양산 가능한 제품과 서비스로 빠르게 전환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박 사장은 글로벌 협력을 통한 상용화 속도 향상과 출시 기간 단축, 자체 기술의 양산 수준 안정성·신뢰성 확보 등을 강조해왔다. 단순히 우수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이를 실제 차량과 서비스에 얼마나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이라는 판단이다.
AVP 조직도 이에 맞춰 바뀌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6월 AVP본부에 SDV플랫폼담당과 HMI담당을 신설했다. 테슬라에서 차량 무선통신 시스템을 개발한 김동욱 전무를 SDV플랫폼개발센터장에 선임했고 애플·도요타·엔비디아를 거친 제레미 마 전무를 AVP본부 실리콘밸리실장으로 영입했다.
제레미 마 전무는 포티투닷 실리콘밸리 조직도 함께 맡으며 AVP본부와 포티투닷 간 SW 협업을 이끈다.
이어 7월 30일에는 삼성전자 출신 권정현 부사장을 AVP본부 자율주행개발센터장으로 영입했다. 권 부사장은 삼성전자에서 지능형 로봇 개발을 주도하기 전 엔비디아에서 자율주행 SW 개발과 제품화를 담당했다. 현대차에서는 인식 SW와 딥러닝·머신러닝·컴퓨터 비전 등 자율주행 AI 기술 개발부터 제품화까지 총괄한다.
수뇌부에는 자율주행과 SW 제품화 경험을 가진 인재를 배치하고 실무에서는 지도와 데이터, 클라우드, 배차·관제, UX 인력을 확보하는 구조다. 선행 기술 개발과 실제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역량을 동시에 끌어올려 자율주행 상용화 속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가 궁극적으로 겨냥하는 것은 자율주행차 한 대의 성능 경쟁만은 아니다. 셔클을 통해 축적한 모빌리티 플랫폼 경험과 완성차 제조 역량, 자율주행 SW를 결합해 차량과 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드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향후 자율주행 시장의 경쟁도 차량 성능뿐 아니라 누가 지도와 데이터, 호출·배차·관제 등 서비스 플랫폼을 장악하느냐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가 제조 경쟁력을 기반으로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과 벌어질 자율주행 플랫폼 주도권 경쟁에서 어떤 위치를 확보할지가 주목된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