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 연방정부의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40조달러(약 5경6000조원)를 넘어섰다. 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까지 커지면서 미국의 재정 건전성을 둘러싼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미 재무부가 19일(현지시간) 공개한 일일 현금·부채 자료에 따르면 19일 기준 미국의 총 공공부채는 40조470억달러(약 5경6066조원)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시장이 보유한 국채 등 민간 보유 연방부채는 32조2660억달러(약 4경5172조원), 정부기관 간 보유분은 7조7820억달러(약 1경895조원)였다.
미국의 총부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를 시작한 2017년 1월 당시 19조9500억달러에서 10년도 안 돼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 1년 동안에만 약 3조달러(약 4200조원)가 증가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역대 가장 빠른 증가 속도다.
재정책임위원회(CRFB)의 마야 맥기니스 대표는 "40조달러의 부채는 정부 장부에만 존재하는 숫자가 아니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사람들의 주머니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 부채 늘수록 이자 부담↑…장기금리도 재정 압박
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부채의 절대적인 규모뿐 아니라 부채 증가→국채 발행 확대→금리 상승→이자비용 증가→재정 부담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최근 미국 국채시장에서는 장기물 금리가 급등했다. 지난 13일 실시된 30년물 국채 입찰에서는 5.216%의 낙찰수익률이 형성돼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18일에는 30년물 시장금리가 5.327%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서 12일 실시된 10년물 국채 입찰에서도 4.683%의 낙찰수익률이 형성돼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요 둔화도 부담이다. 외국인은 전체 미 국채의 약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난 1년간 수요가 감소하면서 더 많은 국채를 가격에 민감한 다른 투자자들이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존 캐너밴 수석 금융시장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수요 감소로 더 많은 국채가 가격에 민감한 투자자들에게 넘어가면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자비용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미국의 연간 국채 이자비용은 약 1조1000억달러(약 1540조원)로, 2025 회계연도에는 처음으로 국방비를 넘어섰다. 2026 회계연도 첫 10개월에는 메디케어 지출마저 추월해 사회보장 지출에 이어 연방정부의 두 번째로 큰 지출 항목이 됐다.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는 부채 부담에 대한 우려로 금리가 상승하면 이자비용이 다시 늘어나 부채를 키우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감세·의무지출에 재정 정상화 난항…연 2조달러 적자
미국이 부채를 빠르게 줄이기 어려운 것은 지출 구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연간 지출은 약 7조달러(약 9800조원)이며, 이 가운데 약 60%는 사회보장,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퇴역군인 지원 등 의무지출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정부 지출 삭감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재량지출에 집중돼 전체 재정 부담을 크게 낮추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감세 정책까지 재정 부담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입법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은 향후 연방부채를 4조7000억달러(약 6580조원) 추가로 늘릴 것으로 미 의회예산국(CBO)은 추산했다.
고령화로 사회보장과 의료 관련 지출은 계속 증가하는 반면 급여세와 소득세 수입은 연방정부의 전체 지출을 충당하기에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2025년 국내총생산(GDP)의 5.9%로 전년 6.3%보다 낮아졌지만, CBO는 올해도 5.8%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상대적으로 경제가 견조한 상황에서도 연간 약 2조달러(약 2800조원)의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초당적정책센터의 샤이 아카바스 경제정책 담당 부대표는 "상대적으로 경제가 강한 시기에도 여전히 연간 약 2조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경제가 악화하거나 해외 분쟁이 확대된다면 그 수치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2036년 GDP 대비 부채 120% 전망
부채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미 의회 공동경제위원회(JEC)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미국 국가부채는 하루 평균 약 79억달러(약 11조원), 초당 약 9만1000달러(약 1억2700만원)씩 늘었다.
CBO는 민간 보유 연방부채가 2020년대 말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기록했던 GDP 대비 106%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에도 상승세가 이어져 2036년에는 GDP의 12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재정책임위원회의 마크 골드와인 선임 정책국장은 국가부채 40조달러 돌파를 "거대한 엔진 경고등"에 비유하며 부채 규모뿐 아니라 증가 속도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미 재무부는 장기 국채 시장의 매도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10~30년물 국채 바이백 규모를 기존보다 두 배로 확대하기로 했다. 장기금리 상승이 정부의 차입 비용을 더 끌어올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다만 재정 전문가들은 국채 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추려면 결국 정부 지출과 재정적자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맥기니스 대표는 미국이 지금처럼 계속해서 많은 돈을 빌릴 경우 투자자들이 미국의 재정 상황을 더 우려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거나 자금을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kwonjiun@newspim.com
